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가네시타 다쓰오 '어른의 시간'

clint 2025. 3. 26. 08:30

 

 

 

20년 전 고등학교 교사였던 한 남자가 교직을 그만두고 한적한 시골에 살고 있다.

20년 전 그가 담임을 맡고 있던 반에서는 집단 따돌림이 원인이 되어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그 남자는 그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교사직을 그만 두었다.

남자는 20년 전 살인사건을 일으킨 왕따 학생이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실을 듣고

세월이 흘러 거의 사십이 다 된 왕따 학생과 그 당시 급우들을 불러 동창회를 열게 된다.

한적한 시골집에서 다 큰 어른들이 모여 열리는 학급회의...... '어른의 시간'이 시작 된다.

 

 

 

왕따에 앙심을 품고 급우 다섯 명을 살인했던 창수가 참여하는 동창회.

아무리 복역을 마치고 돌아왔다지만 분위기가 화기애애할 리 없다.

연극은 이들을 통해 끄집어낸 과거는 다시 한번 모두의 상처를 건드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김창수,

제자의 살인에 대한 책임으로 사직한 교사 이현철,

그 충격의 여파에 시달린 부인 김경자, 사랑하는 이를 희생당한 최종혁,

당시 반장이자 현재는 교사로서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는 홍명준,

김창수의 추종자 서병탁등의 진짜 모습이 들어난다.

반감과 증오, 위선은 20년이 지나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교사는 창수가 나쁘다며 당시 반 아이들이 자기에게 보내온 편지뭉치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가 그 날 제자들이 모인 앞에서 공개했다.

진정한 화해라는 명분으로 초대된 옛 왕따 학생은 보란 듯 다수의 위선적이고 안이한

기대를 일거에 허물어지고 만다. 그의 단짝이었던 말썽꾼을 그 자리에 데려 온 것이다.

20여년 만에 모인 옛 급우들 앞에서 둘은 그 동안 분출하지 못한 극도의 적의를 들어낸다.

 

 

 

 

연극 <어른의 시간>은 2010년 일본에서 초연한, 왕따 문제와 학교 폭력을 다룬 작품이다. 일본뿐만이 아니라, 지금 한국에서도 학교 폭력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원인 규명 없이 아직 어린 아이들을 폭력 속에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작품은 지금 학교 폭력을 당한 학생들을 그리고 있지 않다. 학교 폭력의 기억으로부터 20년이 지난 후에,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선생님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것을 통해 지금 당장의 폭력과 상처가 아니라, 폭력 사건으로 인한 몸과 마음의 상처가 2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된다는 것을 그린다.

 

 

 

 

가네시타 다쓰오의 원작을 임세륜이 번안각색한 이 작품은 

특히 학생들의 과격한 폭력들은 아직 우리의 정서에 어울리진 않는 것 같다. 

그래도 폭력에 대한 뼈아픈 성찰들, 왕따 당한 학생이 그 보복을 행했듯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가네시다 다쓰오(鐘下辰男)

1964년 홋카이도태생. 일본공학원전문학교 연극과를 졸업하여 극단 청년좌 연구소에 입단.

1987년, 연극기획집단 THE GAZIRA를 창단.

1992년, 고도경제성장기를 맞이한 일본 사회의 모순과 혼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내면을 그린 tatsuya-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곁으로로 문화청 예술선장문부대신 신인상을 수상하여 극작가, 연출가로 주목을 받는다.

1994년, <생쥐와 인간>(J.E.스타인벡)을 소재로 휴먼드라마 <카스토리 엘레지>로요미우리 연극대상 작품상 후보.

1997년, PW-PRISONER OR WA>와 안중근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겨울의 동백꽃(寒椿)>으로 기노쿠니야 연극상 수상.

1998년에는 PW-PRISONER OR WAR <온실 앞> <가석방>으로 요미우리연극대상 작품상 및 최우수연출가상을 수상.

2000년 이후, 해외와의 교류를 시도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의 합작 Mobil, 한국과의 합작<바다에 가면>, 한중일 합작<서유기>에 참여하여, 일본에서 이만희 <돼지와 오토바이> 낭독공연, 조광화<미친 키스> 연출하고 있다. 또 한국에서는 박장렬 연출로 <루트64>가 공연되고 있다. 인간 <삶>과 <관계>를 현장감이 넘는 연출로 무대화시키며, 또 작가로서는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리얼리티와 정체성, 생존의의를 그리며, 일본 연극계에서도 독자적인 재능을 보여주며 수많은 연극상을 수상하고 있는 극작가, 연출가이다. 현재 오비린대학 총합문화학과 및 총합문화학군 객원교수, 일본공학원전문학교 예술과정 연극과 강사, 기리코시학원 예술단기대학 연극전공 강사.

 

가네시다 다쓰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