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에드워드 올비 '베시 스미스의 죽음'

clint 2024. 10. 14. 05:56

 

 

베시 스미스는 블루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명성이 높고 위대한 흑인 가수이다.

그녀는 북부로 가는 도중 자동차 사고로 중상을 입게 된다.

남부의 흑인에 있어서 북부는 이상향이며 일종의 약속의 땅이다.

베시 스미스는 그 희망의 땅에 닿기 전에 변을 당했던 것이다.

그녀와 동행하던 잭은 여러 병원 문을 두드렸으나 흑인이란 이유 하나 때문에

한결같이 응급치료를 거절당함으로써 위독한 상태였던 베시 스미스는 죽고 만다.


이 극은 1937년 9월 26일 테네시 주에서 자동차사고로 사망한 흑인 여가수

베시 스미스의 사건을 소재로 삼았으나 베시 자신은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시도는 올비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무대에는 실제로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이 종종 중요한 의미를 갖고 묘사되곤 한다.

그러면서 기교면에서는 서스펜스의 역할마저 하는 것이다.

 

 

 올비의 첫 작품인 <동물원 이야기>(1959년 9월 28일 독일에서 초연)가 그러했듯이

<베시 스미스의 죽음> 역시 미국이 아니라 바다 독일 베를린의 쉴로스파아크 劇場에서

1960년 4월 21일 첫 막을 올리게 된 작품이다.
흔히들 이 작품의 우수성은 백인과 흑인 간의 인종문제를 극명하게 다룬 데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이 작품을 단순히 하나의 사회비평으로서의

인종 문제로서만 해석하고 파악하면 주제의 변죽만 울리게 되는 셈이 되기 때문에

피부적 해석에 머무르기 쉽다. 두말할 나위 없이 <베시 스미스의 죽음>은 올비의 사회적

관심으로서 흑인 문제와 더 나아가서는 현대인의 단절의식을 날카롭게 묘사했다고 본다.

 

 

 


<동물원 이야기〉에서 제리가 말하는 동물원에서 일어난 일,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랴?>에서의 조지와 마사의 어린애,

〈작은 앨리스〉에서 작은 엘리스, 〈맬콤〉에서 맬콤의 아버지 등은

전연 무대에 출연하지 않으면서 극의 테마의 상징으로 되어 있다.
요컨대 <베시 스미스의 죽음>은 응급치료를 거부한 백인전용 병원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초점을 집약시키고 있다. 올비는 이 작품에서 백인의 인도적인 퇴폐를

신랄하게 표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흑인의 비열한 심성도 통렬하게 파헤치고 있다.

백인과 흑인간의 인종 차별 문제뿐만 아니라 백인 간호원과 그의 아버지, 그리고

인턴과 간호원, 흑인 잡부와 잭 관계를 통하여 서로 폐쇄 상황 속에서

허물어뜨릴 수 없는 두터운 벽이 가로놓여 있다는 단절의식을 절감케 한다.

우리는 <베시 스미스의 죽음>에서도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현대산업사회

속에서의 인간의 비인격화와 인간관계의 붕괴를 주로 다루고 있는 올비 사상과

마주치게 된다.

 

블루스의 여왕 <베시 스미스(Bassie Smith)>

 

국내에선 공연이 안된 작품이다. 좋은 작품인데 공연이 안되어 아쉬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