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배삼식 '토카타'

clint 2024. 5. 11. 08:43

 

 

한 여자... 유일하게 곁을 지키던 늙은 개를 떠나 보낸,

늙은 여인은 마음 둘 곳이 없어 걷고 또 걷는다.

그러다 가끔 그녀는 하나뿐인 친구를 찾아간다.

자신을 어루만져 주는 유일한 친구를.

한 남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위중한 상태에 빠진,

중년의 남자는 인공호흡장치를 단 채 사경을 헤맨다.

어지러운 코마의 심연 속에서, 고독 속에서 그는 자신이 어루만졌던,

자신을 어루만졌던 손길을, 사랑하는 사람을, 그 기억들을 떠올린다.

 

 

 

중심 줄거리 없이 세 인물의 독립된 이야기를 엮은 독특한 형식의 작품으로 키우던 개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늙은 여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위독한 상태에 빠진 중년 남자, 홀로 춤을 추는 사람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나이 든 여자는 먼저 떠난 남편과의 추억, 남편을 잃고 그다음 시간을 함께 한 반려견과의 추억을 연료 삼아 남은 생을 보내고 있다. 좋은 시간을 함께 보냈던 이들과 사랑스러운 순간들을 떠올리며 다시 그들을 만나는 시간. 고독함, 외로움도 인생의 한 부분으로 여기며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는 시간마저 무언가 따스하고 다채롭다. 한 편 나이 든 여자의 반대편에 사고인지 건강 악화인지 사경을 헤매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 현실의 무력과 비관에 집중하는 남자는 어둡기만 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의 병세가 완화되고 치유되어 간다. 나이 든 여성이 추억 속에 생애 마지막 순간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시간 속에 아직 남자에겐 죽음을 이겨낼 힘이 남아 있는 것이다. 결코 상관이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반대편에서, 혹은 다른 시간 속에서 누군가의 삶의 평화에 기여하고 있는 사람들. 우리들. <토카타>는 행복한 슬픔과 고독 속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시간이 진행되는 사이에 남자무용수사 보여주는 춤은 그런 배우들의 심정을 대변하듯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제목 '토카타'는 이탈리아어로 '만지다'는 의미인 '토카레'에서 나왔다.

극작가 배삼식은 "코로나19를 겪으며 관계의 단절 속에서 '접촉'의 의미를 자주 생각하게 됐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희박해진, 때로는 위험한 것으로 여겨지는 '촉각' '접촉'의 의미를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다. 그리고 고립이라는 측면에서 조금 더 일반 사람들보다 몰아붙여진 인간들의 이야기입니다. 외부와의 단절에 즉각적으로 고통을 표출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결국은 자기 내면으로 더 눈을 돌리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을 따라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죠. 예술은 때론 다른 종류의 시공간을 경험하게 해주는데, 이번엔 우리 내면의 공간에 더 집중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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