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숨을 걸고 싸우는 군인을 휴식시켜 군 기강을 유지하려면 위안부는 필요하고 세계 각국의 군에도 위안부 제도가 있었다. 그런데도 일본만이 비난을 받고, 부당하게 모욕당하고 있다. 그것은 거국적으로 강제로 여자를 납치했다고 오해받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이와 같은 발언으로 한국은 물론 국제적으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 있다. 하시모토 도오루 오사카 시장이다. 그는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오사카부(府) 지사에 당선된 인물이다. 지사가 되기 전부터 일곱 아이를 둔 가장으로, 재치 있고 입심 좋은 젊은 변호사로, 그리고 탤런트로, TV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출연자 가운데 한 명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그가 지사로 당선된 이후 오사카는 이러 저러한 문제들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오사카부(府)를 오사카도(都)로 승격시킨다는 소위 '오사카도' 구상에서부터 오사카 이타미공항 (정의신의 ‘야키니쿠 드레곤’의 배경이 된 공항이다)의 폐쇄, 민족학교 무상교육 제외, 그리고 문화예산 전면 삭감, 문화시설 폐쇄 등. 뿐만 아니라 그는 취임사에서부터 오사카를 부도 직전의 회사에 비유하며 자기한테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항하는 시민과 공무원들에게 언제든 파면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심어주며, 실용주의와 경제논리를 무기로 내세워가며 소위 '협박정치'를 일상화했다. 그래서 어떤 이는 그의 행정스타일을 나치즘에 비유하기도 한다. 일곱 명의 자식을 두었다는 점, TV를 이용해 국민들을 선동하거나 자기 존재감을 강하게 환기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는 나치의 제2인자 괴벨스와도 많이 닮았다. 하지만 한때 80%로 고공행진하고 있던 그의 지지율을 곧이곧대로 믿는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극단 태양족의 대표 이와사키 마사히로가 쓴 <오사카 맥베스>는 이러한 하시모토의 반문화적이고 폭력적인 행정스타일은 물론 개인의 가정사와 연애사까지도 거침없이 풍자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있다. 1982년 창단돼 일본 간사이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해온 극단 태양족(太陽族)은 일본의 정치사회적 이슈를 모티프로 작품 활동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옴 진리교 사건, 고베 아동연쇄살인사건, 한신아와지 대지진 등 우리한테도 익숙한 이 사건들은 모두 극단 태양족을 통해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태양족'은 전후 고도성장시대 초기 기존 질서에 구애받지 않는 행동을 일삼았던 젊은이들의 반항적 태도를 가리켜 붙여진 이름인데, 이를 극단 명으로 사용하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의 '반골기질’이 잘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미학적 측면에서도 환상과 현실, 공간과 시간을 넘나드는 다중구조, 분신, 의인화 기법, 심지어 프로파간다까지, 현대연극에서 시도해온 메소드들이 세련되게 망라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나아가 <오사카 맥베스>는 뮤지컬 형식의 오락적 요소와 토론연극의 정치성, 고전의 패러디를 통한 현실풍자가 뒤섞인,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B급 사회풍자만화' 같은 연극을 표방하고 있다.


