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태수 '인물실록 봉달수'

clint 2024. 5. 12. 13:28

 

 

보청기와 전문의료기기를 만들어 파는 BMS그룹의

봉달수 회장은 불같은 성격으로 인해 어느날 회의석상에서

목소리를 높이다가 뇌출혈로 쓰러진다.

재빠른 응급조치로 정상을 찾은 봉회장은 이렇게 인생이

허퉁하게 끝날수도 있는 거구나하는걸 자각하고는 자서전을

하나 쓰기로 한다. 그리고 비서를 통해 국내최고작가를 불러오게 한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 작가로 선정된 사람은 까칠녀의 대명사이자

국내최고의 여자작가인 신소정.

그녀에게 급전이 필요한게 결정적 이유가 된다.

 

 

 

하지만 성격상두사람의 대결은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두 사람은 만날때마다 의견충돌을 일으키는데

들여다보면 유치하고 코믹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 서로를 향해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데.... 결국 자서전이 조금씩 완성되어가면서

봉회장은 자서전을 통해서 자기를 처음으로 회고하게 된다.

동시에 신소정 역시 자서전을 쓰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과거의 기억을 통해

아무도 알지 못했던 봉회장의 충격적인 과거 하나가드러난다.

봉회장은 그 사실로 인해 자서전을 포기하려 하지만 신소정은

그를 설득하여 기어이 그 사실을 자서전에 담는다.

그리고 신소정 자신도 가슴속 깊은 곳에 은밀히 감춰두었던

비밀스런 과거 하나를 통렬히 고백한다.

결국 책이 출간되고 두 사람은 출간기념으로

둘만의 파티를 벌이는데....

 

 

 

 

작가의 글 - 김태수

그 여름 어느 하루가 생각납니다. 만만치 않은 주제를 선택한 탓에 임의롭지 않게 작품을 완성하곤 이 희곡의 주인공이 되실 이 시대 최고 배우 윤주상 형께 양수리 푸른 강물이 보이는 음식점에서 한껏 분위기를 잡다 보배련듯 내밀었습니다. 그리고는 작품 탈고 후 늘 그렇듯 갑자기 몰려오는 헛헛함에 이틀을 백치처럼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지냈습니다. 그러다 문득 비몽사몽간에 받은 답장하나, 작품이 아주 맘에 든다고... 기분 좋으니 때 가리지 말고 소주 마시자고 그날 우린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허름한 재래시장 족발집에 앉아 작품을 논하며 아주 유쾌하게 과음을 했습니다. 윤주상형은 무려 150여 편의 연극에 출연하면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연기상을 섭렵한 대가이고, 나 역시 부끄러운 말이긴 하나 나이에 걸맞지 않게 손가락에 꼽힐 만큼 많은 희곡을 공연하여 '한편의 연극을 공연한다'란 개념에 대해 특별한 감흥이 없을 것 같은데도, 새로운 희곡을 앞에 두고 모든 걸 다 잊은 천진한 아이들처럼 목청 높여 떠들고 웃으며 이 희곡이 펼쳐낼 꿈같은 무대 판타지에 들떠 여름 한 날을 아스라이 보낸 기억이 있습니다. 그랬습니다. 애초 이 작품은 배우 한사람을 머릿속에 그리며 썼습니다. 그러자고 작정해 쓴 작품이고 그러기 위해 뜻을 같이해 쓴 작품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분만이 이 연극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뒤늦게 참여한 탁월한 연기자 송영창 배우도 뛰어난 카리스마 넘치는 개성으로 같은 역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으니 그 말이 내가 하고자 했던 본질의 의미가 아닌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탄생의 기원을 같이 한만큼 적어도 초연만큼은 윤주상 형을 위한 성찬의 의미가 큽니다. 그러고 보면 우린 11년 만에 무대에서 다시 만나는 경우입니다. 11년동안 천번(?)도 넘은 술자리를 가졌음에도 작품만큼은 조심스러워 말을 건네지 못한 듯합니다. 작품 고르는 안목이 까다로운데다 방송출연으로 워낙 바쁜 일정을 보내니 연극하자는 말이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심전심으로 맘이 통해 작품을 같이 하기로 약속하게 된 것은 11년 전 같은 경우로 만나서 올렸던 <꽃마차는 달려간다>란 작품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작품이 되고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다시 그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염원이 통했던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뜻이 곰비임비로 통한 덕인지 그때 연출을 맡았던 주호성 선생도 다시 참여하시면서 그 옛날의 영화를 재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튼 잘 만났습니다. 작품에 대한 근성과 자부심들이 대단한 분들이라 작품 하나는 똑 부러지게 잘 만들어질 거란 믿음이 생깁니다. 전 개인적으로 <인물실록 봉달수>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오래도록 관객들과 만나는 브랜드 높은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 어디서든 누구나 올리고 싶어하고, 보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남게 된다면 작가로서 그보다 행복한 게 어디 있을까요. 그러고보니 갑자기 기도하는 심정이 되기도 하는군요. 아직은 겨울이지만 이 작품이 올라갈 때면 그럴싸한 봄이 돼 있을 것입니다. <인물실록 봉달수>가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에 아름다운 훈풍을 불어주어 봄을 아름답게 향유하는 향기로운 작품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길 소망해봅니다.

 

 

 

“보청기는 들리지 않는 사람이 들리도록 하는 기구지만 동시에 입력되는 수많은 소리 중에서 들어야 하는 소리를 잘 듣게 해주는 장치라네.”
안 들리는 이들을 위해 가장 잘 들리는 보청기를 만드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고 또 성공한 BSM 그룹의 회장 봉달수 회장.
하지만 정작 자신은 들었어야 하는 많은 이야기를 놓치고 살다 인생의 마지막 즈음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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