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송림 '13월'

clint 2016. 6. 16. 12:01

 

 

 

 

작가의 글

세상과 격리된 산속 깊은 심심유곡에 던져진 인간존재의 의미와 원초적 삶을 임상학적으로 냉철하게 점검해보고 싶었다. 달력에도 없는 세월의 갈피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형태로 박제되고 변신하는가? 어쩌면 궤도를 이탈한 행성처럼 생의 일탈 속에서 인간들의 진면목은 더욱 빛나는지 모른다.

 

 

 

 

줄거리:
칠성이가 산속에서 길을 잃고 쓰러진 등산복차림의 연옥을 들쳐 메고 자기네 너와집에 데리고 오자 어머니 당골네가 경계부터 한다. 산속 깊은 심심유곡 달티골(月峙溪谷)에 사는 사람은 당골네 모자와 이웃 절간의 본공(本空) 스님과 공양주, 네 사람이 전부다. 엄청난 눈이 쌓이는 겨울 한 철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체 봄을 기다리며 사는 것이 이들의 격리된 삶이다. 전기도 전화도 없고, 핸드폰도 안 터진다. 시계조차 고장 났다. 시간개념이 없는 곳이라 아예 시계가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 바로 이런 곳에 외부인인 연옥이가 나타난 것이다. 연옥은 첫날밤부터 혼란을 겪는다. 모자간인 칠성이와 당골네가 낮과는 달리 밤에는 자연스럽게 부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연옥은 이곳을 찾은 이유가 따로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관심 쓸 겨를이 없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스님이 된 생부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피붙이로서 생부의 얼굴이라도 먼발치에서나마 보고 가리라 수소문 끝에 연말휴가를 얻어 막연히 찾아 나섰던 것이다. 그런데 연옥의 배낭에서 수갑이 발견됨으로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연옥을 두고 자기들을 잡으러 온 경찰로 단정한 당골네와 공양주는 서로를 신고자로 의심한다. 당골네는 옛날에 여기서 목매단 칠성이 아버지 사체를 유기한 자책감에서, 연변에서 돈벌러온 공양주는 불법체류자로서 각각 경찰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서로 불신하며 싸우던 두 여자는 결국 합의를 도출해내는데, 그것은 음모로서 연옥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면 평화롭던 옛날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그러나 범행 직전에 칠성이가 연옥을 구출하고, 연옥은 본공의 보호를 받으며 부녀간임을 확인한다. 한편 자기는 경찰이 맞지만, 결코 누구를 잡으러온 게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다. 아울러 칠성이와 당골네의 짐승 같은 관계가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님을 칠성이게 주지시키며 본공 스님의 조언을 받으라고 권한다. 그러나 위기감을 느낀 당골네는 목남근(木男根)까지 동원하여 신기(神氣)를 드러내며 아들에게 더욱 집착하다가, 결국 진실을 깨달은 칠성이가 뺏어 휘두른 목남근에 찔려죽는 참사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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