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래(1908-1968)의 이 작품은 전 2막으로, 1막은 나복의 집이며, 2막은 지옥 장면으로 구성되었다. 청제부인은 외도인 파라문과 놀아나고 금지는 계속 돈을 알겨낸다. 부루나가 승려의 몸으로 보시를 바라나 청제부인은 파라문이 내려준 석상에 의존한 채 거부한다. 그리고 금지로 하여금 폭력을 쓰게 한다. 우바실사가 매질을 못 하게 하나 파라문까지 합세해 매질을 강요하는 것을 보고 그는 부루나를 따라 부처에 귀의하고자 길을 떠난다.
나복이 장사길에서 귀가했으나 베다니 노인으로부터 어머니의 방종한 생활을 듣게되어 나복은 금지에게 확인한다. 그러나 금지는 청제부인의 입장에서 변명만 늘어놓는다. 청제부인는 나복에게 부탁한대로 정사에 삼보를 모시고 하루도 빼지 않고 밤낮으로 아버지와 나복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고 하자 베다니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거짓말이라고 일러준다. 파라문이 나복을 나무라자 청제부인의 아들임을 밝히니 파라문은 사라진다. 나복은 석상을 세운 것도 어머니를 짓밟은 것도 파라문이냐고 물으나 청제부인은 끝까지 변명한다. 공양차비를 하고 정사에 예배드리려 할 때 벼락에 맞아 청제부인은 죽는다. 이러한 사실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부처에 귀의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광래는 이 작품을 신표현주의 수법으로 끌어가고 있으며 타악기를 위주로 한 ‘심포니 드라마’란 새로운 음악극 형식을 도입하고 있다. 다른 작품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다시 지옥이나 극락으로 가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이 작품에서는 모든 것은 지수화풍으로 없어지고 그 영혼만 지옥으로 가는 것으로 분명히 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광래의 작품에 나타난 지옥 형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묘사되었다. 인간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지옥의 환상세계. 중간에는 큼직한 무간대아비지옥, 이 지옥은 불교에서 말하는 제일 크고 무서운 지옥이다. 중앙으로부터 우측으로 칼산(刀山) 지옥으로 이 지옥으로 올라가는 길은 전부 칼의 형상이다. 그 우측 앞으로는 불기름 가마지옥(확탕지옥)으로 이 지옥은 아귀형상으로 되었으며 아가리를 벌인 곳에는 혓바닥이 우측까지 있어 이 지옥으로 죄인들이 서서 그 아가리로 들어간다. 중앙으로부터 좌측으로는 얼음지옥(한빙지옥)으로 올라가는 길이 높이 있다. 그 앞으로는 애마지옥(컴컴한 지옥)이다. 비참한 음악 확탕지옥에서는 화염이 날려 김이 연기처럼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중앙 대아비지옥은 절벽처럼 문이 닫혔다. 사방에는 사람의 해골과 다리, 팔, 뼈들이 늘어져 있다. 청제부인을 찾기 위해 지옥을 헤매는 사리불과 목련은 옥야와 파라문이 각각 애마지옥과 확탕지옥으로 들어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금지(돼지장자) 역시 죽어서 이곳에 들어오게 되나 그는 계속 옥주의 물음에 변명만 늘어놓는다. 죽어서도 자기의 죄업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옥주는 업경대를 금지 앞에 바로놓자 금지의 과거가 송두리째 비춰진다. 비로소 금지는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옥주는 그를 칼산지옥으로 데려가도록 옥졸들에게 명한다. 이것은 사후 매 7일간 억류되어 각 시왕이 관장하는 법정에서 심판받는다는 시왕(十王) 신앙의 반영으로 보인다. 사리불과 목련은 모든 지옥을 다 보았으나 청제부인을 발견하지 못한다. 옥주는 끝으로 무간대아비지옥을 가리키며 “이 지옥은 억천만겁으로 굳게 닫혀 있어 그 어느 누구도 열 수도 없고 열리지도 않는 지옥이다.”라고 하며 “오로지 한가지 길, 석가세존의 법력으로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이를 ‘석가세존의 법력’으로 강조하고 있다. 목련이 기원정사로 간 사이 사리불은 옥주에게 옥중죄인의 명부를 부탁한다. 옥주의 주의대로 악귀들의 소용돌이가 인다. 사리불이 꿇어앉아 합장하자 악귀들이 웃으며 난무한다. 목련이 석장을 짚고 발우를 들고 나타난다. 목련과 사리불은 앞의 《지옥과 인생》과 동일(뼈만 남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의복은 갈기갈기 찢긴)한 청제부인을 만나게 된다. 다시 청제부인은 갇히게 되고, 사리불은 사라진다.
목련이 졸도하자 옥야(惡鬼)가 나타나 유혹한다. 목련이 합장 배례, 염불하자 옥야 도산지옥으로 사라지고 사리불이 세존을 모시고 나타난다. 세존에 의해 지옥문이 열리고 백중날을 기념하는 법회가 열린다. 이윽고 연화대가 내려오면서 청제부인이 연화대에 오른다. 그동안의 출연자가 모두 나와 지켜보는 가운데 연화대가 점점 공중으로 올라가는 데서 극이 끝난다.
이 작품은 이광래(李光來)의 마지막 작품이다. 따라서 각본이나 연출에 있어서는 그의 만년 신표현주의적이며 실험적인 심포니 드라마가 연출되었다는 점에서 <목련극>으로서는 성공을 본 작품이다. 특히 지옥 장면은 그도 만족할 만큼 영근감이 있었으나 1막과의 차이가 천차만별이어서 전체적으로는 주목을 끌지 못했다.
연극과 불교를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 훌륭한 극을 만든다는 것을 이 작품은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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