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유재구 '1095번째 파도'

clint 2021. 11. 3. 07:37

 

 

경준이 악몽을 꾼다. 그리고 깨어나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공주사대부고 해병대 캠프 사고에 대해 5명의 실종자가 살아있다고 얘기한다. 기자는 상세한 물증 자료가 있어야 한다경준은 다시 해양경찰서에 전화를 건다. 그리고 5명의 실종자가 살아있다고 빨리 수색해 달라고 한다. 이런 장면이 3~4회 반복된다. 반복되면서 조금씩 경준의 얘기가 바뀐다. 실종자가 6명이고 준형이란 애가 있었으며, 자신도 실종자였으니 구조되었고, 준형이의 마지막 모습을 물속에서 눈물흘리는 모습- 기억하고 있었다. 이 장면들은 사건 발생 후 3년 후 경준의 모습이다. 그는 매일 악몽을 꾸고 전화로 신문사에, 경찰에 신고하는데, 여기자는 간호사였고, 경찰은 의사였던 것이다. 의사는 경준이가 이 사고 후의 트라우마로 그 사고 당시에 갇혀버린 것이다.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는 것은 자신이 이런 악몽에서 버티며 조금씩 자신의 얘기를 하려한다는 것이다. 즉 친구들이 죽었다고 인정하려는 것이다.

 

제목 ‘1095번째 파도3년동안 그 파도치는 해병대 캠프에서 친구들이 죽는 장면을 목격한 악몽을 꾼 횟수를 뜻하는 듯.

 

 

 

 

작가의 글

2013718일 발생한 공주사대부고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는 당시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들이 교관들의 지시로 구명조끼 없이 바다에 들어갔다가 물에 빠져 5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은 사건입니다. 해당해병대 캠프는 미인가 사설업체였고 일부 교관들은 자격증이 없는 아르바이트 인력이었던 이 일은 사회적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종을 울렸습니다. 그 후 1년 뒤 발생한 세월호 참사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 사망사고 등과 함께 사회적 안전 불감증과 관련하여 기억되는 사건 중 하나입니다공주사대부고는 저의 모교입니다. 참사 당시에는 학교를 졸업했었지만 피해 학생들은 제 2년 후배들이었습니다. 단지 그 사실만으로 모교에 대한 생각을 할 때마다 한켠에 후배들을 향한 마음의 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들을 기억하고자 했습니다. 2013년으로부터 시간이 꽤 흘렸습니다. 이렇게밖에 하지 못해 부끄렵습니다. 하지만 꼭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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