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李載賢)이 지은 장막희곡.
1972년 5월 16일부터 22일까지 국립극단이 공연.
평양에서 태어나 6·25전쟁의 와중에서 어린 나이에 월남한 이재현은 극작가로 데뷔하는 첫 작품 <바꼬지>(1965)로부터 출세작에 이르기까지 대개 조국분단과 이데올로기의 갈등, 그리고 향수를 주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포로들> 역시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대립, 그리고 동족상잔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멀고 긴 터널>(1978)·<적과 백>(1983) 등과 함께 3부작으로 쓰여진 것이다.
제목에서도 부분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작품의 무대는 6·25전쟁의 상징적 장소라 할 거제도 포로수용소이다.
역사적인 기록을 대표하는 부분과 역사에 의하여 비극적으로 침몰당하는 한 소년이야기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다분히 기록극적 성격을 지녔으며, 11장면으로 짜여져 있다. 주인공의 한 사람인 브라운 목사가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 점에서 서사극 형식이기도 한 이 작품은 한 청년의 억울한 죽음을 통해서 이데올로기의 허구성과 전쟁의 무모함을 고발한 휴먼드라마라 하겠다. 즉, 우연히 길가에서 끌려가 인민군이 되고 또 포로가 되어 부모와 연인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좌우익포로들의 충돌 속에서 무참하게 죽음을 당한 주인공 김영철의 참담한 이야기가 축을 이루지만 그 과정에서 사상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난다. 특히 과격한 공산주의자들의 횡포는 거제포로수용소를 전쟁터처럼 만들기도 한다. 가령 수용소사령관 (도드준장) 까지 납치하여 협상을 벌일 정도로 격렬하였던 것이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작품은 역사에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거제도수용소에서 전쟁 중에 포로들 사이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것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기록극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작가가 이 작품에서 묘사하고자 하였던 것은 이념의 맹점과 전쟁의 악이며, 그 속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파괴되는가라고 하겠다.
이재현의<포로들>(1972),<멀고 긴 터널>(1977), 그리고 1980년대에 발표는 되었지만 함께 논의될 수 있는 <적과 백>(1983)은, 6·25 전쟁포로라는 민감한 사항을 기록극의 형식으로 개척한 삼부작이다. 이들 삼부작은 기본적으로 아직 흑백 논리적 이데올로기의 선택이 분명하니, 반공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극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기존 반공극의 단조로움을 넘어서서 새 차원을 열었다. 또한 포로문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유엔사령부에 대한 강력한 고발을 하고 있으니, 소위 우호 강대국에 대한 분단의 책임자체를 묻는 물음으로까지 확대된다고 하겠다. 즉 우방을 바라보는 시각의 현저한 변화라고 하겠다
5'16 民族文化 歐曲當選作이기도 한 이 작품은 1972년 월 국립극장이 이기하 연출로 공연하였는데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천쟁과 휴머니즘의 갈등, 이데올로기와 개인의 자유와의 갈등, 한쪽의 일방적인 正義와 상대적인 利益과의 갈등을 서사 극적인 技法으로 전개시켜 나갔다. 이 劇이 서사극의 형식을 취했다는 점도 70년대 연극으로서 중요하거니와 그와 같은 형식을 통해 역사적 사실의 객관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점은 더욱 중요하다. 그것은 작가가 어느 쪽 이데올로기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한국인의 운명이 얼마냐 타의적로 결정되고 강요되었나를 객관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한국인인 우리 관객의 마음에 치솟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연극의 서사극형식에는 아직 미숙했다. 이 말은 역사적 현실을 차갑고 냉정하게 보는 눈이 작가나 연출자에게 부족했었다는 것을 말한다. 즉 연출자나 작가나 높은 휴머니즘으로 승화시켜야 될 한 포로의 비극을 낭만적 감상 내지 멜로드라마 틱한 센티멘탈리즘으로 전락시켰던 것이다. 특히 演出에서 재래적안 수법을 그대로 劇에 적용시키려 한 점은 이 작품 공연을 손상시켰다. 그러나 수용소 안에서의 두 개의 이데올로기의 극한적인 갈등과 그 틈바구니에서 희생당하는 안간들의 슬픔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한국 전쟁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 유일한 작가로서 李載賢의 공로와 〈포로들〉은 한국 연극의 수확이며, 특히 우리 시대 의 작가로서 問題意識을 고취 시켜준 점은 높이 평가될 만하다. - 한상철
작가 이재현
1940년 평양에서 태어남. 경기중고교, 서울대 사대 졸
동국대학교 대학원 졸(극문학전공, 문학석사)
극단 실험극장 사무국장, 드라마센터 기획실장 등 역임)
한양대학교, 서울예대 강사 역임
<엘리베이터>실험극장공연,<송학정>국립극단 공연
<성웅 이순신>신축 국립극장 개관기념공연
<북향묘>국립극단 공연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은숙 '존경하는 선생님' (1) | 2024.01.12 |
---|---|
장종도 '난파, 가족' (2) | 2024.01.11 |
김정용 '사이드 미러' (2) | 2024.01.09 |
최인석 '도둑 천가' (2) | 2024.01.08 |
박진희 '슬푸다, 이도 꿈인가 하니' (2) | 2024.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