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에는 용기(?)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엄인희 작가는 <절망 속에 빛이 있다>의 연경처럼 용기를 내어 사회를 향해 소리지르라고 한다.
연경 : 저는 이번 일로 성폭행에 관한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호신술 배우기, 여성전용 주차장, 호루라기 불기, 성폭행 고발센터…이 모든 사업은 성폭행이 있는 사회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여성에게 너 하나만은 재수 좋게 이 위험을 피해서 곱게 늙어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사람이 만듭니다. 사람은 성폭행이 아예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폭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사람들에게 경고합니다. 건드리지 마라!
작가의 글 - 엄인희
우리나라의 성교육은 사람이 성(性)이란 행동을 통해서 어떻게 태어나는가 하는 생물학적인 지식을 주로 교육하고 있다. 섹스를 자손 번식을 위한 행위로 좁혀서 가르친다. 하지만 아이들은 현실의 여러 경로를 통해 성에 대한 환상을 갖게된다. 여성의 이상스런 신음 소리로부터 성 지식을 습득한다고나 할까. 사람들은 살면서 성에 대한 지식이 모자라서 고통받는 것이 아니고, 성에 대한 도덕관과 윤리가 애매해서 고통을 받는다. 성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지 가르쳐주는 학교도 없고 선생님도 없다. 자기 스스로 가치를 세워나가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해보는 것조차 부끄러워하고 있다. 이번 작품 “절망 속에 빛이 있다”는 성폭력이란 어떤 행위이고 어떤 결과를 낳는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썼다. 성충동을 폭력으로 해결하는 사람의 의식이나 당하는 사람의 심리를 묘사해서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도덕적으로 깨달음이 오도록 내용을 잡았다. 수많은 남성이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다. 저지른 남성은 기억조차 못 하는 행위를 당한 여성들은 일생을 파탄에 이르게 하면서까지 폭력의 야만성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 작품은 남성이나 여성이 함께 성폭력이란 도대체 어디까지가 범위인지, 왜 그 행동은 살인적이고 악마적인 행위인지를 밝혀서 예방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성폭력의 가장 효과적인 대처는 예방밖에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음란물이 넘쳐흐르는 현대사회에 꼭 알맞은 개방적인 성가치관은 어떤 것인가를 모색해보는 작품으로 공연되길 바란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용락 '어머니 이야기' (1) | 2022.04.11 |
---|---|
윤조병 '세상 어머니의 노래' (1) | 2022.04.09 |
엄인희 '이혼해야 재혼하지' (1) | 2022.04.08 |
오세혁 '질풍노도의 역사' (1) | 2022.04.07 |
박찬규 '옆에 서다' (1) | 2022.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