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연지아 '달의 계곡'

clint 2022. 10. 6. 20:45

 

 

제자 희지의 죽음으로 두 달째 편히 잠들지 못하는 은성은 남편인 현규와 희지와의 마지막 수업 때 본 글의 배경인 아타카마 사막으로 향한다. 은성은 그곳에서 옛 친구 지연을 마주치게 된다. 지연은 10년 전 일에 대해 사과하려 하고, 은성은 꿈속에서 희지를 만나 마지막 그날처럼 수업하게 되는데…….

 

<달의 계곡>은 우연히 접한 사진으로 발전된 이야기가 흥미롭고 그 사진만으로 회복/ 치유를 전달할 수 있는 상징성이 매력적이었다. 초현실적인 풍경을 마주할 때 우리의 신념과 이성을 넘어서는 순간이 온다는 설정과 분위기가 무척 돋보였다. 그럼에도 관념과 감정이 조금 더 객관화되어 관객에게 목격될 수 있는 사건으로 형성된다면 더 넓은 공감과 확장성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낭독공연

 

작가의 글 연지아

작품은 <달의 계곡>은 죽음의 계곡이라고도 불리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 지역 '아타카마 사막'이 작품의 배경이에요. 예전에 아타카마 사막이 꽃밭으로 변한 사진을 우연히 접한 적이 있어요. 연 강수량 20mm에 불과한 그곳에 7년간 내릴 비가 12시간 내에 뿌려진 덕분에 생긴 풍경이었다고 합니다. 너무나 건조해서 시체마저 보존된다고 하는 그곳에, 꽃의 씨앗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큰 영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관계라는 틀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의 생채기 때문에 상대방의 상처를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또한 과거의 아픔에 갇혀 현재의 가치를 놓치기도 하죠. 달의 계곡은 과거의 아픔을 안고 아타카마 사막으로 떠난 은성과 현규가 여러 사람을 만나며 벌어지는 여정 안에서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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