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R. 타고르 '우체국'

clint 2024. 10. 18. 06:08

 

 

주인공 아마르는 마다브의 양자로 들어온 소년이다.

아마르는 매우 예민하고 허약한 소년으로 병 때문에 바깥출입을 하지 못한다.

그는 언제나 2층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두부장수와 우유장수, 마을 할아버지, 꽃 파는 소년에게 세상일을 전해 듣는다.

그러던 어느 날 순찰꾼으로부터 길 건너 깃발이 높이 걸려 있는 집이 우체국이고,

언젠가는 왕이 편지를 보낼 것이라는 말을 듣고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가진다.

그러나 아마르의 병은 갈수록 깊어졌고

침대에 누운 채 왕이 보낸 편지가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마침내 아마르는 놀이친구인 소녀가 지켜보는 가운데

오랫동안 고대하던 우체부의 편지를 손에 들고 눈을 감는다.

 

 

1912년에 발표된 희곡이다.

모두 2막의 연극으로 현대 인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1913년 아일랜드에서 초연되었으며, 1914년 영역판으로 출판되었다.

병약한 소년 아마르의 순수한 마음과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삶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하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타고르의 희곡 중 《암실의 왕 The King of the Dark Chamber》《왕과 왕비 The King and the Queen》등과 함께 우의적(寓意的) 계열에 속하며, 서정적이고 신비로운 인도철학을 소박한 시적 언어로 형상화한 비사실주의적 희곡이다. 작가는 인간의 영혼과 신(神), 그리고 구원의 메시지에 대한 깊은 종교적 통찰을 동화와 같은 따스한 이야기로 그려내었다. 감옥에 사로잡힌 자아의 해방을 암시적으로 다룬 이 작품은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많은 희곡 중 극적 완성도가 가장 높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1912녀 타고르가 51세에 발표한 희곡 <우체국>은 얼핏 아동극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연극이 진행되어 갈수록 작가의 사상이 모든 대화 속에 면면히 흐르면서 연극의 줄을 이어가고 있음을 본다. 주인공인 어린 소년의 입을 통하여 들려오는 대사는 그 한마디 한마디가 타고르 사상의 대변인 듯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 무대 역시 무엇인가 깊은 뜻을 지닌 듯하다. 병약한 소년은 작은 오두막집 창밖을 내다볼 뿐, 한 발도 밖에 나오지를 못한다. 몸이 아파서이다. 그러나 주고받는 등장인물들의 대화에서 병약하여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고 있는 소년으로 하여금 현세가 아닌 미래의 세계, 즉 사후의 세계로 향한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하는 대단히 상징적인 연극이라 하겠다. 참으로 가련하고 비통하여 가슴이 저려온다.

 

 

저자인 타고르는 이 작품의 본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의 희곡 <우체국>은 과연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아시오?

우리 인도의 자유는 영국 정부에서가 아니라 왕의 사자로부터 직접 와야 한다는 뜻이오.

인도가 잠에서 깨어날 때는 그 누구도 인도를 다시 벽속에 가두어둘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상징이기도 하오."

이는 대단히 의미심장한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