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만중 원작 마당놀이 '구운몽'

clint 2024. 1. 13. 17:45

 

 

앞풀이 : 서포 김만중은 상감에게 충언한 것이 죄가 되어(기사환국) 남해절도로 귀향길에 오른다. 망망대해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떠나는 김만중. 그 귀향길에서 폭풍우를 만나 배가 난파되어 도사공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건지나 그들이 도착한 곳은 신선의 세계인 곡마단……
첫째마당 : 김만중과 도사공 두 사람은 무릉도원(곡마단 무대)에 안착하나 팔선녀와 놀아난 죄로 육관대사로부터 속세로 환생하는 고행을 벌로 받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바로 곡마단 무대였기에 김만중의 구운몽이 펼쳐지는 계기가 된다. 김만중의 상상력이 나래를 편다……
둘째마당 : 장백산 기슭의 나무꾼 내외인 양처사와 유씨는 자식 낳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가뭄과 흉년에 황건적들의 시달림으로 절망스러워 한다. 만삭의 유씨는 아들을 낳는다. 선계에서 내려온 김만중(성진)은 양처사의 아들 「양소유」로 태어난다. 그는 순식간에 청년으로 자라 황건적 토벌길에 오른다.
셋째마당 : 태수의 폭정에 시달린 백성들은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며 생존경쟁의 처참한 투쟁을 한다. 이 고을에 나타난 양소유(김만중)는 떠돌이 동양철학자 도사공을 만나 민중봉기의 계획을 세운다. 양소유는 달밝은 밤 수양버들 늘어진 누각에서 태수의 이름다운 딸 진채봉과 운명의 상봉을 하게 된다.
넷째마당 : 민중들의 요구에 의해 지도자가 된 양소유는 혁명의 선두에 서서 태수의 성을 함락하고 태수를 살해하나 자기가 사랑했던 여인(진채봉)의 부친이란걸 알고 좌절한다. 이 혼란 속에 황건적의 두목 활개가 정권을 찬탈하고 진채봉은 활개의 아내가 되어 지아비 죽음에 대한 복수를 결심한다.
다섯째마당 : 「역사의 허구」에 실망한 양소유는 가장 비천하나 자유를 구가하는 거지소굴을 찾아가서 그들의 두목이 된다. 한편 태수가 된 활개를 조종하여 진채봉은 삼권을 징악한다. 돈을 고을에 뿌려 백성들을 모두 채무자로 만들고 백성들을 사치와 향락에 빠져 권력의 노예로 전락시킨다.
여섯째마당 : 백성을 노예와 채무자로 장악한 활개와 진채봉은 백성들의 정신을 마취시키기 위해 우민화정책을 시도한다. 전 백성에게 태수비(진채봉)를 찬양케 하는 세뇌공작을 시작한다. 한편 양소유는 반란을 주도하여 신임태수 활개를 살해하고 스스로 태수의 관을 머리에 쓰고 권력을 장악한다. 그러나……
뒷풀이 : 태수비(진채봉)의 여종(백치)에게 살해되는 양소유… 놀이마당은 다시 곡마단(앞풀이)의 무대로 바뀌고 김만중은 지금까지의 얘기가 자신의 「구운몽」이라는 창작세계속의 일장춘몽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仙界(선계) 육관대사의 부름을 받고 몸소 사약을 마셔 한 많은 인생을 마치고 영원한 곡마단의 세계로 뛰어 든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모든 사건은 김만중의 창작세계 「구운몽」속에서 이루어진 일장춘몽이라는 걸 깨닫는다.

 

 

 

조선 후기인 1687년에 서포 김만중이 집필한 고전소설. 한국 양반소설의 대표 주자로삼국유사에 실려있는 '조신의 꿈'의 기본 틀을 활용하여 스토리를 확장한 소설이다중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조설근의 대작 소설 《홍루몽》과 비슷한 줄거리 형식을 지니고 있는 소설인데시기 상으로만 보자면 1740년에 쓰인 《홍루몽》보다 1687년에 쓰인 《구운몽》이 더 앞선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홍루몽》이 청나라에 수출된 《구운몽》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김만중이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세가지 설이 있다.

