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루드밀라 라주모프스까야 '집으로'

clint 2016. 5. 21. 11:47

 

 

 

 

 

 

부제: '길 위의 아이들'       

 

집은 점점 커져가는데 마음은 어디에도 둘 곳이 없고, 값비싼 물건은 늘어가는데 영혼은 빈곤에 허덕인다. 끝없이 영역을 넓혀가는 욕망 때문에 우리 안의 신은 이미 질식해버렸다. 오늘날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돌아가야 할, 우리가 머무르고픈 진짜 집은 어디에 있는걸까. 극은 집이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맑고 높은 하늘, 찍어낸 듯 늘어 선 빌딩들. 그 뒤편 곰팡내 가득한 쪽방에 집 없는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다. 구걸과 도둑질,몸을 팔며 연명하던 그들에게 수도사 고자가 찾아온다. 고자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그들에게 올바른 삶에 대해 설파하지만, 참혹한 현실 안에 살아가는 그들에겐 조롱의 대상일 뿐이다. 고자는 하느님의 뜻은 알지만 세상을 알지 못한다. 자본과 신, 현실과 이상에 대한 논쟁은 무분별한 폭력을 낳고, 결국 그들은 뿔뿔이 흩어질 위기를 맞는다. 어디에도 갈 곳 없는 임산부 걸레와 모질이는 쪽방에 그대로 남기로 하고 다른이들은 모두 떠난다.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걸레가 산통에 혼절한 순간, 남루한 모습의 신이 홀연히 그녀 앞에 나타난다.

 

 

작품 해설
1992년, 구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에 길들여져 있던 현재의 러시아 국민들은 갑자기 닥쳐온 자본주의의 물결 앞에 커다란 혼란을 겪게된다. Liudmila Razumovskaia의 '집으로'를 원작으로 한<길 위의 아이들>은 그러한 러시아의 사회적인 혼란 안에서 기성세대들로부터 버림받은 일곱 명의 아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이들은 모두 10대의 미성년으로 모스크바 주변 작은 도시의 폐허를 전전하며 살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 소속의 떠돌이 수도사 '벤까'가 길에서 만난 어린 앵벌이 소년 '도마'를 만나 그들의 거주지에 들르면서 극은 시작된다. 자신이 도덕적으로 타락했는지 아닌지의 여부도 모르고 임신한 '딴까'와 오직 살기 위해서 폭력을 휘두르는 '폭탄이'와 '시팔이', 살기 위해서 몸을 파는 창녀 '잔나',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마이끄'...... 이러한 타락(?)한 삶을 사는 아이들을 처음 만나본 벤까는 큰 충격과 함께 절망하고 가슴 아파하며 딴까와 쟌나의 죽음을 차례로 같이하고 마침내 도마를 거두어 수도원으로 돌아간다.
이들 뒤에는 선과 악을 대변하는 영적인 존재, 즉 '빛의 천사'와 '어둠의 천사'가 있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천사의 어떠한 이끌림을 받느냐에 따라 죽음 뒤의 구원과 구원받지 못함으로 나뉘는데 끝내 잔나와 딴까만이 두 갈래의 길로 나뉘고 나머지 인물들에 대해서는 관객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긴다. 하지만 분명히 남은 이들에게도 하늘의 심판이 존재할 것이라는 점만은 암시되고 있다.
이 작품은 '길 위의 아이들'이란 제목처럼 등장 인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특별한 주인공한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각각의 인물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아픔과 고통의 흔적들을 진행과 더불어 서로에게 대립각을 이루게 하고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극 구성이 궁금증을 자아내며 매력 그 자체이다.
   

 

   
      
작자 : 루드밀라 라주모프스까야 (Liudmila Razumovskaia)
 

1946년, 구 소련 리가에서 태어난 그녀는 레닌그라드 연극·음악·영화 대학에서 연극학을 전공하였다.
졸업 후 원만한 무대작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1976년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이다. 러시아 현대 연극의 맥락에서 볼 때 그녀는 1950년대와 60년대에 유행하던 다분히 정치적인 드라마에서 벗어나 1970년대에 싹튼 이른바 '새로운 물결'의 작가군의 주역으로 전체주의와 개인의 자유간의 갈등 문제 등을 다루었으며 뻬레스뜨로이까 이후 물밀 듯이 밀려드는 물질 만능주의, 마약, 조직 폭력, 매매춘과 같은 사회악을 다루게 되는 이른바 '새로운 드라마' 작가군을 형성하게 되는 중간 촉매제 구실을 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녀의 첫 공연 작품은 1981년 딸린에서 초연 된<친애하는 옐레나 세르게예브나>로 호평속에 여러 극장에서 공연되었지만 곧바로 1987년까지 소비에뜨 전역에서 공연을 금지당했으며 대표작으로는 1980년에 쓰여진<한지붕 아래서>,<친애하는 옐레나 세르게예브나>(1981),<흙 없는 정원>(1982),<낡은 집의 꿈>(1986),<집으로>(1995) 등이 있다.
현재 루드밀라 라주모프스까야는 런던, 베를린, 로마, 스톡홀름, 시애틀, 퀼른 외 극동의 여러 지역에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으며 서구와 러시아에서 자주 공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