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인간과 비합리적 인간으로 계급이 나뉜 ‘계산사회’에서 비합리적 인간이자 극의 주인공인 30살 나일만의 이야기다. 중소공장에서 일하지만 경제적 어려움 속에 죽기 살기로 공부해 대공장에 수석으로 입사한다. 그리고 얼마 후, 나일만은 공장장의 딸 이마리에게 은밀한 제안을 받는다. 공장의 불온세력인 ‘낙오자’의 리더를 알게 되고, 이마리에게 전한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공장감독이 된다. 봉급도 대폭 늘었고 승용차도 샀다. 꿈을 이룬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더욱 불안하고 잠을 더욱 못 자며 끝난다.
작가의 글
‘좋은 취업’을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결혼’을 하기 위해 열심히 취업하고 ...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좋은’은 철저히 ‘계산적”인 의미가 되어 버렸다. ‘좋은 취업’은 곧 대기업, 공기업 ‘좋은 결혼’은 나와 스펙이 어느 정도 맞는 사람, 아니면 외모라도 내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 ... 사실 우리 모두는 행복하기 위해 ‘좋은 대학’을 가고 행복하기 위해 ‘좋은 직장’을 가고 행복하기 위해 ‘좋은 결혼’을 하려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둘의 우선 순위가 바뀌어 버렸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행복을 포기하고 수많은 계산기를 두드리는 우리들. 이런 사회현상에서 계산사회라는 소재를 착안했다. ‘하얀 타임”은 야근이 당연시되는 우리나라 사회문화에서 착안했다.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취침시간임에도 평소에 놀 시간이 없어, 일 끝난 후에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을 보며 그렇게 “하얀 타임”으로 진정한 행복이 아닌 지금 한순간의 고통을 씻을 수 있는 일시적 유흥에 빠져버리는 사람들을 보며… 이런 현상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지만, 잔혹 동화처럼 비유적으로 보여주어 관객들에게 생각해 보게 해주고 싶었다. 이용하고 이용당하고, 그런 계급은 정말 누가 만들어낸 것이며 우리가 사회인이고 어른이라면 이런 계급과 “계산”하는 행위가 당연한 것인지도 같이 묻고 싶었다. 예술은 예술일 때도 아름답지만 사회적인 것을 고찰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예술의 기능이니까. 계산기를 두드리는 기준은 각자의 몫이지만 그 값이 행복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먼저 행복의 본질적인 의미를 사유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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