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 송씨 집안의 장자인 광균은 아버지 길상의 명을 받아
우암 송시열의 성덕을 좀 더 깊히 연구하려 오랜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나 공부의 결론은 우암이 성인이라 불릴 지위에 있지 않다는 것.
이로인해 아버지 길상과의 갈등이 시작된다.
길상은 광균에게 다음날 있을 문묘제례에 참석말라고 하며
장자에 대한 신뢰를 접는다. 장자인 광균은 남자로서의 구실을 못하는
무정자증 때문에 동생 상균과 처 강희 사이의 불륜의 씨앗인 정민을 얻게 되나,
모든 사람은 정민을 광균의 아들로 알고 지낸다.
문묘제례일, 문중이 모인 자리에서 광균의 분노가 폭발하여 난동을 부리게 되자
문중에 의해 광균은 지하에 갇히게 된다.
서울연구소에서 광균의 논문을 훔쳐낸 아버지 길상은 광균앞에서
책을 불태우는데, 광균이 불더미속으로 뛰어들어 자신을 불태운다.
이를 목격한 상균, 광균의 마지막 순간을 추궁당하는 아버지 길상은
분노 끝에 지병인 고혈압으로 쓰러져 절명하고 만다.
1년후인 문묘제례일, 죽은줄 알았던 광균이 불구의 몸으로 나타나지만
문묘제례 모든 행사는 그대로 치루어진다.
그리고 떠나가는 광균 일가와 상균......
성리학의 종가인 은진 송씨 가문의 과거와 현재를
미학적 완성도와 연극적 에너지로 비춰보는 역사놀이극이다!
송시열, 노론의 이야기, 그리고 인조와 소현세자,
봉림대군, 효종의 이야기가 길상의 집안의 이야기와 교차되어 나타난다.
역사를 소재로 삼은 극과 역사적 사실의 관계는 무엇인가? 정확한 고증, 학술적 탐구 등이 그 선결 조건이라 한다면 손정섭 작 <문중록>은 자신이 다루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객관성을 지니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작가는 그것이 정설이든 그렇지 않던 간에,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이덕일 저, 김영사)라는 대중 역사서를 통해서 송시열을 만났다. 그리고 손정섭은 이덕일을 통해 송시열로 대표되는 조선의 주자학은 한낱 서인 혹은 노론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불과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런데 극작가 손정섭의 작업은 이러한 그의 깨달음을 현재형으로, 다시 말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현재, 그리고 자신의 글쓰기라는 형식 속에 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역사서의 중심 테마 즉 송시열과 주자학을 희곡의 심층으로부터 표면으로 밀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때문에 송시열과 주자학은 희곡의 계기이며, 극 구성의 주요 모티브이지만, 작품의 본질 그 자체는 아니다. 결국 예학, 공자, 송자, 문중 등이 현재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질문하는 것이 극의 주제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송시열의 역사적 평가를 새롭게 비판적으로 조망한다거나, 역사로부터 어떤 교훈을 이끌어내려 하는 것도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배타적인 자기 이익을 위한 신념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가를 보여주며, 나아가 그 갈등으로부터 벗어나 우리 모두를 위한 '정통성' 있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다.
작가의 글 - 손정섭
우암(尤庵) 송시열은 조선의 뛰어난 주자학 학자였으며, 그 업적으로 오늘날까지 공자를 모시는 문묘에 나란히 모셔져 있다. 그러나, 당시 죽을병처럼 걷잡을 수 없던 당쟁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우암, 서인(西人)과 노론(老論)의 리더로서 철저히 보수적 체제를 고집했던 분. 신분제도가 급격히 와해되는 등 새로운 사회가 전개되는데도 소중화(小中華) 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당파의 이익을 앞세웠던 보수적 이론가 우암 송시열을 그렇게 한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에 대한 유림의 찬사가 혹 공허한 건 아니었을까...
송시열에 대한 인간의 얼굴 부여하기. 그를 아직도 추앙하는 사람들의 본질 캐기. 우리 모두 역사를 통해 오늘을 반성하는 역사인들이기에 허락되는 일이다. 그를 둘러싼 근대의 가계 이야기를 가상으로 꾸며, 현대에 아직도 고답스럽게 남은 위험한 파벌 짓기의 불안한 형상들을 환유해보려 했다.
