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정용 '사이드 미러'

clint 2024. 1. 9. 10:54

 

 

진실은 보이는 것 보다 가까이⋯⋯

<사이드 미러>는 기본적으로 미스터리를 표방한다.

잃어버린 시간과 기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은 자신이

살인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더욱 필사적으로 상황해서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사건은 자신의 의지와는 정 반대로 꼬여 가기만 하고,

거기에 어떤 불가항력적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태는 점점 더 통제 불능이 되어 가고

주인공은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비어진 시간과 기억을

메우고자 더욱 고군분투한 다.

여기에 의문의 여가수. 난독증에 걸린 도둑,

술에 취한 남편 등 독특한 캐릭터들이 번갈아 가며 등장해

사건을 점점 기묘하게 만들어 가고, 이렇게 숨막히게 진행되던 사건들은

결론부분에 와서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게 된다.

 

 

 

이 작품의 시간적 특징은 한 장소에 여러 시간이 중첩되어 보여 진다는 것에 있다.

여러 시간대의 인물들은 각자 그 시간대에 속해 있어 다른 시간대의 인물을

보지 못하지만 관객은 총체적으로 그들을 봄으로써 극을 이해하게 된다.

공간 역시 한정된 곳이 아닌 열린 형태를 취하고 있어

그것이 뒤섞인 시간과 맞물려 복합적인 공간으로 나타난다.

<사이드 미러>는 진실을 찾기 위해 스스로 진실을 만들어가려고 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통해, 절대적 진실과 상대적 진실.

그리고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우화라고 할 수 있다.

<사이드 미러>는 크게는 운명과 절대자에 관한 아이러니한 이야기이며,

작게는 혼란 속에서 누명을 벗고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진실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으며,

거울을 보고 오른손을 들면 거울 속 나는 왼손을 든다.

우리 일상에 숨은 작은 차이와 그 속에 담긴 미스터리를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나선형 계단 하나.

그것이 바로 본 작품 <사이드미러>인 것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종도 '난파, 가족'  (2) 2024.01.11
이재현 '포로들'  (2) 2024.01.10
최인석 '도둑 천가'  (2) 2024.01.08
박진희 '슬푸다, 이도 꿈인가 하니'  (2) 2024.01.07
원작 강정연 극본 김민기, 배삼식 '도도'  (1) 2024.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