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R. 타고르 '고행자'

clint 2015. 10. 27. 11:21

 

 

 

 

 

 

 

1884녀 타고르가 23세에 발표한 《고행자》에서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이름도 개성도 분명치 않은 다만 지나가는 행인들이나 나그네들일 뿐,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인생의 모습들일 뿐이다.
주연인 고행자와 소녀라는 단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연극은 전개되어가면서 그 무명의 인물들, 즉 사회각층의 다양한 단충들을 대표하는 유형적 인물들로 차있다. 그것은 작가 자신의 견해를 펴기 위하여 연주를 어떻게든 전개한다하더라도 이 세상에는 언제 어디서고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관객들이 생각하게하기 위함이다. 이 등장인물들 에게는 때로 지방언어를 쓰게 하여 그 자체가 주인공들의 경지 높은 사상이나 웅장한 서정으로 하여 구원받도록 시도한다.

 

 

 

 

 

인도의 시성 라빈드라나드 타고르는 1913년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됨으로서 갑자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그를 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허나 이미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타고르의 재능은 인도의 도도히 흘러내리는 갠지스 강줄기 같은 문명의 줄기에 아로새겨진 타고르의 치적만 보아도 알만하다. 그는 모든 문학 장르를 서슴없이 활보하고 있었으며 누구보다도 값진 수많은 작품들을 후세에 남겼다. 평생을 통하여 희곡과 음악극, 무용극 등 오십여 편의 희곡을 썼고 자신의 희곡을 무대에 올리는 연출과 본인 자신이 무대 위에 서는 일을 노년에 이르러서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하면 과연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타고르는 1884년 그가 23세에 첫 희곡작품인 〈고행자〉를 발표하면서부터 1933년 72세에 이르러서는 마지막 희곡인 무용극 〈챤다리까〉를 발표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대부분 종교적이며 교훈적인 인생의 분별 있는 삶과 정신을 제시하여준다.
타고르는 본질적으로 어디까지나 시인이었다. 그가 죽음을 기다리던 침상에서도 의식의 불꽃이 꺼져가는 순간까지 시를 중얼대어 구술하게 하는 정신을 보여주었다. 한편 그 순간까지도 타고르는 연극에 애착을 보이고 무대에 집착했다.

 

 

 


시성 타고르가 이 같이 다재다능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르 집안의 종교적이고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다양한 분위기 탓이었다. 부친이 성자로 불릴 만큼 베다정신에 투철한 가운데 한편 어린 타고르에게는 다재다능한 형들과 누님들이 있어 막내인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에게는 풍요로운 정신적 영양분이 충분했으리라는 생각은 당연하겠다. 그의 형들과 누님들은 철학가, 종교가, 음악가, 화가, 작가 등이 있었고 새롭게 솟구치는 예술적 욕망으로 그는 모든 분야에 도전했던 것이다. 작곡에서 회화에 이르러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애국가도 타고르의 작사 작곡이다. 그의 미술작품은 현재 인도 5대 국보중의 하나로, 가히 60세부터 시작한 그의 그림은 해외반출이 되지 않는다. 아무튼 그의 희곡작품 역시 오늘에 이르러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도 현대문학 속에 새로운 열풍을 일으켜 희곡계의 왕위를 차지하고 있다.
타고르는 그의 저서 회상록 중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안에는 음악과 연극적 감정의 급류가 매일같이 매시간 분출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물보라는 무지갯빛으로 갖가지 음계가 되어 우리들 존재를 비추고 있었다. 이처럼 젊음의 싱그러움은 우리에게 새롭게 태어나는 에너지가 되어 미지에 대한 호기심에 끌리어 여러 방향의 새로운 길을 찾아 길은 열려가고 있었다. 우리 형제들은 여러 문화예술 적 가능성을 시도하고 실험하려고 생각했고 또한 무엇 하나 불가능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 형제들은 쓰고 노래하고 그리고 연기도 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13남매 중 막내로 성장한 타고르는 그의 집안에서 충분히 넘치도록 모든 재능의 자양을 흡수하면서 예술가로 시상가로 교육자로 현대 인도의 아버지이자 거목으로 지금도 그의 열정을 분수처럼 뿜어내고 있다. 참으로 초인적 힘을 가진 한 세기의 거인이라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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