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했다가 헤어진 남녀가 이혼소송의 판결을 위해
지난날 함께 살던 에브뢰로 돌아왔다.
그들은 이 마지막 만남에서 현실적으로 유지될 수 없는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절대적인 사랑이란
영원히 완결될 수 없는 욕망임을 고통 속에서 확인한다.
물론, 어떻게 보면 일상적인 부부의 모습일 수 있다.
곧, 이혼을 앞두었고, 각자 연인이 있는 상태다.
하지만, 그들이 내뱉는 말과 행동은 조금 다르다.
아직 추억하고 싶은 게 많고, 아직 이혼하기에는
서로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뒤라스의 많은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라 뮤지카>역시 불가능한
사랑의 욕망과 좌절을 주제로 하고 있다. 죽음만큼이나 강렬한
사랑의 궤적이 뒤라스적인 특유의 억제된 언어로 고조된 긴장감 속에
전개되어,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두 남녀 간의 미묘한 심리를 잘 나타내고 있어서, 극이 진행될수록 고조된다.
뒤라스는 남녀 간의 미묘한 감정과 심리를 정적인 상태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두 사람 만으로도 이러한 묘한 감정선을 잘 잡아내니 말이다.
더구나 이 소재는 지극히 평범한 이혼을 주제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자칫 진부하고 오래된 이야기 일 수 있지만,
그녀만의 묘한 대사와 감정으로 극을 잘 살리고 있다.
마르그리트 · 뒤라스는 小說로서 보다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희곡과 시나리오 등에서도 꽤 중요한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그녀의 작업은 小說이라든가 희곡처럼 본질적으로 다른 쟝르에서도 하나의 문자적인 세계를 이루고 있다. 말하자면 상식적인 의미에서 연극적인 면이 없는 희곡, 그래서 小說과 별로 다름이 없는 희곡을 쓰고 있는 것이다.
「라 뮤지카」의 경우도 '이 작품의 두 주인공은 극히 보통으로 유별난 데가 전혀 없다'는 설명이 있는 것처럼 뒤라스의 희곡의 등장인물들은 극히 평범한 장소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평범한 인간들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별로 연극적 제기가 없으며 표면적으로 봐서 지극히 비연극적인 희곡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뒤라스의 작품은 관객에게 현실의 무대에서 배우가 연기하는 연극을 보면서 그 무대 배후의 보이지 않는 그늘에서 일어나는 연극을 상상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뒤라스의 小說에서 흔히 얘기되는 < 암시의 방법>, <공백의 미학>이 그녀의 희곡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러한 방법이 연극에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고도의 연기술이 요구되지만 동시에 풍부한 상상력이 있는 관객의 고도의 관극술이 요구되는 이 연극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은 소설로만 접했고, 희곡은<라 뮤지카>가 처음이다. 그녀의 소설속 문체를 사랑한 나로서는 솔직히<라 뮤지카>가 소설로 보여줬음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이 희곡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말이다. 두 인물의 일상적인 대사는 희곡이라기보다는 드라마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리고 조금씩 밝혀지는 그들의 내막은 정적인 그들의 행동에 비해 극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즉, 정적인 행동에 극적인 감정이 덧붙여져서 극적인 효과가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세 인물로도 극의 갈등을 만들어내기 힘든데, 두 인물만으로도 숨겨진 이야기가 밝혀질 때마다 조금씩 극의 흐름이 긴장감으로 이끄는 것은 소설 속에서 보여줬던 그녀의 글쓰기 기법 같다. <모데라토 칸타빌레>, <연인>에서 보여준 남녀 간의 미묘한 분위기가 그녀의 문체 속에 남아 글보다도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들어주는데, 이 <라 뮤지카>역시 정적이지만 남녀의 감정은 고조되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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