줄거리 상세
1949년. 은진 송씨 가문의 문묘 제례를 위해 미국에 있던 어린 장손 정민이 귀국한다. 이어, 어디론가 사라졌던 정민의 삼촌 상균이 나타나며 문중이 술렁이고, 극이 과거로 돌아가며 펼쳐지는 죽은 정민의 아버지 광균에 대한 이야기 -송씨 집안의 장자인 광균은 아버지 길상의 명을 받아 우암의 성덕을 좀더 깊이 연구하려 오랜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나 공부의 결론은 우암이 성인이라 불릴 지위에 있지 않다는 것. 이로 인해 아버지 길상과의 갈등이 시작되며 악수를 두고 만 길상. 광균에게 다음날에 있을 문묘제례에 참석할 생각 말라고 하며 장자에 대한 신뢰를 접는다. 광균이 동생 상균에게 전해주는 말을 바탕으로 조선조의 인간 송시열 장면이 펼쳐진다.
-문중과 노론파의 집권을 위해 고뇌 끝에 남인과의 혈투를 감행하는 우암. 그 싸움은 효종 서거 후 할머니 장렬왕후의 상복 착용 기간이 문제가 되며 피를 뿜는다. 우암은 효종이 차남으로 왕이 된 점을 들어, 상복 착용기간을 1년으로 주장하는 반면, 남인은 차남일지라도 왕이었으므로 3년 착복을 주장한다. .
-길상이 광균을 서울로 유학 보낸 것은 연구 목적도 있었지만, 사실은 광균의 무정자증 때문이기도 했다. 차남인 상균과 광균의 처 강희 간 불륜을 유도하여 장손을 얻으려는 기도. 그 결과, 강희는 상간의 씨로 정민이라는 아들을 낳고, 모든 사람은 정민을 광균의 아들로 알고 지낸다. 길상은 더 나아가 문중에 위험한 존재인 광균을 제거하기로 맘 먹는다. 그랬을 경우, 당연히 정민이 문묘제례를 이어가야 하지만, 강희는 상균, 정민과 함께 도주를 계획한다. 이를 눈치 챈 길상, 이어갈 새 후손을 낳기 위해 자신의 후처 명여를 들인다. 드디어 장엄한 문묘제례악과 함께 문묘제례일, 집전하는 길상에게 광균이 달려든다. 몽둥이로 문묘를 부수고, 문중들에게 일장 연설을 한다. 격분한 송씨 문중들, 결국 광균을 지하실에 가둬버린다. 갖힌 광균을 통해 정민의 태생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되는 명여..
-강희와의 도주 중 서울에 들른 상균은 광균의 친구를 만나 광균의 연구서를 탐독하게 되며, 이에 광균의 목숨이 위태로움을 감지, 광균을 구하러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고, 정민과 강희는 미국으로 떠난다. 미쳐버린 독설가 광균을 죽이는 길상. 이 모두 길상 스스로 문중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이를 알게된 상균, 길상을 죽이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 다시 1949년, 문묘제례 전날, 정민과 재회한 상균이 정민을 모처로 데리고 간다. 죽은 줄 알았지만, 실은 상균이 구해내어 지하실에 숨겨져 있던 미친자, 광균, 정민과의 만남.
문묘제례 당일. 문중어른 기서가 죽은 길상 대신 제례를 집전하던 중, 죽은 것으로 알고 있는 광균이 다시 나타나 왜곡된 역사에 대해 포효한다. 다시 아수라장이 되는 문묘. 그 와중에 상균은 더 큰 사실을 명역에게 알리게 되는데, 바로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 명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실성한 듯이 솜씨 가문을 떠난다.
상균은 광균과 그의 처 강희, 그리고 아들 정민의 재결합을 문중들 앞에 공표한다. 그리고 그들이 문중 없는 편한 세상으로 편하게 떠나게 해줄 것을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상균이 광균을 가리키며 정민에게 하는 말. "정말 이분이 네 아버지란다.....그래, 정말 아버지라고 생각해도 될 거다. 어차피 같은 문중의 피니까"
떠나가는 광균 일가......그 뒤 송시열 영정에서 길상이 대표하여 걸어나오며 끝난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세중 '통·막·살' (4) | 2024.12.04 |
---|---|
최현묵 '뜨거운 땅' (3) | 2024.12.03 |
박인배 '횃불' (4) | 2024.12.03 |
이상우 '뮤지컬 심수일과 이순애' (5) | 2024.12.03 |
최진아 '1동 28번지 차숙이네' (4) | 2024.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