불교의 '()' 사상을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라는 설과 '꿈 속에서는 양소유가 되어 유교 이상의 정점에 오르고 현실에서는 불교 이상의 정점에 오른다'는 내용을 통해 어느 세계관에서든 정점에 오르고 싶어하는 양반들의 이상을 반영한 작품이라는 설이 있다마지막 하나는 양쪽 모두를 주제 의식으로 품고 있다는 것이다자유 연애를 꿈꾸는 여성들의 꿈을 실현시킨다는 여권을 위한 소설이라는 설도 있다.

 

 

 

김상열 각색· 연출의 변/ 굴절의 프리즘을 내놓으며

서포 김만중(金萬重,1637~1692)은 조선조 인조와 숙종 때 사람으로 파란만장한 관직생활을 거쳐서 남해(南海)에 유배되었다가 그곳에서 구운몽을 완성하고 한 많은 인생을 마친다.

그는 어머니를 위로코자 이 한글 소설을 썼다고 하나 끝내 모친의 임종도 보지 못하고 숙종 18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운몽(九雲夢)은 성진이라는 육관대사의 젊은 제자가 팔선 녀와 놀아난 죄로 이승으로 유배되어 양소유로 다시 태어나 8명의 여성편력을 한 뒤 인생무상을 느끼던 중 잠에서 깨어난 즉 연화봉의 육관대사 면전에서 꾼 짧은 꿈이었다는 것이 원작의 줄거리다. 국문학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듯 소설의 배경이 중국이고 따라서 등장인물 또한 중국사람으로 되어 있어 그의 사대성에 대한 평가도 혹독할 수 있다. 그러나 탁월한 작가의 상상력과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 가는 솜씨 하며 더욱이 유불선(儒佛仙)의 동양사상을 아주 잘 조화시킨 그의 창작력은 뛰어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운몽의 주제는 인생의 부귀공명에 대한 허망함이며 인과응보와 윤회라는 불교사상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게 특징이다. 원작에 나오는 팔선녀는 부귀공명, 권문세도를 상징하는 8개의 인간 욕구 상징이며 그 모든 것을 섭렵 · 소유하였으나 인생은 무상하고 그것은 태어나기 전 세계인 연화봉에서 깜박 졸았던 일순간의 꿈이었다는 허무적 귀결이다.

 

 

 

양소유가 팔선녀를 편력하면서 하북의 삼진, 토번의 난을 진압하고 승상과 부마가 되기까지의 대() 파노라마의 무용담이 곁들여진다. 이것이 마당놀이로 인수분해 되는 과정에서 시대배경은 부득이 삼국시대로 옮겨지고, 선계(仙界)는 곡마단 무대로 바뀌게 된다. 지금까지의 마당놀이가 조선조를 배경으로 했던 것에서 비약을 한 것이고, 그러므로 의상과 치장에 있어서 좀 더 색채적인 확대를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 풍자와 해학을 시도함에 있어서 단순한 인생무상의 주제에서 권력과 명예와 재물에 대한 영원한 인간의 속성을 투영하고 싶었다.

야만성과 인간성이라는 아주 엷은 벽 사이를 왕래하는 그 속성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측면만이 우리의 인생을 좌우하는 가치기준 속에서 인간성이 소멸되어 가는 현상을 구운몽이라는 거울 속에 비춰 보고 싶었던 것이다. 정신적인 가치나 문화적인 윤리보다 권력과 돈이 당연히 앞서 줄달음치는, 그래서 그 절대악의 추종에서 비롯되는 정신세계의 파괴가 바로 구운몽을 소재로 하여 재구성된 것이다.

큰소리치고 잘 살아 봤자 허망하다고 불교적인 제행무상관을 역설하는 그 종교적인 관조가 진실로 현실의 부귀공명을 이긴다고 볼 수 있는가 하는 '되받아치기'의 역설을 놀이마당으로 꾸며 보려 했던 것이다. 어쨌건 이 놀이마당이 즐겁고 유쾌하길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체험이나 교훈보다 현실의 욕망이 그 시대에선 늘상 이겨왔다'는 그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이 놀이마당을 꾸민다. 그래서 8년 동안 문화방송의 마당놀이를 위해 애써온 분들의 공적을 이어받아 실험적인 굴절의 프리즘을 놀이마당에 조심스레 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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