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존 릴리 '엔디미언 달에 사는 남자'

clint 2016. 6. 6. 07:59

 

 

 

 

 

 

 

 

<엔디미언>"폴의 아이들극단이 1588년 성 촛불절(Candlemas Day) 밤에 그리니치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보는 가운데 공연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3년 뒤인 1591년에 첫 출간본이 세상에 나왔다. 릴리의 희곡 작품 중 맨 먼저 출판되었고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엔디미언은 그리스 신화 나오는 인물로 달의 여신 셀레네가 그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그와 살면서 50명의 딸을 낳았다고 전해진다. 제우스는 그에게 자신의 운명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 엔디미언은 결코 늙지 않으면서 영원히 잠들기를 원했다는 우리나라 전래 동화에서 달에 옥토끼가 산다고 전하는 것처럼 영국에서는 달에 엔디미언이 잠들어 있다, 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다. 릴리는 신화의 이야기를 뒤집어 엔디미언을 달의 여신 신시아(Cynthia)를 사랑하는 젊은이로 설정했다.

작품을 정치적 알레고리로 보는 견해가 있다. 에드먼드 스펜서(Edmund Spenser)나 월터 롤리(Walter Raleigli) 등 엘리자베스 시대의 시인들은 대부분 여왕을 신시아로 불렀는데, 이는 처녀 여왕에 대한 아첨의 표현이었다. 릴리의 작품에 등장하는 신시아도 물론 엘리자베스 여왕을 가리킨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작품에 등장하는 신시아는 위엄 있고 정숙하며 동정심이 많지만, 동시에 변덕스럽고 지극히 엄한 군주다. 그녀는 분명히 신은 아니지만 인간보다는 우월한 존재로 등장한다. 엘리자베스 1세는 스물다섯 나이에 여왕이 되어 작품이 공연되던 해에는 이미 스페인의 무적함대(Armada)를 무찌르고 명실 공히 전제군주로서의 입지를 가지고 있었다. 작품에 묘사되는 신시아를 보면서

55세 나이에 이른 여왕의 모습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두려운 군주임이 틀림없을 여왕을 연모의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는 작품을 여왕이 과연 얼마나 만족스러워했을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릴리가 드러내는 신시아의 성품이 과연 이상적인 연인, 또는 군주인지 아닌지는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비평가들은 주인공 엔디미언을 여왕의 애인으로 알려져 있던 레스터 백작(Earl of Leicester) 이라고 하기도 하고, 릴리의 후원자인 옥스퍼드 백작. 또는 여왕께 충성을 바쳤던 다른 귀족으로 보기도 한다. 심지어 여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무엇인가 대가를 원했던 릴리 자신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또한 텔러스를 스코틀랜드의 여왕이었다가 후에 반역죄로 처형되는 메리 여왕(Queen Mary)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런 주요 등장인물이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며 그것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프롤로그의 대사처럼 작품은 결국 달에 사는 남자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작품이 로망스, 즉 사랑 이야기인 것은 분명하다. 엔디미언은 신시아를 흠모하고, 그를 사랑했던 텔러스는 그에게 배신당했다고 느끼고 그를 저주에 빠뜨리며, 군인인 코시테스는 텔러스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엔디미언의 친구 유메니디스는 엔디미언과의 우정과 시밀리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노인인 게런은 아내인 마녀 딥서스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는다. 심지어 광대 역할을 하는 토파즈 경은 늙은 딥서스를 사랑하지만 결국 그녀의 하녀와 맺어진다. 사랑을 빼면 작품에 남는 것이 없을 정도로, 사랑은 작품의 갈등을 조성하고 마침내 그것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징적으로 보면 작품은 이상을 향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엔디미언이 대지를 의미하는 텔러스의 사랑을 거절하고 달의 여신을 사랑한다는 설정은 주인공이 유한하지만 풍요로운 대지를 떠나 천상의 존재를 향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것은 이카루스(Icarus)의 신화에서 보는 것처럼 인간이 궁극적으로 불가능한 영원함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현실을 극복하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인간의 문명, 또는 기술과 자연의 갈등을 읽어내는 것도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텔러스와 딥서스가 시도하는 음모는 자연의 섭리에 위배되는 것이지만, 인간이 자신의 재주와 능력으로 자연을 극복하려는 시도는 인간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행동이다. 작품 마지막 부분에서 텔러스는 신과 인간은 다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자신이 신과 동격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르네상스 휴머니즘을 대변하는 인간 중심적 생각임이 틀림없다. 작품에 등장하는 마법에서 악한 마법과 선한 마법을 구분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딥서스의 마법은 악한 것이고 신시아의 마법은 선한 것이라는 단순한 이분법 적 접근은 마법의 샘물이나 엔디미언의 꿈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작품이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마법은 사랑이다. 사랑은 설명할 수 없고, 억누를 수 없으며, 언제나 도덕적이지도 않거니와 논리적이지도 않지만, 등장인물 모두의 운명을 결정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시아는 사랑의 힘에 지배받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모습이 과연 이상적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작가는 사랑의 궁극적인 가치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동시에 사랑의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특히 토파즈 경이라는 인물을 통해 사랑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맹목적이며, 부자연스러운 것인지 보여 준다. 토파즈 경은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캔터베리이야기에서 따온 인물인데 허풍쟁이 기사의 전형이다. 작품은 희극(Comedy)이지만 깔깔거리는 웃음보다는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하고, 대단히 모순적이고 비현실적인 환상이지만 기이함보다는 친근감을 주며, 알레고리(allegory)지만 각각의 대상이 누구인지 아는 것보다는 그러한 정신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는 듯하다.

 

 

 

 

존 릴리

존 릴리(1553/41606)1578년에 출간된 그의 첫 산문인 유피우스: 기지의 해부2년 뒤에 발표한 유피우스와 영국으로 가장 잘 알려진 작가다. 우아하고 화려한 산문체로 유명하다. 유피이즘은 바로 직접적이지 않고 장식적인 그의 문체에서 온 말이다. 옥스퍼드 재학 시절에 발군의 기지(A NOTED WIT)”를 가진 학생으로 알려졌고, 졸업 후에는 옥스퍼드 백작(EARL OF OXFORD)으로 알려진 에드워드 드 베르(EDWARD DE VERE)의 개인 비서로 일했다. 이후 옥스퍼드 백작은 릴리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로 남는다. 릴리가 쓴 희곡 작품들은 대부분 폴의 아이들(CHILDREN OF PAUL'S)”이라는 아동 극단에 의해, 당시 절대군주였던 엘리자베스 1세가 보는 앞에서 공연되었다. 릴리는 의회(PARLIAMENT)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끝내 여왕의 궁정에서 눈에 띄는 직책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왕에게 두 번의 탄원서를 썼는데 10여 년간 여왕을 위해 충성을 다했으나 별다른 보상을 얻지 못한 것을 하소연하는 내용이었다. 결국 그는 여왕이 죽은 지 3년 뒤인 1606년에 가난한 무명 인사로 죽어 런던에 있는 성 바돌로매(ST. BARTHOLOMEW -THE- LESS) 성당에 안치되었다.

 

 

 

John L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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