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1853년~1890)와 앙토냉 아르토(1896~1948)의 공통점이 있을까?
한 사람은 위대한 후기인상파 화가이고 아트토는 잔혹연극이란 장르를 개척한 연극연출가이자 작가이다. 네덜란드 태생의 고흐에 비해, 아르토는 프랑스 출신이다. 살던 시기도 50년이나 고흐가 앞서고 겹치지도 않고... 공통점이라고는 바로 예술가적 천재성과 숙명인 광기일 것이다. 두 사람 다 정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다. 그리고 후배인 아르토가 고흐를 기리며 쓴 <나는 고흐의 자연을 다시 본다>(원제: 사회가 자살시킨 사람 반 고흐)란 소설도 아니며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자, 독특한 아르토의 설명과 전개가 무척 설득력이 있다. 이런 배경을 근간으로 쓴 작품이 “상담기록 0304”란 희곡이다. 이 희곡에선 아르토와 고흐가 1인 2역으로 나오고 정신과 의사 겸 폴 고갱으로 나와 과거를 재연하는데 고갱도 아르토 입장에선 고흐의 증세를 악화시킨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돌팔이 정신과 의사인 가셰로 고흐는 결국 권총자살로 마감하게 된다고 표현한다. 아르토의 정신과의사는 이런 아르토의 얘기를 전부 듣고 ‘반 고흐는 사회가 자살시킨 사람’이라는데 동의하고 막이 내린다.
작가의 글 - 신민경
그 누구의 삶도 쉽고 달콤하진 않을 겁니다. 아무리 치열한 삶을 살아가더라도, 누구든 결국엔 죽음을 맞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애쓰며 살아갈까요? 우리가 무엇을 꿈꾸며 매일을 달려가는지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짓밟히기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사는 것은 아니니까요. 선체가 조각날지라도 바다로 가는, 무한을 만나기 위해 별에 올라타는, 두 눈알이 터지도록 하늘을 보는 ‘아르토’처럼 벼랑 끝에서도 자신의 이상을 잃지 말았으면 합니다.
-홍단비
부족한 연출 지망생에게 별이 된 두 천재를 되살려내는 일은 퍽 무거웠습니다. 실재했던 인물이나 평전이 되지 않고 허구적 사실을 가미하지만 터무니없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을 그럴듯하게 알은 체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그러니 둘의 고민에 공감하는 지점들도 생기대요.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색이 주는 쾌감, 예술 앞에서 인간이란 존재의 가련함, 너무 사랑하는 것을 파괴하고 싶은 맘들이 그것입니다. 보시는 분들도 맘에 담고 싶은 것만 담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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