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는 이승도 아니고 저승도 아닌 중간쯤에 해당되는 곳을 줄여서 붙인 제목이다. 이곳에 온 사람들에게 페어리 갓마더(만화영화 신데렐라에 나온 요정이름)라 불리는 안내자가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 선 죽기 일보직전의 사람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은 9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고 각 에피소드의 등장인물들이 다르며 페어리 갓마더는 모든 장면에 등장한다. 자다가 죽은 남편이 이곳에 와서 먼저 죽은 아내를 만나 둘의 과거를 돌리켜 보는데 바람난 개망나니 같은 남편을 그래도 사랑한다고 하는 아내를 두고 이승을 선택하는 남자의 이야기와, 지방흡입수술을 받다가 온 여자와 군대에서 죽은 남자가 눈이 맞아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4명의 산모가 단체로 와서 2명은 먼저 이승으로 가고 아이와 함께 죽게 되는 한 산모의 애틋한 이야기, 한 중학생아이가 목조르기 장난으로 이곳에 와 만난 같은 또래 아이의 말을 듣고 다시는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기회를 달라 해서 이승으로 간다. 이승과 저승을 선택못해 그곳에 남아 안내자로 취업하는 사람도 있고, 외롭게 독고사를 당한 할머니는 페어리 갓마더가 먼저 죽은 남편을 불러줘서 그간의 이야기를 하는데, 남편이 일찍 죽어 세 자녀를 고생하며 뒷바라지해 훌륭히 키워 결혼 시켜 줬는데 10년 전부터는 어느 자식도 찾아오지 않아 죽은 것을 그 남편을 모두 알고 있었고, 남편은 고생을 시켜 미안하다고 한다. 할머니도 빨리 죽어 남편 곁으로 가고 싶다고 하나 남편은 빨리 이승으로 가서 통장에 숨겨둔 돈 프랑스 여행도 다녀오고 놀다가 천천히 오라고 이승으로 보낸다.
작가의 글
살아가는 것도, 죽는 것도 어느 하나 고의가 아닌 이상, 우리는 결정할 수 없다. 우리는 살면서 인생을 위해 많은 결정을 내리지만, 정작 우리의 인생을 시작하고 끝맺는 건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말 그대로 ‘인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이도저도’ 를 만들었다. 신이 이도 저도를 만든 이유는 저승으로 바로 가는 인간에게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줌과 동시에 자신의 삶을 이어갈지 말지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그러면 저승으로 갈 사람이 없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처해 진 상황에 따라 저승으로 간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결정하지 못했다면 큰 결심과 함께 이도저도에 남아있을 수도 있다. 한번 선택해 보시라. 어느 곳에서 존재하고 싶으신가! 나는 참고로 이 극을 같이 만드는 사람들을 차마 저버릴 수 없고 맛 있는 것도 많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방구도 마음대로 뀔 수 있는 이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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