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근형 '처음처럼'

clint 2024. 5. 10. 08:20

 

 


아득한 옛날 이 땅에 한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형제는 우애가 좋고 더 없이 사이가 좋았으나 

어느날부터 앙숙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설날 아침의 일이었습니다 

형제의 부모는 자식들에게 설빔을 사다주었죠 

그러나 형제는 자기 옷에 만족하지 않고 

서로 상대방의 옷이 더 마음에 든다 여기고 

싸우다 결국 옷은 찢어지고 그들은 그 일로 하여 

평생 앙숙이 되어 싸우게 되었습니다. 

부모는 자식들의 화목을 바라는 마음으로 유서를 쓰고 

세상을 하직했지만 자식들은 부모의 죽음조차 상대방의 탓이라 여기고 

그날부터 계속 원수처럼 서로를 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처음에 말로 싸우기 시작했으나 

점차 폭력적이 되고 서로의 가족을 해하는 살인까지 

서슴치 않게 되었습니다.

 

 



극중 액자처럼 고모와 삼촌이 아이들에게 옛날 얘기 해주듯 이어지는 못된사나이의 파란만장 좌충우돌이야기다.  <처음처럼>은 두 형제간의 다툼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두 형제란 인물은 남한과 북한의 의인화란 생각이 들었다. 6.25가 나오고, 베트남 처녀가 나오고 하는 걸 보니. 연극의 말미에 두 형제는 서로의 목에 밧줄을 묶고서 싸우기를 반복한다. 남북한 뿐 아니라 서로간의 이념이 대치되는 상황, 갈등, 무시 등 모든 것을 포함 한 듯 보인다. 작품은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표류하는 우리 사회의 계층 갈등과 반목을 드러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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