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존 골즈워디 '패배'

clint 2026. 7. 23. 04:53

 

 

영국 런던에서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인 젊은 영국군 장교는 거리에서 한 소녀를 만나 
그녀의 방으로 가게 된다. 대화를 나누던 중, 장교는 그녀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살아온 
독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둘은 서로 전쟁에 대한 완전히 상반된 관점에 부딪치며 
논쟁을 벌인다. 장교는 군인으로서 국가를 위한 의무를 다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모든 
것을 잃고 적국에서 몸을 팔며 연명하는 소녀는 전쟁의 허무함과 양측 모두의 위선을 
냉소적으로 비판한다. 잠시 서글픈 처지에 대한 동질감과 인간적인 연민이 싹트지만, 
방 밖에서 영국의 승리를 자축하는 군중들의 거친 환호성과 노래가 들려오면서 분위기는 
급변한다. 격앙된 소녀는 장교가 준 돈을 찢어버리고 고국을 향한 감정을 폭발시키며 
독일 가곡 “라인강의 파수꾼(Die Wacht am Rhein)”을 미친 듯이 부른다. 장교는 
씁쓸함과 복잡한 감정을 안은 채 방을 떠나고,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홀로 남겨진다.

 



존 골즈워디(John Galsworthy)의 <패배>(Defeat)는 1917년에 집필되어 1921년 단막극 
모음집에 수록된 ‘작은 드라마(A Tiny Drama)’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적 배경 
속에서 인간의 고독과 맹목적인 애국주의의 허무함을 날카롭게 고발한 사실주의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인 ‘패배’는 전장에서의 승패가 아닌, 전쟁이라는 광기 앞에 인간성과 영혼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두 인물의 정신적 패배를 의미한다. 극의 결말부에서 외부의 영국 
애국가와 내부의 독일 애국가가 충돌하는 연출은 개인을 집어삼키는 국가주의적 갈등을 
청각적으로 극대화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골즈워디는 이 짧은 극을 통해 전쟁이 
만들어낸 가짜 애국심과 증오가 어떻게 평범한 인간의 삶과 관계를 파괴하는지 
사실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