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과 점을, 잇는 선. 으로 이루어진 육면체. 그 인에, 가득 차 있는, 몇 개나 되는, 서로 다른, 세계. 그리고, 빛에 대해
2001년, 도호쿠 지역에서 학교에 다니는 여섯 명의 중3 소년소녀가 있다. 매일 학교와 집을 오가며 이렇다 할 사건 없이 지내던 중, 무리 중 한명, 아야가 가출을 감행한다. 친구들은 아야가 가출한 이유를 잘 이해할 수 없지만, 숲 속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아야를 찾아 돌아오게 하려고 똘똘 뭉쳐 작전을 짠다. 한적한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겪고,
9.11을 간접 체험하고, 아야의 가출을 접하면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고 자신들도 흡수되어 가는 이 세계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1년 어느 날, 중학교 졸업과 함께 여섯 명의 세계는 모두 달라져 있다. 남은 친구들은 지진과 쓰나미가 덮친 학교를 다시 찾아 10년 전의 기억을 되살린다.

일견 위와 같은 단순한 줄거리를 가진 이 희곡에는 2001년 아야가 가출한 날과 그 사홀 전과 나흘 전과 그 첫 날과 둘째 날, 그리고 10년 후인 2011년, 대본이 최종 수정된 2015년까지 다양한 시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시점들은 일직선상에 존재하지 않고 처음 읽는 독자를 혼란에 빠지게 할 정도로 뒤섞여 있다.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요소는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반복' 혹은 '리프레인'. 문서편집의 실수라고 착각해도 무리가 없는 모양새로, 같은 장면이 곳곳에서 다시 반복된다.
장면들을 정확하게 시간 순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독자는 직접 '구성'에 나서야 한다. 얼핏 똑같아 보이는 장면에 슬쩍슬쩍 추가된 대사와 변화된 앞뒤 흐름을 찾기 위해 독자는 다양한 인몰의 입장에 서 보아야 한다. 어떤 것이 현재 진행형의 현실인지, 어떤 것이 이미 지나버린 과거이자 기이인지를 혼동하도록 만드는 서술 방식이 노리는 바는 작가의 전작들과 같다. '기억' 그 자체에 대한 물음이다. 무엇이 '기억'이며, 그 기억이 시간에 흐름에 따라, 주체에 따라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묻고자 하는 것이다.
독특한 대본 구성방식이나 주제의식은 후지타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공통되지만, <점과 점을, 잇는 선. 으로 이루어진, 육면체. 그 안에, 가득 차 있는, 몇 개나 되는, 서로 다른, 세계. 그리고 빛에 대해.>(이하 <점과 점>)가 다른 작품들과 구분되는 지점이 한 가지 있다. 기억의 대상이 전작의 '누군가'의 죽음과 부재 둥 등장인물의 개인과 연결되었던 데 비해, 이 작품에서 기억되는 대상은 국적, 연령 상관없이 관객 대부분이 알고 있을 두 가지의 '사건', 즉 2001년에 뉴욕에서 일어난 9.11 테러와 2011년 일본에서 일어난 3.11 대지진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것은 이러한 '기억'을 품고 있다고 해서 후지타 작가의 문체나 관점이 직접 그 사건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개인적-이되 보편적-인 기억에 천착해왔던 작가는 <점과 점>에서도 여전히 2001년과 2011년을 지나온 개인의 기억을 중심에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보잘 것 없는지, 무수한 '점'에 불과한지가 더욱 대비되어 부각되는 것이다.

또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점과 점>에서 역시 10대 소년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주변을 둘러싼 환경적인 요인이 삶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10대 소년소녀들이 등장함으로써 온전하고 순수하게 '죽음'과 '기억'을 묘사하는 방식 역시〈점과 점〉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다만, 이 작품에서는 9.11과 3.11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곤
하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세계정세와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가 생략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중학교 3학년짜리 아이들에게 이 비극적인 일을 그렇게 현실적으로 냉철한 눈으로 바라볼 '능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외려 이 아이들의 입을 빌어 그저 '현실적이고 냉철하기만 한' "머리만 큰” "획일화된" 어른들에 대한 비판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후지타 작가의 희곡이 다른 연출에 의해 공연된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는 배우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장면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이것들을 대본으로 정리하는 그의 창작방식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최종대본만을 봤을 때, 다른 잘 갖춰진 희곡에 비해 읽기 어렵고 불친절한 것이 사실이다. <점과 점> 역시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실제 공연에 출
연했던 배우들의 이름이고, 그들의 말투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으며, 시점을 오가는 혼란스러운 구성에도 불구하고 지문이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한 대사 안에도 수없이 구두점이 찍혀 있다.
이 희곡에서 배우들은 극중 자기를 연기하는 것 외에 지문의 역할까지 맡는다. 다시 말해 대화체 대사와는 다른 톤으로 적혀있는 대사들은 보다 구체적인 시공간과 상황에 대한 해설이기도 하고, 속마음을 드러내는 방백이기도 하다. 지면으로 봤을 때 똑같아 보이는 리프레인 장면들은 연습실에서 서로 앵글-무대 방향-을 달리하며 만들어졌을 장면들이다. 구두점은 말 줄임, 생략의 의미가 아니라, 구어연극의 일상성을 강조하고 엄청난 신체성을 요구하는 후지타의 연출 방식에 맞춰 대사의 리듬을 조절하기 위한 쉼표에 가깝다.

작가소개
1985년 홋카이도 다테시 출생.
도쿄 오비린 대학 문학부 종합문화학과에서 연극을 전공.
졸업 후 2007년에 멈쎈 집시를 창단, 극단의 모든 작품을 쓰고 연출.
2011년 6월에서 8월까지 3개월에 걸쳐 연속으로 발표한 〈돌아가자는 신호>
<기다렸던 식탁,〉 <소금 흩날리는 세계>의 희곡을 하나로 묶은 〈돌아가자는 신호 기다렸던 식탁, 거기, 분명, 소금 흩날리는 세계>로 스물여섯이라는 나이에 2012년 제56회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을 수상.
2012년부터는 대략 2개월에 한편 꼴로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
2013년 〈점과 점을, 잇는 선. 으로 이루어진, 육면체. 그 안에, 가득 차 있는, 몇 개나 되는, 서로 다른, 세계. 그리고 빛에 대해.>로 해외작업을 시작한 후, 초청공연을 비롯해 현지 배우들과의 체류제작, 워크숍, 레퍼토리 작품 개발 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제작극장의 의뢰로 노다 히데키의 <새끼손가락의 추억>, 데라이미" 슈지의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등을 연출하거나, 니나가와 유키오 연출에 대한 희곡으로 집필해 이를 니나가와 연출버전과 후지타 연출버전으로 공연하는 <니나스 코튼>, 오토모 요시히데 (음악),이시카와 나오키(사진) 등의 중견 예술가들, 후쿠시마 현 중 고등학생과 함께 뮤지컬 <타임라인>을 하는 둥, 작품의 규모나 협업 방식의 확장을 꾀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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