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살롱 카레' 전시실이다. 젊고 열정적인 미국인 미술학도 로라가
티치아노의 명작 <장갑을 낀 젊은이> 앞을 독차지한 채 마감 시간에 쫓기며 필사적으로
그림을 모작하고 있다. 로라가 집중하려 할 때마다 온갖 관람객들이 나타나 방해한다.
가이드북을 기계적으로 읽어주는 가이드, 생각없이 따라다니는 관광객들, 예술에는 관심
없고 다리만 아프다고 불평하는 부부, 시골에서 올라와 그림 속 인물의 옷차림을 보고
촌스럽다며 비웃는 노인 등이 지나가며 소란을 피운다.
마침내 폐장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박물관 경비원이 들어와 "문 닫을 시간입니다!
모두 나가주세요!"라고 외치며 관람객들을 쫓아낸다. 로라는 조금만 더 그리게 해달라고
애원하지만, 경비원은 단호하게 그녀를 밖으로 내보낸다. 전시실에 완벽한 어둠과 정적이
찾아오자, 신비로운 환상의 세계가 열린다. 티치아노의 그림 속에서 수백 년간 정자세로
서 있던 '장갑 낀 젊은이'가 길고 깊은 한숨을 쉬며 마침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는 액자 테두리에 걸터앉아 가죽 장갑을 매만지며, 낮 동안 자신을 고문했던 인간들의
무식함과 소음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다. 예술적 가치는 전혀 모른 채 가이드북의 문구만
읊어대고, 스마트한 척하는 관광객들의 속물적인 태도에 극심한 피로감을 표현현다.

이때 옆에 걸려 있는 또 다른 티치아노의 그림 <화장하는 여인> 속 인물도 살아나 둘은
미술관에 갇혀 지내는 고충과 지나간 옛 르네상스 시절에 대한 향수를 공유하며 위트 있는
대화를 나눈다. 이때, 낮에 다 그리지 못해 아쉬웠던 미술학도 로라가 경비원의 눈을 피해
몰래 전시실로 잠입한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다시 붓을 들려던 로라는 액자 밖으로 걸어
나와 있는 그림 속 '젊은이'를 목격하고 경악한다. 처음에는 귀신인 줄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진지하고도 신사적인 젊은이의 태도에 로라는 차츰 경계를 푼다. 두 사람은
'예술'을 주제로 깊은 대화를 나눈다. 젊은이는 로라가 낮에 그린 모작을 보며 평론해주고,
로라는 현대예술 학도들이 겪는 고뇌와 진정한 미(美)를 향한 열정을 고백한다. 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로라의 순수함에 젊은이는 깊은 감동을 받는다. 순식간에 꿈 같은
시간이 흐르고, 전시실 밖에서 순찰을 도는 경비원의 거친 발소리와 손전등 불빛이
다가온다. 젊은이는 로라에게 진정한 예술가가 되라는 격려를 남기고 서둘러 자신의
액자 속으로 돌아가 다시 원래의 정적인 자세를 취한다. 로라 역시 경비원에게 들키기
직전 어둠 속으로 날쌔게 탈출한다. 경비원이 전시실을 비추었을 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지만, 티치아노의 <장갑 낀 젊은이> 초상화는 낮보다 어딘지 모르게 조금 더 생기 있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듯한 여운을 남기며 막이 내린다.

<살롱 카레의 환상>은 미국의 극작가 마거릿 메링턴이 1911년에 발표한 희곡이다.
이 극은 루브르 박물관의 유명한 전시실인 '살롱 카레(Salon Carré)'를 배경으로 하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명작 "장갑 낀 젊은이"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되었다. 극 중에는 티치아노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화장하는 여인>의
인물도 등장한다. 정적인 회화 작품에 연극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그림 속 인물과
현실 세계의 관람객들이 유쾌하게 상호작용하도록 만든 독창적인 예술융합 희곡이다.
1910년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살롱 카레 전시실, 티치아노의 <장갑 낀 젊은이>
그림이 걸려 있는 바로 앞 공간이다. 초상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장갑 낀 젊은이'가
등장한다. 그림 앞에서 열심히 모작을 하고 있는 미술학도 '로라', 그리고 미술관을
방문하는 부부, 시골에서 온 노인과 조카, 단체 관람을 온 교사와 학생들, 루브르
박물관의 경비원 등이 등장하여 소란스럽고 생생한 일상의 풍경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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