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리와 정수아는 여고생으로 복싱선수이며 절친이다.
곧 다가올 복싱 선수권대회에 출전하여 입상을 노린다.
둘은 단짝이면서 비슷한 복싱실력으로 늘 같은 스파링파트너이다.
예리는 경찰대에 지원하여 경찰이 될 꿈을 꾸고 있고,
수아는 폭행, 사기로 실형 3년을 살고 나온 전과자 아버지를 두고 있어
그녀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복싱챔피언이 되어 털어버리려 한다.
그러나 시내의 한 술집에서 여성 피살사건이 발생하는데
예리와 수아의 아버지가 그 사건 현장에 있었기에 용의자로
경찰에 끌려가게 되고.....
이로 인한 예리와 수아 사이에 균열이 발생한다....
심사평 - 김나정 정범철
대산대학문학상에 희곡은 총 61편 접수되었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색다른 소재, 참신한 비유와 낯선 시선으로 탱글탱글한 청귤 상자 한 박스를 받았습니다. 한알씩 맛보며 감탄하고 갸우뚱거리며 궁리하다 아쉬워하고 감동받았습니다. 각각 또랑또랑해서 고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작품을 볼 때마다 '희곡은 무엇인가?' '어떤 작품을 감히 좋다고 말할 수 있나?'란 원론적인 질문에 시달립니다. 먼저 '희곡의 꼴'을 갖추었는지를 살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무대의 힘을 한껏 발휘할 텍스트인지를 가늠했습니다. 문장이 섬세하고 맛깔 스러워 소설로 꾸리거나 영상언어로 펼치면 더 풍성해질 글들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장르의 문법을 빌려 희곡의 지평을 넓히는 시도가 문제라는 건 아닙니다. 약간의 지문을 가미한 대사로 전개되면 희곡일까, 줄 글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여러 인물에게 나누어 발화시키면 희 곡일까. 왜 하필이면 '희곡'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궁리를 미룬 게 아닐까, 고민했습니다. SF, 판타지 등 새로운 틀로 현실을 담으려는 작품들이 넘쳤습니다. 파릇파릇했습니다. 그런데 신박한 아이디어가 제안으로 남고 이야기로 육화되지 못하다니, 통탄할 노릇입니다. 아이디어란 악령에 사로잡혀 정작 할 말이 무엇인지를 잊는 마법에 걸린 셈입니다. 또한 이러한 신묘한 설정들을 설명하는데 애정을 집중시켜 정작 인물과 갈등은 안드로메다로 사라지는 사례도 목격했습니다. 허무맹랑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는 이해합니다만, 설명이 넘치면 의미와 재미가 앉을 자리가 줄어듭니다. 소재는 싱그러운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방식으로 풀어나가 는 사례도 아쉬웠습니다. 전형적인 캐릭터, 빌려온 고민, 익숙한 코드의 게으른 조합 등은 새 술을 낡은 부대에 담은 결과를 낳습니다. 아이디어 와 색다른 형식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힘'을 지녔을 때 뜻깊습니다.
「스파링」은 권투 경기장이란 무대 표현방식, 청소년 둘을 설정해 이들의 고민이나 그들을 짓누르는 현실을 팽팽하게 담아냈습니다. 갈등요소가 기다렸다는 듯 때맞춰 등장하는 점에서 살짝 작위적이란 인상도 받았지만 현실의 모순을 이야기에 녹여내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는 장점이 이겼습니다. 두 인물이 마주보며 웃는 마지막 장면은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푸릇푸릇했습니다. 무대를 그리고 그림을 펼치고 이야기를 들려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작가의 글 - 박한솜(서울예대 극작전공, 1996년생)
'전과자의 자식들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라는 짧은 유튜브 영상이 이 작품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원치 않는 프레임이 씌워진 채로 타인에게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느낀다. 요즘 사회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 사람에게 키워드를 심어놓고, 그 사람의 진심이나 노력, 일상을 들여다보기보다 그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전부인 것처럼 한 사람을 매장시키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사회현상을 보면서, 특히 자신이 원치 않은 프레임이 씌워진 채로 학창시절을 보내게 되는 아이들은 삶 속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는 과정마저도 모두 링 안에서 스파링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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