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정숙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2'

clint 2024. 8. 18. 11:35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틈바구니에서 몇 십년이 넘도록 대를 이어가면서

변함없이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탁소가 있다. 하지만 재개발 열풍이

불어 닥친 동네에는 변화의 바람이 밀어닥친다. 세월에 밀려 어느새

구식이 되어버린 세탁소를 찾는 손님은 점점 줄어만 가고 마침내 오아시스

세탁소는 대출금 이자도 갚기 힘든 경영난에 허덕이게 된다.

불황을 피해 갈수 없게 되자 함께 옷수선하던 점원은 다른 일을 찾아 떠나고

아내는 야간에 빌딩 청소를 하면서 어려운 생활고를 이어간다.

이런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딸 대영은 학업마저 포기한체 늦은 밤까지

취업시험에 몰두한다. 그렇게 세상을 힘들게 버티면서 살던 어느 날

동네 친구와 늦은 밤까지 신세 한탄을 하고 있는데

한 손님이 찾아와 내일까지 부탁한다며 급하게 옷수선을 맡기고 간다.

늦은 밤 일을 마치고 가게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옷수선을 맡긴 손님이

다시 찾아와 아까 맡긴 옷 속에 중요한 물건이 들어있는 지갑을 넣어

놓았는데 없어졌다며 맡겨 놓은 옷을 다시 확인해 보지만 지갑은 없다.

지갑을 찾지 못한 손님이 상심하면서 떠난 후 세탁소를 샅샅이 뒤진 주인장은

먼지 쌓인 세탁물들 속에서 마침내 주인 없는 지갑을 하나 찾게 되는데...

수년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던 세탁소 주인은 아무도 없는 빈가게에서

혼자 갈등과 고민을 하게 된다.

그 돈만 있으면... 세탁소 대출금도 갚고...

형님 병원비도 하고... 아이 대학도 보내고 ....

 

 

 

 

33만 관객이 인정한 착한 연극의 대명사,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의 힘은 '웃음을 넘어선 감동' 이다. 단순한 상황이나 말장난으로 웃기려는 코미디극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상 속의 삶과 진정한 행복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많은 관객들의 감동을 이끌어낸다. 전편인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1>의 무대가 그대로 이어지며, 세탁소를 거쳐가는 인물들 뿐만 아니라 착한 마음의 대명사인 세탁소 주인 강태국 마저 점점 인간미를 잃어가는 모습을 코믹하게 묘사한다. 찌든 마음의 때를 깨끗하게 세탁하고, 지친 삶 속에 잊고 있었던 마음의 소리를 듣는 연극으로 관객과 다시 만난다. 반전의 매력이 없이 너무나 잔잔하게 흘러가는 고달픈 우리네 서민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갑갑하게 느껴 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가 매일 겪어가고 있는 미생에 대한 고민을 여과없이 그대로 대신해서 보여준다. 암울한 현실에 저절로 한숨이 나오고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게 느껴지지만 그래서 더욱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작은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아시스 세탁소의 주인 강태국과 세탁소를 거쳐가는 인물들은 물질만능주의에 의해 어두운 욕망에 눈뜨고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 택시비를 떼어먹고 도망간 아가씨를 잡으러 왔다며 세탁소에 들어와 싸움을 벌이는 택시기사, 손님이 맡긴 옷에 넣어둔 지갑이 없어졌다고 하소연하자 자리에 있던 친구를 의심하는 강태국에게서 우리사회에 만연한 불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급기야는 손님이 잃어버린 돈을 뒤지며 타락해가는 강태국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누구나 겪을 수 인간성 상실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더욱 강해져야 만 하는 아버지! 아내와 자녀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고자 청년시절에 품고 있던 꿈들은 내려 놓은 채 오늘도 묵묵히 일하고 있는 고마운 우리의 아버지!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2>는 주인공 강태국을 통해 아버지들의 고뇌와 아버지의 내면을 보여주며 아버지를 아버지 답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생각하게 한다. 급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의 아버지와 그의 가족들에게 밤하늘의 별처럼 영롱한 가치를 바라보고 꿈꿀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며 오염된 마음, 거짓과 위선의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는 보송보송한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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