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격희극의 창시자로 불린 몰리에르. 그의 작품 『인간 혐오자』는 알세스트라는 인물을 통해 위선과 허위로 가득 찬 당대 사교계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줄거리는 셀리멘과의 사랑과 갈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 속에는 배신과 거짓, 권력 등이 음흉하게 도사리고 있는 사회에 대한 로부터의 반항과 탈출을 시도하는 한 개인의 고뇌와 좌절을 읽을 수 있다.
역사가 미슐레(Michelet)와 몰리에르의 전기를 기록한 그리마레(Grimarest)에 따르면 이 작품은 극작가로서 몰리에르의 역량이 최대로 발휘된 작품이다. 또한 부르주아 계층을 주된 묘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희극의 전통에서 벗어나 있으며, 이는 그의 작품에서도 유일한 것이어서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메난드로스의 <무뚝뚝한 사람>, 셰익스피어의 <아테네의 타이먼>에서도 <인간 혐오자>의 알세스트와 같이 자기중심적인 아집으로 가득 찬 인물들이 나온다. 하지만 몰리에르는 작품의 무대를 당대의 사교계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현대성을 찾을 수 있다.
운문 5막 희극인 이 작품의 무대는 스무 살의 나이로 과부가 된 셀리멘의 살롱이다. 이른 나이에 과부가 된 미모의 소유자 셀리멘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알세스트를 비롯한 여러 젊은 귀족들이 경합을 벌이는 것이 주요 사건으로 펼쳐진다. 알세스트의 주된 경쟁자는 오롱트라는 사람으로 1막에서 두 사람은 소네트 논쟁을 벌이게 되는데, 그는 이를 빌미로 법원에 제소되는 사건에 휘말린다. 게다가 알세스트가 사랑하는 여인인 셀리멘마저도 기만과 배신을 일삼고, 사랑의 감정을 저울질하는 등 그로 하여금 사교계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한다.
귄력을 추종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 비난과 험구가 난무하는 사회. 알세스트는 설령 법원의 판결에서 패소하더라도 이를 “우리 시대의 악덕을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이자 유명한 증거로 후세에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다짐을 보여준다. 이로써 인간의 타락한 본성을 영원히 저주하고 증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는 알세스트. 그의 인간 혐오증이 갖는 완고함은 당대 사회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있지만, 역으로 당시는 물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작품설명
연극사가들이 몰리에르를 성격희극의 창시자이자 완성자이자 '풍속희극'의 예시자로 설명할 때 이는 인간의 본질과 그 본질이 구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세계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예술적으로 밀고 나아가려는 그의 자세를 보여준다. '세상은 요지경'(원제목은 '인간 혐오자')은 몰리에르의 특성을 심오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논해진다. 1666년 몰리에르가 알세트르의 역을 맡아 초연되었을 때 이 작품은 새로운 희극성으로 인해 관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웃음이란 대상에 대한 거리를 두고 대상의 어떤 면모에 대한 최소한의 우월감과 여유를 가질수 있을 때 생겨나는 법이다. 그러나 관객들은 알세스트에 대해 웃음을 터뜨리려는 순간 웃음이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알세트를 보고 웃으면서도 웃는 자신이 편치 못했던 것이다. 요컨대 그것은 자신을 깊이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웃음이었던 바, 당대의 한 비평가는 그것을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웃게 만드는 웃음"이라 불렀다.

작품의 "시대"를 서기 약 2000년 정도로 잡으려고 합니다. 17세기 루이 14세의 권력이 강화되어 가던 시기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오늘"은 물론 "내일"까지도 우리는 같은 근본적인 물음을 물어나가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급격한 발전, 변화를 겪고 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삶은 "임시적"인 것으로 느껴지고 있습니다. 삶은 언제든 "임시"일 수 없습니다. 순간, 순간 엄정한 판단을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삶입니다. 그리고 그 엄정함 속에서 우리는 기쁨을 찾는 것이겠지요. 무대를 "미래"에 놓음으로서 우리는 앞으로 꾸미고 싶은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기쁨과 고뇌를 같이 경험하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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