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마쓰이 슈 '지하실'

clint 2016. 6. 9. 16:45

 

 

 

 

 

 

이 희곡은 2006년 극단 세이넨단의 젊은 연출가 자주기획 공연으로 초연되었으며, 대본 수정을 거쳐 극단 샘플의 공연으로 20131월 도쿄 고마바 아고라커 극장에서, 그리고 20145~6월 가나가, 미에, 가가와, 후쿠오카에서 재 공연되었다.

 

 

1948년 미국의 소설가 셜리 색슨(Shirley Jackson)이 발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제비뽑기(The Lottery)>라는 단편소설은, 평화로운 마을의 어느 오후에 대한 묘사로 시작한다. 그리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축제를 위해, 가족단위로 모여든 사람들이 줄을 서는 광경이 묘사된다. 노인들은 이 행사를 더 이상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한 몇몇 마을의 이야기를 하며 혀를 차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부모 곁에서 지루한 줄서기를 참아낸다. 이 줄의 정체는 나중에서야 밝혀진다. 제비뽑기의 주인공이 된 사람을 향해 마을 사람 전원이 일제히 돌을 던지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이 괴기스러운 이야기를 더 섬뜩하게 만드는 것은, 소설 속 구축된 세계가 너무나 일상적이라는 점이다. 평범한 휴일의 낮과 평범한 사람들이 그려져 있고, 그들이 저지르는 끔직한 행위조차도 마치 여느 때와 다름없는 소소한 일상을 바라보는 듯한 태연한 시점으로 서술되어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에 있어서, 연극 <지하실>은 셜리 잭슨의 소설을 떠올리게 만든다.

 

 

 

일상을 무대 위에 변주시킨 이와마쓰 료, 히라타 오리자로부터 영향을 받아 극작가가 된 마쓰이 슈(松井 周), 현실과 허구, 사물과 인간, 남성과 여성, 배우와 관객 등 온갖 관계들의 경계선을 의심하고, 넘어서고, 뒤섞는 실험을 하는 작가다. 그의 이러한 시도들은 지극히 일상적인 언어로, 평범한 어느 날의 이야기로 엮어지며,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쓰이 슈가 극단 샘플을 창단하기 전에 집필하여 그의 초기 대표작에 해당하는 지하실,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단순하고 쉽게 자신의 의도를 담아낸 희곡이다.

무대는 자연식품을 취급하는 어느 가게의 지하실이다. 그곳에는 점장 아이카와, 그의 아들 모리오, 그리고 '엄마'라고 불리는 직원을 비롯해 여러 직원들이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은 '맑은 물'을 대표 브랜드로 하여, 각종 유기농 식품들을 만들어 먹고 또 판매한다. 어느 날 이곳에 젊은 여자 한명이 새로 온다. 바깥세상에서 지치고 상처를 입은 그 여자는 그날부터 지하실 생활을 함께 하게 된다. 그런데 그때부터, '맑은 물' 생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던 모리오가 갑자기 물을 만들지 못하게 된다. 물이 나오지 않자, 완벽해 보였던 이 공동체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끝내 '맑은 물'과 이 가게에 대한 은밀한 비밀이 밝혀지고, 지하실에는 점장과 단 두 명의 여직원만 남은 채 모두 떠나간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은 여전히 밝은 미래를 꿈꾼다.

<지하실>에서는 경악할 만한 순간이 몇 번 찾아오지만, 마지막 장면만큼 크게 뒤통수를 치는 곳은 없을 것이다. 연극평론가 야마자키 겐타는 이 장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남겨진 여성 멤버 두 사람은 점장과 셋이서 다시 시작하기로 하며, 점장으로부터 새 이름을 부여받는다. 한 명은 '엄마'가 되고, 다른 한 명의 뱃속에 있는 아기는 '모리오가 된다. 이름의 계승. 이로써 왜곡된 공동체 생활이 그 후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사실이 암시됨과 동시에, 구성원 개개인의 개성은 어떤 가치도 부여받지 못한다. 그들은 공동체 안에서 해내야 할 역할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은 대체 가능한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일 때에는 멀쩡한 인간이 왜 집단이 되면 이상해질까? 이 물음에 지속적으로 답을 찾고 있는 마쓰이 슈는, <지하실>을 통해 '공동체'의 그로테스크한 면을 본격적으로 탐구했다. 집단 속에서 얼마나 개인이 무력해지는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스스로를 포기하는지 드러내어 보여준 것이다. 이때 리더는 그다지 큰 카리스마를 지닐 필요도 없다. 잠시 다정했다가 잠시 엄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말로 군중을 현혹시키는 사람은 언제든 리더가 될 수 있고, 또 그가 계속해서 리더일 수 있는 이유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그의 말을 따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상과 비정상의 관계는 얼마든지 전복된다. 우리는 우리의 공동체에서 - 그것이 아무리 작은 사회일지라도 어떤 집단에서든, 이와 같은 광경들을 목격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옴-진리교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 종교라는 울타리 안에 너무나 많은 지식인들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성 적인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이상해질 수 있다는 것을 중명한 셈이다. 마쓰이 슈는 2006년 이 작품을 초연했을 때에는 "어느 한 집단이 사이비 종교단체처럼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13년과 2014년에 재공연을 하면서 대본을 재정비함과 동시에 또 다른 시선으로 이 작품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다른 시선이란, "현재 우리사회에 있어 이 작품에 묘사된 집단이 그다지 특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는 재공연 당시, 관객과의 대화에서 3.11 대지진 이후의 일본사회를 언급했다. 대지진 이후 일본사회가 걸어온 길을 돌이켜봤을 때, 한 발 물러나 밖에서 이 사회를 들여다보면 얼마나 괴상한 집단이겠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연극 지하실은 그렇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상한 공동체의 이야기에서, 그들을 손가락질하는 우리 스스로 역시 그에 못지않은 이상한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이야기로 변모해있었다.

객석에 앉아서 볼 때에는 이 지하실 속의 사람들 이야기가 그저 역겹거나 말도 안 되어 보일지 몰라도 그 안의 사회로 직접 들어갔을 때 여전히 그 관점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도 매일 같이 난감하고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눈을 감아준다. 사회를 바꿔보고자 용기를 내는 사람들은 늘 소수이고 그들은 늘 힘겨운 싸움을 한다. 무대 위 지하실과 지금 우리의 현실사회, 과연 어느 쪽이 더 괴상할까?

 

 

 

마쓰이 슈 (松井 周)

1972년생. 도쿄 출산 극작가 연출가, 배우.

1996년 히라타 오리자가 대표로 있는 극단 세이넨단에 배우로 입단.

2004<통과>로 제9회 일본극작가협회 신인희곡상 수상.

2007년 극단 샘플 창단

2010자랑스러운 아들>로 제55회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 수상.

대표작 시프트)>, 칼로리의 소비가 프랑스어로, 지하실이 이탈리아어로 번역되었으며, 자랑스러운 아들은 영어로 번역되어 2013년 미국 오하이오 노던 대학에서 공연됨.

극작가로서 극단 외부 공연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시이타마 골드 시어터의 성지(니나가와 유키오 연출, 2010), 분가쿠자 아틀리에 모임회의 미래를 잊다>(가미무라 사토시 연출, 2013), 신국립극장의 열아홉 살의 제이콥>(마쓰모토 유키치 연출, 2014)이 높은 평가를 받음. 현재 극작과 연출 외에 소설. 에세이, TV드라마 각본 등 집필활동과 함께 CF, 영화 드라마에서 배우로서도 활약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