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홍사용 '흰 젖'

clint 2023. 7. 21. 10:18

 

홍사용의 <흰 젓>은 한국근대문학사에서 ‘歷史劇’이라는 용어를 타이틀로 내세운 최초의 작품이다. (1928년 발표)
이 같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흰 젓>은 그간 연구사에서 외면된 텍스트나 다름없었다. 홍사용에 관한 작가론 연구의 한 장면에서, 혹은 불교극 논의에서 단편적으로 거론되는 데 그쳤을 뿐이다. 이광수의 역사소설 『異次頓의 死』와의 비교를 통해 <흰 젓>이 한국희곡사에서 자리하는 위치를 볼때 <흰 젓>이 한국 근대희곡사, 특히 1920년대 희곡사에서 차지하는 독보적 위상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역사극이라는 타이틀 당당히 내건 최초의 작품, 해당 시기까지 발표된 희곡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스케일의 장막극, 사료에 대한 정확하고 풍부한 이해에 근거한 서사적 재현, 음악적 효과의 과감한 활용과 시적인 대사로 대표되는 다채로운 형식미학, 과거사에 대한 심층적 해석 등 이 작품은 미덕은 실로 다채롭기까지 하다. 무엇보다도 <흰 젓>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가는 민족극으로서 역사극의 전범을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홍사용



홍사용은 이차돈의 犧牲을 종교적 차원에 국한하지 않고 국가안녕과 백성의 성숙을 위한 것으로 보았고, 또 그의 목에서 흰 젓이 나왔다는 사실도 새롭게 解釋하였다. 그의 희생의 결과인 흰 젖은 이차돈이 神인 어머니로부터 받아 백성을 먹이기 위해 흘린 것이다. 따라서 三國遺事의 說話 記錄이 희곡작품으로 創作되면서 이차돈의 殉敎가 종교적 희생이 아니라 백성을 먹여 기르기 위한 희생으로 바뀐 것이다. <흰 젓>은 텍스트의 성격을 규정짓는 타이틀로 ‘歷史劇’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최초의 작품이다. 정확히 말해 그 타이틀은 ‘佛敎歷史劇’이었는데, 해당 호 전체 목차에 등장한다. 타이틀이 말해주고 있듯이 종교극이자 역사극으로 명명된 이 작품은 국한혼용문으로 쓰였다. 게재 지면의 첫 장에 붙은 타이틀은  ‘戱曲’이며 6막 17장의 장막극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동화 '등잔불'  (1) 2023.07.22
이효석 '역사'  (1) 2023.07.21
차근호 '어느 마술사 이야기'  (1) 2023.07.20
박동화 '망자석'  (1) 2023.07.19
이양구 '핼리혜성'  (1) 202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