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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우 '신 태평천하'

한때 번성했던 동네 금만동은 오늘도 풀 죽어 있다. 사람들은 다방에 앉아 로또대박을 꿈꾸며 하릴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고 건물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최준공도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빈 점포들이 갈수록 늘고 있으니 속이 끓을 수밖에. 옛날부터 욕심 많고 탐심 많은 성정에 양에 차지 않는 현재 생활이 오죽할 것인가? 그런데 어느 날 금만동 일대에 초대형 아파트단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일순 거리는 활기를 되찾는다. 제일 기뻐한 사람은 최준공. 특별 입주분양권 등으로 수십억의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으니 이 아니 기쁠손가. 다시 최준공의 천하가 온 것이다.최준공의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은 주인의 환심을 사기위해 간이라도 빼줄 듯하다. 허나 행복도 잠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게 아니라 녹지공원이 될 것이라는 ..

한국희곡 2024.07.13

이현화 '협종망치'

‘협종망치’(脅從罔治). 요즘 시대에 이렇게 어려운 제목의 연극이 있을까?“위협에 의해 따른 자는 처벌하지 말지어다”라는 뜻의 ‘협종망치’는 중국 고전 서경(書經)에 나오는 한 구절. 시대와 권력의 급변 속에서도 구세력의 밑에 있던 자들을 현명하게 구별해 용서와 처벌을 해야 한다는 지혜가 담긴 말이다.창작극 ‘협종망치’는 지난 시절 권력의 하수인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를 과연 어디까지 용서할 것인가를 되새겨보게 하는 작품. 작품의 모티브는 1986년 6월 부천경찰서에서 벌어진 성고문사건이다. 이 연극은 정치극이자 여성극이다. 암울했던 시절 권력 앞에 여성이 받을 수 있는 최악의 모욕과 폭행을 당했던 권여사. 그는 세월이 흐른 후 국회의원 당선을 눈앞에 둔 고문경찰관 문근형의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두 발의..

한국희곡 2024.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