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마테를링크 작 드뷔시 재구성 '펠레아스와 멜리쟝드'

clint 2024. 10. 11. 11:27

 

 

길을 잃고 숲속을 헤매던 골로는 샘가에서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 
멜리쟝드를 만난다. 혼자 있고 싶어하는 멜리쟝드를 설득시켜 골로는 
그녀를 이끌고, 할아버지인 아르켈 왕과 동생 펠레아스가 살고 있는 
알몬드성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멜리쟝드는 어둡고 음울한 성의 분위기에 
두려움을 느끼고 슬퍼한다. 더구나 그녀가 진실로 사랑하는 이는

 남편인 골로가 아닌 펠레아스라는 걸 깨닫게 되고, 골로도 관계를 눈치채게 된다. 
골로는 펠레아스에게 알몬드성을 조용히 떠나기를 권하고 펠레아스 역시 
자신이 떠나야함을 알지만 사랑하는 여인 멜리쟝드가 있는 성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결국 펠레아스와 멜리쟝드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목격한 
골로에 의해 펠레아스는 죽임을 당하고, 멜리쟝드 역시 골로의 아이를 낳다가 

숨지고 만다. 이제 알몬드성에는 골로와 갓태어난 아이의 미래만이 남는다.

 



사랑의 고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펠레아스가 성을 떠나기 직전, 고백하고 입맞춤을 할 때 칼을 쥐고 다가오는 골로의 그림자는 끔찍한 비극이 된다. 그의 칼은 펠리아스를 관통하고 충격을 받은 멜리장드는 앓아 눕는다. 골로는 아기를 낳고 죽어가는 멜리장드에게 부정한 짓을 했는지 다그치며 끔찍한 행동을 한다. 그는 용납하고 싶지 않은 사랑의 규칙이 있는데 그건 "사랑은 받고 싶다고 받는 것도 아니고 주고 싶다 해도 상대가 받아줘야 이루어진다"는 "사랑은 함께, 둘이서 서로 동시에 원할 때만 이루어진다"는 어쩌면 무척 간단한 원리가 여기에 나타난다. 사랑은 마음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가 스스로 그 마음을 내줄 때 외에는 억지로 가져오려고 한다고 되는 게 아닌데, 그가 일방적으로 멜리장드를 사랑하고 그녀가 사랑 해주기를  바란것이다. 멜리장드는 의식을 잃어 가면서 펠리아스에 대한 사랑을 당당하게 고백하지만 끝내 골로가 알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답하지 않는다. 골로는 그녀가 남긴 딸과 함께 영원히 멜리장드에 대한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안고 살아가도록 혼자 이 세상에 남겨지는 것이다.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는 프랑스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 명이며, 20세기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의 양식은 인상주의라는 용어로 요약된다. 이 용어는 1880년경부터 세기말까지 유행했던 프랑스 회화의 유파를 일컫기 위해 사용되었다. 대표 화가가 클로드 모네 (1840∼1926)다. 음악에 있어서 인상주의란 무엇보다 암시와 압축에 근거를 하고, 주로 화성이나 음색을 통해 독특한 분위기와 감각적 인상을 불러일으키는 작곡법이다. 드뷔시는 학생시절부터 바그너에 심취하였는데, 상징파 시인들과 사귀던 1888∼1889년의 바이로이트 여행을 계기로 바그너를 넘어설 결심을 하게 된다. 바그너 악극의 과도한 웅변에 피로와 싫증을 느꼈던 것이다. 그때 만난 희곡이 메테르링크(Maurice Maeterlinck, 1862∼1949)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1892)다. 메테르링크는 상징주의가 꿈꾸었던 영혼의 연극을 창조하였다. 이 연극은 운명의 인물, 일상의 비극, 정적인 전개 등의 개념을 지녔는데, 배우들의 양식 연기를 통해 운명의 한계와 마주하는 영혼의 태도를 암시했다. 드뷔시는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위해 원래의 희곡을 개작하지 않고, 부분 부분을 삭제한 그대로를 대본(5막 15장)으로 사용하였다. 1893년부터 작곡을 시작하여 1895년에는 최초의 형태가 갖추어졌고, 다시 수정하여 1902년 4월 30일 초연(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하였다.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는 드뷔시가 완성한 유일한 오페라다. 가사의 신비스러운 은유와 상징은 이상한 화성, 차분한 색채, 억제된 표현 등과 잘 어우러진다. 이 오페라는 레치타티보도 아리아도 아닌 낭송조로 쉽게 표정을 바꾸면서 계속 흘러간다. 지속적으로 관현악이 뒷받침되지만 결코 성악을 압도하지 않는다. 장면을 연결하는 기악 간주곡은 극의 신비한 전개 과정을 이끌어간다. 드뷔시는 음악이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대사의 생명을 풍부하게 만들어서 극과 음악이 일체가 되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