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젊은 부부가 있다. 모든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했고 멋진 집에 남편은 늘 바쁘게 회사에 열중이고... 그러나 친정어머니의 방문에서 신부의 동생인 아글라 얘기가 나오는데 순간 젊은 부부 모두 당황한다. 어머니가 가고 부부는 대화를 하는데 여동생이며 남편에겐 처제인 아글라는 남몰래 형부를 사랑해서 편지도 여러 번 보냈다고 하며 남편 에른스트은 보여준다. 그리고 아내인 소피는 결혼식 전날 밤 동생의 얘기를 한다. 자기를 위해 결혼을 포기해 달라고... 그러나 무시하고 그녀는 결혼했고 이 부부 앞에 마지막인 듯한 이글라의 편지가 도착하는데.... 아글라는 이 신혼집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한다.
그리고 얼마 후 부부는 정신적인 충격과 괴로움에 고민하다가 다시 대화를 하는데 소피의 눈에는 죽은 아글라가 초록 옷을 입고 옆에 있다는 것이다. 결국 부부는 자신들의 과오와 영원한 사랑을 위해 동반 자살을 하게 된다.
릴케는 가족이나 일상, 그리고 그것으로부터의 도피라는 주제를 다룬 작품들도 발표했다. 〈배제된 현재〉는 그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다. 형부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자살한 아글라의 죽음 이후 그녀의 언니인 소피와 남편 에른스트의 결혼 생활은 파국을 맞는다. 부부는 아글라의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지만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결국 동반 자살한다. 그들의 자살은 과거의 강박관념으로부터의 탈출이자 동시에 마음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의 도피였으며, 자신들만의 현재를 갖고자 하는 최후의 선택이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1875년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 아래 있던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하사관에서 장교로 입신하는 게 꿈이었던 아버지와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소녀 취향을 갖고 있던 어머니 사이에서 일곱 살 때까지 여자아이로 길러졌다가 1886년 아버지에 의해 육군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참담한 시련의 시기로 묘사되고 있는 이 시절에 릴케는 처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시들은 주로 감상적이고 미숙한 연애시들이 주종을 이루었고 이러한 경향은 1896년 살로메와의 만남을 통해 크게 선회하게 된다. 특히 두 번에 걸친 러시아 여행과 스위스를 비롯한 이탈리아 각지를 여행하면서 얻은 깊은 정신적 영감을 바탕으로 초기시의 대표작 <기도시집>이 완성되었다. 그밖에도 브릅스베데의 화가촌에서 하인리히 포겔러와의 만남, 1902년 파리 방문을 통한 로댕과의 만남은 <형상시집>, <말테의 수기>의 집필 동기가 되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씌어진 <신시집>은 사물시의 결정으로서 로댕과의 만남에서 얻은 조형 예술 세계 체험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스위스 체류와 제1차 세계대전의 체험, 아프리카와 에스파냐 등지의 여행은 릴케 말년의 역작인 <두이노의 비가>, <오르포이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에 녹아들어 죽음으로써 삶을 완성하는 존재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사람과 사물, 풍경과 만남에서 그 내면을 응시하여 본질을 이끌어내고자 한 그의 글쓰기는 20세기 독일 현대 작가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인정받고 있다.
왕치현(번역자): 서울대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한 후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독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하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Zeit und Wiederholung in den Dramen von Max Frisch》(하이델베르크, 19993) 등을 썼으며, '프리쉬와 브레히트 비교 연구', '뒤렌마트의 극이론과 우연'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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