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선빈 '다이아몬드 비'

clint 2021. 10. 30. 10:40

 

 

왕이 왕국을 잘 다스리면 그 왕국에 다이아몬드 비가 내린다는 전설을 믿는 사람들의 기대 속에 부담감과 외로움을 느낀 행복한 궁의 유일한 왕자가 명랑한 여자아이와 난쟁이별의 왕자를 만나면서 겪는 동화같은 이야기이다.

 

행복한 궁에서 며칠 후, 세자책봉을 기다리는 왕자는 궁에서 서민 여자아이를 만나 왕께 보내는 편지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거울을 보며 자기 상상에 빠지길 좋아하는 왕자는 어느 날 낯선 소년이 방에 나타난 걸 본다. 조그만 행성의 왕자란다. 공전주기 상 이 행성과 아주 근접한 위치에 있기에 얼마간 공간이동이 가능하단다. 왕자는 그 소년과 마음속의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 왕자의 병을 얘기한다. 왕자병. 마음의 병이란다인생의 무게를 짊어진 여린 마음에 다이아몬드 비가 내리는 사람이 겪는 통증자신을 다스려야 왕국의 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왕자는 세자책봉을 미루고 자신을 돌이키며 모든 사람을, 왕국의 구석구석을 왕자가 아닌 자유인으로 돌아보기로 하고 궁을 나선다.

 

 

 

작가의 글

최승자 시인의 어느 봄날이라는 작품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숨어 살 왕국이 필요하다.”

외로움은 그렇게, 그 한 문장이 내게 주었던 느낌 하나 때문에 파고 들기 시작한 감정이었다. 이 작품을 쓸 때는 왕자에게 몰입하며 속이 상했지만, 이 작품을 쓰고 난 후 며칠 뒤에는 갑자기 소년의 외로움이 너무나도 거대하게 느껴져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글을 몇 번이고 고쳐 쓰면서도 나는 외로움이라는 것의 실체를 다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발견한 것은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미 그 폭풍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폭풍 속에 홀로 고요히 남겨져 있는 동안 바닥에 고여 나의 배를 떠오르게 해주었던 나의 눈물들을 수없이 의심했다는 것. 그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외로움이라는 것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홀로 생각해 보건대, 맞기에는 너무 뾰족뾰족하지만 맞고 나면 봄비가 새싹을 퇴우듯 마음을 무럭무럭 자라나게 할 다이아몬드 비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누구에게나 사계절은 돌고 봄은 돌아온다. 따라서 예외는 없다. 그러나 단 하나의 예외 같은 진실은 날카로운 모서리 탓에 서늘하다고만 느꼈을 수 있겠지만 결국 그 두려운 순간이 우리의 어느 봄날이라는 것. 그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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