'테아터 호이테' 지 선정, '1983년의 극작품'이며 독일의 권위 있는 극작문학상인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상 수상작인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작가 프리데리케 로트는 몇몇 여성들과 함께 직접 여행을 해보았고, 따라서 그 실제적인 체험을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생생한 이미지를 연출한 작품이다.
아직 독일이 통일되기 전인 분단된 상황에서 서독의 젊은 여성 네 명이 동독으로 여행가는 것을 그렸다.
‘여성 작가’, ‘여성 문제’, ‘분단 상황’ 같은 말은 관심을 끄는 주제이다.
부유한 나라로 알려진 서독에 사는 중년의 여성들이지만 모두 형편이 좋은 것은 아니고 각자 자신의 일상에 지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한 번 일상에서 탈출하여 무언가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자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그것도 가깝고도 먼 나라 사회주의 동독으로 말이다. 이 여행에는 교회 관광, 댄스파티, 미장원 가기, 유적지 바르트부르크 성 오르기도 포함된다. 그러나 교회에 들어가서는 설교를 듣다가 잠이 들어버리고, 댄스파티는 폭음으로 만취해 엉망이 되고, 미장원에서는 원하던 머리 염색이 성공하지 못한다. 관광용 나귀를 타고 바르트부르크 성에 올라가려고 하지만 나귀가 없다. 어쨌든 이들이 여행 전에 꿈꾸었던 것은 다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여행 전 안나와 이다 두 사람은 사회주의 체제의 동독에서의 삶은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으나 이 여행으로 실망하게 되고, 또 테아와 리나 두 사람은 이미 풍요로운 자본주의 사회에 익숙한 사람들로 빈곤한 여행지 현실에 대해 매사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결국 이 여행은 실망과 불만으로 끝나지만 그래도 모두 시도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았다는 결론을 얻는다. 각자 자신의 삶을 한번쯤 되돌아볼 수 있고 자신을 실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프리데리케 로트는 이 희극에서 당시 서독 소시민 중년 여성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재치 있는 언어로 풍자하고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을 처음 읽을 때에는 사회주의 중국이 개방된 지 얼마 안 되어 중국 여행이 한참 붐을 이루어 간혹 한국 여행객들의 행태가 신문에 오를 때였는데, 요새는 금강산 관광이니, 평양 여행이니 하여 정말 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 여행이 곧 대중화될 것 같은 때라서 이 이야기가 다시 새롭게 보일 수밖에 없다.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우리 독자에게 소개되니 다행스럽게 생각되고 이 작품이 무대에도 오른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 - 김미란
프리데리케 로트
1948년 슈바벤 진델핑엔에서 출생. 슈투트가르트 대학에서 철학과 언어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류학과 사회학 강의를 하고 방송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던 중 『나귀타고 바르트부르크 성 오르기』가 '1983년의 극작품'이 되면서, '게르하르트-하우프트만 상'을 수상했다. 프리데리케 로트는 여성 극작가의 진출이 쉽지 않았던 1970년대 독일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녀는 다른 페미니즘 여성작가들과는 달리 통곡의 벽 앞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성의 언어결핍 상태를 극복하는 데 기여하였으며, 고도의 농축된 언어로 여성의 자아 찾기의 문학적 성과를 높였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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