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무신정권을 배경으로 한 역사극. 효심의 난, 망이 망소이의 난, 만적의 난과 경제적 궁핍, 지방관들의 횡포 등 혼란 시기를 관통해봄으로 권력과 민중의 삶과 패관 문학자로 이해되는 이규보의 행적을 통해 그의 개혁 정치의 내용을 재조명해본다. 3막으로 구성되었으며 신철욱씨가 작품을 쓰고 연출했다. (2003년 공연)
1202년에서 1204년, 만적이 반란을 일으켰다. 무참히 살해당하고 강물에 던져진 지 5년 후인 1202년부터 경주민란이 완전히 진압된 1204년까지 최충헌이 권력을 휘두르던 무신정권 하의 고려가 이 극의 주요한 시공간적 배경이다.
만적의 봉기는 미수에 그쳤으나 그 역사적 의의는 매우 크다. 특히 무인정권시기에 들어와 천민계층 주도로 이루어진 최초의 조직적인 신분 해방운동이었다는 점이다. 처음 거사일에 모인 무리가 예상외로 적었음에도 수백 명에 이른 것이나 표지로 삼기 위해 준비한 황지가 수천 장이었다는 데에서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공사노비를 망라하여 봉기 가담자 각자가 담당해야 할 일 및 그 순서까지도 치밀하게 계획하여 천적을 없애고 천인 신분에서 해방될 것을 기도함으로써 이후 천민의 신분 해방운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보다 큰 의의는 정권의 장악까지 도모했다는 점에 있다.
이 작품은 그 만적의 난 이후 5년 후를 그리고 있는데, 그 후에도 백성들의 삶은 더욱 궁핍해졌고, 집권세력인 최충헌의 무신정권이 극에 달해 민심이 이반될 시기로 나온다. 특이한 것은 나라를 걱정하던 나한들이 5년전 죽은 만적을 회생시켜 다시금 만적의 넌을 꾀한 것이다. 나한들이 만적에게 준 금빛연꽃을 달고 제2의 만적의 난을 일으켜 성공을 다지는데... 결국 오란이란 여인이 토벌군과 반란군을 싸잡아 비난하며 만적은 스스로 금빛연꽃을 오란에게 주고 물러난다. 집권세력의 문민파 이규보가 최충헌을 설득하고 개혁정책을 펴자고 하는 부분과 강성파의 대립은 당시나 지금이나 정치의 중요함과 인재등용이란 측면에서 다름 없어 보인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태윤 '루시루시앙' (1) | 2022.08.14 |
---|---|
김태수 '바리 세상 밖으로' (1) | 2022.08.13 |
김태수 '굿모닝 춘향' (1) | 2022.08.10 |
신철욱 '백마와 기차' (1) | 2022.08.10 |
채지하 '들꽃소리' (1) | 2022.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