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현수 '명절'

clint 2021. 11. 4. 09:09

 

 

특별한 때에 대한 지정은 없지만 명절날 인 것 같다. 한 노인이 사는 큰 집. 얼마 후

가정부가 온다. 일상적인 일과 같다. 가정부는 청소하고, 노인에게 차를 끓여주고 식사도 준비하고 혼자 수다떨 듯, 계속 쉬지 않고 떠든다. 반면 노인은 조용하다. 그런 두 사람의 행위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런 일상사가 깨진 것은 군인과 소년이 등장하면서 부터이다. 노인의 아들과 손자이다. 5년만에 나타난 것이다. 매년 전화는 했던 것 같다. 노인과 군인은 몇 마디 의례적인 얘기 이후 이야기의 핀트가 빗나간 듯 하다. 아이의 재미없다, 배고프다, 나가서 놀고 싶다... 는 투정과, 가정부의 수다가 이어지고, 노인은 창문을 너머 사라지고, 그러다가 한참 후 노인이 없어진 것을 알고 군인과 소년은 찾으러 나가고, 조용히 청소하는 가정부. 그녀는 이런 조용한 곳이 좋다고 몇 번 되뇐다. 잠시 후, 개를 잃어 찾으러 나왔다가 길 잃은 노인을 데려온 젊은 부부가 들어오고, 이 집이 낫설지 않다는 둥, 가정부의 취향이 마치 예전에 만났던 것 같은 사이인양 느낄 때, 노인을 찾으러 나갔던 군인과 소년이 들어오고 젊은 부부를 내몬다. 노인은 집에 가고 싶다고 하고, 군인은 사람을 더 두어야 한다고 하고, 소년은 집에 가자고 보채고, 가정부도 자기 얘기만 하고... 노인은 소년을 내보내고 군인과 가정부를 군인의 총으로 쏜다. 그리고 자신도....

 

노인문제와 소통의 문제를 부조리한 터치로 구성한 작품이다.

 

 

작가의 글

인간이 혼자 있기에 집단에 속하려 하는 것일까, 집단이 있기에 한 인간에게 개인적인 시간을 필요하게 하는 것일까.’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었다. 더 이상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공동체가 생기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마주 했을 때, 마냥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금 나 혼자만의 시간을 찾고 외로움을 느끼고 우울해하고 있었다. 이 모순적인 상황에 대해서 사유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이 딜레마 같은 상황은 내가 생을 마감히는 순간에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