무대는 2020년, 가까운 미래의 오사카. '도주제(都州制)가 실시됨으로써 거대한 간사이주(州)가 탄생했으며, 오사카부(府)와 오사카시(市)가 통합되어 오사카도(都)로 승격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렇게 하여 간사이주지사와 오사카도지사를 뽑는 첫 선거를 앞두고 있다. 작품에서는 오사카부(府)지사에서 오사카도(部)지사로의 진출을 노리는 하시게타 노보루가 중심인물이다. 그는 폐쇄된 이타미공항의 활주로에서 우연히 거리음악 가와 여고생, 장애인을 상징하는 '현대판 세 마녀'를 만난다. 마녀들은 하시게타에게 기괴한 예언을 남긴다. "하시게타 노보루, 마침내 간사이주 지사님이 되실 분”, "푸른 망망대해가 WTC:(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삼켜버릴 때까지” 결코 멸망하지 않는다는 예언이다. 권력욕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은 하시게타는 부인의 교사로 유력한 간사이주지사 후보인 다카이야를 별장으로 초대하여 살해한다. 그리고 마침내 간사이주지사의 꿈을 이룬다. 하지만 문화정책은 물론 고용대책이나 복지, 교육 시스템마저 붕괴하여 빈부의 격차는 더욱 확대되어 거리에는 부랑자로 넘쳐난다. 그러나 하시게타는 자위군까지 동원하여 정적들을 처단하기에 이른다. 한편, 도쿄로 피신해있던 다카이야의 비서 마쿠다가 중심이 되어 특수부대를 오사카에 투입하고, 참다못한 부랑자들도 요트에 '갓바(블루시트)'로 돛을 만들어 지사 실이 있는 WTC를 향해 큰 물결을 이루어 달려간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밑그림으로 하여 'B급 사회풍자극'을 표방하고 있는 이 작품에는 실존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우리한테도 익숙한 인물들도 더러 나온다. 직접적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하시모토 도오루 오사카시장(극중 하시게타)은 물론,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고네즈미 헨이치로), 국민 예능인으로 사랑받았지만 야쿠자 스캔들에 휘말려 일찍 은퇴한 시마다 신스케(시모다), '조용한 연극'의 대명사 히라타 오리자(이마다 미모자) 둥. 전 현직 정치인 및 문화예술인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실존인물들이 '성역 없이' 패러디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오사카 맥베스>는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정치적인 풍자성을 획득한다. 뿐만 아니라 오사카라고 하는 특수하고 제한된 공간 속에 생소한 인물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공감의 접점이 넓다. 권력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인간들의 욕망의 드라마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어느 사회에나 편재하는 일반적 삶의 양상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맥베스>가 몇 백 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지금도 세계각지에서 재창작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맥베스를 죽이는 맥더프 역할이 휴머노이드(인조인간)이자 광대인 마쿠다로 대체되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다. '여자의 가랑이에서 태어난 인간에게는 살해당하지 않는다.'는 마녀의 예언을 믿고 아무도 자기를 쓰러뜨릴 수 없다고 굳게 믿었던 맥베스. 결국 그는 어머니의 배를 찢고 나온 맥더프에 의해 쓰러진다. <오사카 맥베스>에서 하시게타를 쓰러뜨리는 마쿠다는 <우주소년 아톰>의 원작자 데즈카 오사무와 같은 이름인 한신 대학 (오사카 대학의 패러디) 휴머노이드 연구실장 데즈카의'작품'이다. 마술사이기도 한 그는 피에로처럼 기다란 풍선으로 꽃과 칼, 지팡이 등 그때그때 필요한 소도구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예술가인 동시에 스스로 예술작품인 셈이다. 오사카의 독립이나 자위대의 동서분열 둥 현실에서 너무 멀리 나간 듯한 인상을 주거나, 개인의 가정 사까지 아슬아슬하게 풍자하고 있지만, 결국엔 그림책과 만화책을 든 문화인들이 '아이들이 웃는 오사카'를 노래하는 것으로, 따뜻한 인간드라마로 막을 내린다. 그러나 '역사는 이긴 자들의 기록이며, 정의는 살아 있는 자들의 논리'라는 말이 있다. 권력 앞에서 정의를 논하는 것은 그래서 무의미한 것일는지 모른다. 하시게타를 물리치고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한 다쿠마. 그를 따라 퇴장하던 하시게타의 "괜찮을까, 간사이. 괜찮을까, 오사카”라는 대사는 그래서 묘한 페이소스를 남긴다.

이와사키 마사히로(岩崎正裕)
1963년 미에 현 출생.
극작가 연출가
간사이 소극장연극계 기수 중 한 명으로 1982년 오사카예술대학 무대예술학과 재학 중 '극단 오시카 태양족'을 결성하면서 연극 활동 시작. 1990년 '199Q태양족'으로 극단명 변경, 2001년부터 현재의 극단 명으로 활동 중.
1995년에 일본열도를 뒤흔든 옴 진리교 사건을 소재로 한 <여기에서는 먼 나라>를 발표하여 OMS희곡상 수상. 다양한 사회적 사건이나 현상들을 모티프로 현대일본인들의 폐색감이나 복잡한 인간관계를 묘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음.
대표작 〈여기에서는 먼 나라>(1906),〈가지도 돌아가지도>(2010), 〈이향의 눈물>(2011)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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