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언니가 자살했다.
이 집에 살고 있는 나, 남동생, 외숙모, 둘째삼촌, 친척 동생이
장례를 치뤘다. 딸이 자살했다는 것이 믿기자 않은 외숙모,
노름으로 가끔 봤지만 볼때마다 꾸중을 했던 둘째삼촌
사촌언니면서도 별로 얘기가 없었던 나, 그리고 고3에 입시가
얼마 안 남은 남동생과 친척 동생이다.
조부모 때부터의 집을 물려 받아 방이 많고 집이 넓어 여러 가족이
이렇게 모여 살지만 서로들 대화가 적었기에 사촌언니의 자살은
충격이다. 특히 외숙모는 누가 자살을 빙자한 살인이라고 믿는다.
사촌언니는 왜 죽었을까? 아니면 누가 살해했나?
이런 열띤 토론과 각자의 생각들이 봇물 터지듯 이어진다.
심사평 - 김나정 차근호
올해 희곡 부문 응모작은 60편으로 각기 개성적인 색깔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간혹 극과 무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작품들도 눈에 띄었는데 희곡이 가져야 하는 극성과 무대 언어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대사는 말을 주고받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극을 진전시키는 기능을 한다. 내면 풍경을 묘사하거나 상황을 설명하는데 머문다면 극을 끌어가는 동력을 잃기 십상이다. 「축제」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인물이 진짜 자살을 한 것인지 그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려는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의 분위기는 부조리하고 한편으로는 블랙코미디적이다.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개성 있는 캐릭터, 극을 진전시키는 정제된 대사, 인물들에게 던져진 상황이 인물의 목적과 동기를 통해 사건으로 발전해나가는 안정적인 구성이 그 어떤 작품보다 눈에 띄었다. 두 심사위원은 논의 끝에 만장일치로 「축제」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축제」가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희곡의 극성을 출중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심사위원들은 이견이 없었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앞으로 한국 희곡을 이끌 출중한 작가로 성장해주기를 기대한 다. 더불어 선정되지 못한 모든 분에게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당선소감 - 김나경
어떤 기대도 없이 공모전에 제출했습니다. 제출 버튼을 누른 후 브레이크 타임이 종료된 것을 기뻐하며 초밥집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래서 였을까요 제 손을 후련하게 떠난 희곡이 훨훨 날아 절 어떤 곳으로 이끌어준 것만 같습니다. 처음 이 희곡을 구상할 때 썼던 시놉시스와 기획의도는 이렇습니다. '언젠가 꿈으로 꿨던 이야기이다. 꿈에서 깨었을 때 그 섬뜩한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해놨고, 그것을 그대로 희곡으로 쓰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어렸을 때 누가 숨어 있을지도 모를 외할머니의 큰 주택이 공포로 다가왔다. 그 소재에 가족들의 욕망과 이기심이 더해져 파국으로 치닫는 블랙코미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이 희곡은 2022년 3월에 꾼 악몽을 모티브로 쓰였습니다. 저는 무서운 꿈을 꿈과 동시에 재밌는 글감을 얻게 된 것에 신이 났습니다. 처음 쓴 초고는 쪽방에 있는 '그 새끼'라는 존재에 치중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써나갈수록 언니를 죽인 그 새끼라는 존재 유무가 중요한 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었고, 언니를 죽인 건 다름 아닌 가족들의 무관심과 과도한 관심, 이 두 가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쓴 이야기였지만 남이 쓴 것처럼 골몰히 들여다보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축제'라는 제목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교정 후에도 귤과 초밥은 먹기 괜찮습니다'와 같은 재치있는 제목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 이야기는 하나의 제사의식과도 같아서 그와 비슷한 이름을 지어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이 제목에는 '가족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된 언니의 죽음은 축하해줘야 할 일이며 가족들의 부조리한 행위는 전부 언니의 죽음을 축하해주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축제>는 탄생했습니다. 이번 당선을 통해서 축제와 같은 연말, 연초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한 분들이 많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 항상 날 위해주는 엄마, 아빠 그리고 마음 써주고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큰언니, 작은언니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글에 대한 큰 배움을 배울 수 있게 가르쳐주신 선 생님들께도 애정어린 감사인사드립니다. 종종 얼굴 보는 친구들아, 매번 만날 때마다 반가워. 서로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이 계속 이어지기를 항상 옆에서 많은 도움 주는 별아, 분 명 크게 빛나게 될 날이 올 거야. 항상 내가 작가라며 응원해주는 수민아, 늘 고마워. 저 자신에게 확신을 가질 수 없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불안정 한 시기들을 만들어준 이들에게도 큰 동력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제 희곡을 읽어주신, 그리고 읽어주실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2022년을 '축제'로 닫게 된 것이 정말 기쁩니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 나봅니다. 저는 요즘 말들로 이루어진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말과 대사들이 제 안에 빼곡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 자신이 세상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더 재밌는 글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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