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전은숙 '존경하는 선생님'

clint 2024. 1. 12. 12:56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

 

 

심사평 <심사위원- 이근삼, 이윤택>

올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응모작은 60편에 이르렀다. 예년에 비해 배로 늘어난 응모 편수를 감안한다면 그만큼 희곡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고, 또 그만큼 새로운 극작술을 보여줄 수 있는 당선작을 기대했다. 특히 '올해의 한국연극 BEST3'에 선정된 극단 청우의 <인류 최초의 키스(김광보 연출)는 바로 부산일일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희곡작가 고연옥씨의 창작극이다. 부산일보 신춘문예 출신이 한국연극의 베스트 대열에 드는 극작가로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응모 편수에 비해 당선작을 겨룰 수 있는 작품은 적었다. <선택>(김동환), <68번의 사랑>(조민오), <소나무 아래 잠들다>(한숙희), <존경하는 선생님(전은숙) 등이 논의의 대상에 올랐다.

<선택>은 일종의 우화극으로 넉넉한 관념과 스케일이 단연 돋보였다. 그러나 레제드라마 이상의 공연성이 결여되어 있다. 장막극으로 다시 써보기를 권한다. <68번의 사랑>은 가장 부산적인 작품이고 따뜻한 삶의 낙천성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말미의 극적 마무리가 성급하고 상투적이다. <소나무 아래 잠들다>는 인물 성격과 화술 표현 능력은 수준급이나 극적구성이 단순했다. 결국 가장 단막극 적인 작품 <존경하는 선생님>을 당선작으로 정한다.

등장인물의 성격, , 주제의식의 구축 등이 무난했다. 무엇보다 막을 올렸을 때, 재미있고 삶의 페이소스가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당선을 축하한다.

 

 

 

당선 소감 - 전은숙

겨울 해가 뒷산으로 지고 있다. 저렇게 눈부시다니…. 그래서 나는 눈물이 난 것이다. 춥다. 밥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태어나서 여지껏 난 쌀 한 톨을 위해 아무런 보탬도 되지 못했구나' 그것이 부끄럽고 아프다. 편안해지려고 꺼억꺼억 울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받을까 말까. 무슨 말을 하는지 통 알 수가 없었다. -

희곡은 내가 붙든 단 하나의 명제다. '사람'을 쓰고 싶다. 그 고요한 쓸쓸함을 쓰고 싶다. 연극은 살아 숨쉬고 있어 시퍼런 고등어처럼 퍼뜩퍼뜩 날뛰고 있구만! 돌아보면 가난은 가장 큰 스승이었다. 하나씩 하나씩 버려야 한다.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어린 왕자에게 별의 장미가 특별한 것처럼 이 땅의 모든 것이 내 게 특별하도록 길들여 나가야겠다. 그래야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부서지고 아파해야 할지 가늠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멀었다. 내가 꾸던 꿈들이 꿈으로 끝나지 않아 다행이다 싶다. 살아남을 것을 약속한다"글을 써야겠어요" 이후 늘 부모님께 죄송했다. 사랑해서 미안 한 내 가족과 '입으로 쓰지 마라'는 박상률 교수님, 숭의 문우들, 그리운 사람 몇이 떠오른다. 이근삼 선생님, 이윤택 선생님께서 작품을 읽어주셨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서른이다.......

 

 

전은숙

1973년 경북 봉화 출생

1999년 숭의 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01년 계간 『문학과 경계』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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