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상열 '풀리지 않는 매듭'

clint 2024. 1. 12. 18:02

 

 

기수 신형원의 노래가 흐르는 작품이다.

<음악 목록> 1. 풀리지 않는 매듭 2. 빈수레 3. 잃어버린 밤 4. 유리벽 5.

모두 다 하얗게 6. 사람들 7. 외사랑 (슬픈사랑) 8. 안개꿈 9. 불씨 10. 풍선  

이 노래가 이 작품과 절묘하게 물려간다.

 

 

 

 

미대 복학생 나진규와 그의 여친, 신형원.

그리고 미대교수 현철민과 그의 아내 유혜진이 나온다.

어느 날 학과 회식 때 술에 만취한 현교수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그의 아내인 혜진을 만난다.

철민의 처가 결혼 2년만에 자궁암으로 죽고, 재혼한 두번째 아내이다.

아이가 없어 둘 사이가 진규 눈에 거리감을 느낀다.

그 이후 철민과 제자인 진규는 학교에서나 주말에도

산행을 하는 둥 가까워지고

반면 진규와 형원은 차츰 거리가 멀어지고

그러던 중 철민과 진규가 수락산 암벽코스를 오르다가

철민이 추락해서 병원 중환자실에 다리를 수술하고

진규는 사모님인 혜진을 모델로 그림을 그린다.

그 후 현철민 교수가 병원에서 회복을 못하고 죽게 되자,

경찰에서 추락사고를 조사하고….  

 

 

 

 

작가의 글 - 김상열

1985년 신년 새해에 삼가 우리 극단 "마당" 세실 극장의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끼고 그 아늑한 막다른 골목길에서 부산하게 스쳤던 여러분들의 발길과 그 박수와 열광은 분명히 1985년에도 세실 극장 무대 위에서 좀 더 성숙되고 세련된 예술의 열기로서 표현되리라 믿습니다. 우리의 삶은 아직도 춥고 가난하고 그리고 어둡습니다. 우리의 이웃과 우리의 주변이 아프고 고달픈 역경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예술은 고달픈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깨달음의 원천이 되어야 하며 꽁꽁 얼어붙은 마음과 영혼을 훈훈하게 녹여줄 작은 모닥불이 되어야 합니다. 2차대전 직후 실의와 좌절에 빠진 독일의 한 남자가 자살을 계획하고 거리를 배회하다 어느 작은 극장의 간판에 호기심을 갖고 죽기 전에 시간이나 때우려고 들어갔는데 마침 그때의 공연이 유명한 "튀란도트"였고 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 자연의 찬가라는 그 주제에 몰두되어 자살을 취소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세계 연극 비화 중에 있습니다. 예술이 단순한 오락적 기능보다 절실한 구원의 참뜻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우리들의 정서가 메말라가는 현대 물질문명권 속에서 궁 극적으로 예술과 종교만이 어떤 구원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이론은 점점 자명해 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남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한 겨울에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은 절대 남을 의심하 지 않습니다. 골목 어귀에서 군밤 파는 가난한 아낙네의 등에 업힌 어린 애기 때문에 가슴이 아픈 사람은 절대 뽐내지 않습니다. 한편의 연극을 보고 밤잠을 설치는 그 순결한 정서를 가진 사람은 그 끔찍한 살인사건을 절대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극을 사랑하고 예술을 귀중히 여기며 연극예술이 얼마나 소중 한가를 느끼는 국민과 국가는 풍요롭고 번창합니다. 예술이 기를 펴지 못하고 구박을 받으며 그래서 그 많은 시간과 금전이 영동의 룸살롱이나 그 잘난 프로야구에 몰려 아귀다툼하는 사회는 목욕도 하지 않고 새 옷을 입은 거지꼴과 다를 게 없습니다. 거액의 어음부도와 유명인들의 간통사건이 기껏 사회적 관심사이고 아름다운 한 편의 시, 한 편의 연극이 귀찮은 거지 신세로 사회의 외진 곳에서 서성거린다면 그 사회는 정신적 거지신세를 면할 길이 없습니다. "튀란도트"라는 작은 연극 이 죽으려는 한 인간을 구했듯이 우리들의 작은 예술행위가 죽어가는 사회윤리와 문화정신을 희생시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람도 사회도 삭막한 걸 쫓고 있으며 쾌락적이고 퇴폐적이며 말세론 적인 좌절 분위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인심도 거칠어 가고 관계도 속임수에 휘말려 듭니다. 예술은 인생과 사회의 궁극적 목적이 될 수는 없어도 수단과 방법이 될 수는 있습니다. 음악이 있는 비엔나의 시민들이 성실하고 착하며 샹송의 감미로운 멜로디가 있는 파리사람들이 세련되고 품위 있듯이 우리에게도 우리의 사회가 성실하고 세련된 연령을 가질 수 있는 예술의 기본 흐름이 분명히 사회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1985년 극장의 좌석을 받기 위해 덕수궁 돌담길을 종종걸음칠 여러분들의 발길에 축복이 내리길 기원합니다. 철저하게 웃고 즐기며, 철저하게 슬퍼하고 아파할 줄 아는 우리 극단 "마당세실극장 가족 여러분들의 지혜로 우리의 사회가 한층 밝고 풍요로워질 것을 확신합니다. 그래서 입장권을 손에 쥔 여러분들과 연극을 꾸미는 우리들의 작은 관계가 죽음까지도 삶으로 뒤바꿔 놓은 예술창조의 원동력 이 되길 간절히 원합니다. 새해에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내에 축복이 충만하길 비웁니다. -1985 1월 프로그램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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