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오후, 마트에서 제이콥 앤더슨의 아내와 그의 젊은 정부 리사가 우연히 마주친다.
리사는 자신이 제이콥의 진정한 사랑이며, 제이콥이 곧 아내와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행복해질 것이라며 아내를 도발한다.그러나 앤더슨 부인은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한다. 그녀는 리사에게 "너 이전에도 수많은 여자들이 있었고, 제이콥은
그 모두에게 이혼하겠다는 똑같은 거짓말했다"는 가혹한 진실을 폭로하다.
리사가 충격을 받고 "그럼 당신은 왜 이 바보 같은 짓을 참으며 제이콥 곁에 머무느냐"고
쏘아붙이자, 앤더슨 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난 머무르지 않아."라고 대답한다. 그녀는
오늘 밤 남편이 퇴근하기 전 그의 짐을 모두 싸서 내쫓고 이혼할 완벽한 계획을 마쳤기에.
앤더슨 부인은 리사를 향해 "잘 가, 제2의 앤더슨 부인."이라는 뼈있는 대사를 남기고
미련 없이 떠나며, 혼자 남겨진 리사가 충격과 불안감에 휩싸인 채 극이 끝난다.

앤 뷜러의 <차기 제이콥 앤더슨 부인>(The Next Mrs. Jacob Anderson)은
한 남자의 아내와 그의 내연녀가 우연히 마주치며 벌어지는 심리전과 여성의 주체적
해방을 다룬 현대 드라마이다.

제목인 '차기 제이콥 앤더슨 부인'은 리사가 꿈꾸던 '승리자의 왕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지옥 같은 결혼 생활을 이어받을 다음 순번의 노예'를 의미하는 비극적이고
냉소적인 표현이다. 남편 제이콥은 무대 위에 안 나오지만, 두 여성의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일삼고 여성들을 도구화하는 이기적인 남성상으로 그려진다.
작품은 남성의 기만 때문에 여성들이 서로를 증오하게 만드는 사회적 구조를 꼬집는다.
앤더슨 부인은 남편의 옷가지를 가방에 싸두고 집을 나오는 방식을 통해 가부장제부터의
완전한 탈출을 선언한다. 반면 리사는 그 자리를 대체해 스스로 불행의 굴레로 들어간다.
두 여성이 연대하여 남성을 파멸시키는 구조가 아니라, 한 여성은 해방되고 다른 여성은
그 비극을 대물림받는 현실적인 씁쓸함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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