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학생들.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곳에 갇히게 된다. 그들은 자신이 왜 그 곳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고, 모든 것들이 낯설다. 나가려고 발버둥 쳐보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예찬이라는 인물을 통해 줄넘기를 잘 하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줄넘기의 개수는 학생들 수에 비해 적다. 폭력이 생기기 시작하고 타협이 이를 뒤따른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19호실'은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19살 청춘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다. 이 사회가 정해준 단 하나의 문 앞에서 그 공간을 빠져나가기 위해 서로의 꿈을 짓밟을 수밖에 없는 청춘들과 함부로 구겨진 그들의 꿈들... 하지만 동정할 필요는 없다. 사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그 꿈에 대해 이들은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갇혔다. 이 방에는 창문도 없이 출입구 하나에 화장실이 전부다. 누가, 왜 가뒀을까, 생각해보지만 누구도 답해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나가려고 애를 쓴다. 이유도 모른체 갇힌다면 정말 화가 날 거 같다. 누군가에게 이유를 물을 수도 없고 나가는 방법도 모른 체 노력부터 하고 봐야 하는 상황은 정말 억울하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상황에 처해있다. 방법을 모르는데 노력해야하는 억울한 상황. 그런 아이들이 안타깝고 안쓰럽다. '나 역시 그 방을 빠져나왔어, 방법을 알려주는 건 규칙위반이야. 네 노력이 아니잖아. 그래도 봐. 이렇게 나와 있잖아. 모두 다 결국에는 나오게 돼 있어. 그러니 힘내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라고, 19호실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한다. 갇히는 아이들이 없도록.
작가의 말 - 이성권
나의 19살 시절을 떠올리면, 거기엔 이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방황이 있었고 불투명한 미래를 당연하게 여기는 뻔뻔함이 있었으며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자는 허무맹랑함이 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이런 모든 것들이 그 [공간]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는 간절함에 근거하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근거를 증명하고자 그 [공간]에 '19호실'이라는 문패를 걸고 청소년들을 강제로 감금시킨 뒤 몰래 엿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당했던 것처럼 그들을 구속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는 내내 이들이 걱정되고 안쓰럽게 여겨지더니, 급기야 성인으로서 보듬어주려고 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과거를 상상할 수는 없기에 청소년들과 지도하시는 선생님을 만나 뵙고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몇 가지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기 때문에 모두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고, 내일 뭐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에 더 큰 의지를 보이는 것이 이들의 특성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짐작일 뿐이겠죠.
어느새 19호실 곳곳에 심어놓은 통제들이 조금씩 헐거워집니다. 이 문을 통과하는 것만이 너희들의 꿈이라고 쇠뇌 시켰건만, 그럴 바에는 차라리 꿈(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처럼 여러 가지를 보고 듣고 느끼는 정신 현상)을 꿈(실현시키고 싶은 바람이나 이상)꾼다고 합니다. 어쩌면 19호실의 굳게 닫힌 문은 밖에서 누군가가 닫아놓은 것이 아닌, 안에서 이들 스스로가 닫아 놓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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