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범철 '다이나믹 영업3팀'

clint 2021. 3. 25. 19:04

 

 

중요한 프로젝트를 마치고, 옛 팀원이 차린 포차를 찾은 영업3팀 사람들. 비오는 밤 우산을 잃어버린 듯 무언가 목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들의 고뇌. 하지만 비를 맞고서라도 다시 잠자리에 들고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회사원들의 꿈같은 밤. 도망칠 수도 멈춰 설 수도 없는 그들의 시간처럼 밤은 짙어만 간다.

 

 

 

 

<다이나믹 영업3>은 모기업의 영업 3팀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직장 내 인간사이의 구분과 그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조리를 그려낸다. 회사라는 조직인지라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팀장, 대리, 인턴사원, 사무보조 계약직 사원 등으로 철저히 구분되어 있다. 이 구분은 작품에서 직장 내 지위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일종의 권력으로서 계급화 되어 나타난다. 이들의 계급화는 갑질의 풍경을 만든다. 팀 내 최고의 지위를 이용해 부하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팀장 최미주,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팀장의 갑질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노예화된 대리 박복만, 정사원으로의 승격을 위해 상무에게 기생하는 인턴사원 명인철.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갑을 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들과는 다른 결을 보여주는 인물이자 작품에서 전적으로 온정적 인물을 담당하는 퇴직자 권태호 또한 어찌 보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이와 같은 신상을 먼저 묻는 모습을 통해 갑을의 부조리 까지는 아닐지라도 약하게나마 이들과 함께했던 시간과 사고패턴을 감지할 수 있다.

 

 

 

 

피해자는 늘 그렇듯 이 갑을관계에서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사무보조 계약직 김연지이다. 청년으로서의 꿈은 자본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고 이로 인해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다. 타협이 문제가 아니다. 고로 그녀가 그렇게 된 것은 그녀의 잘못은 아니다. <다이나믹 영업 3>은 타협을 하게 만든 사회구조를 공격한다. 이 공격 과정이 매끄럽다. 작품은 배경을 직장 내 술자리 상황으로 만들어 그 안에서 오고갈 수 있는 직장인들의 흔한 대화를 통해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대한민국 사회 전반을 공격한다. 이때 작가 정범철은 영민한 선택을 하는데, 술자리라는 상황도 상황이지만 공격의 대상이 분명하여 다소 교조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이 장면을 상사의 험담으로 시작하여 대한민국에 퍼져 있는 공격대상을 하나하나 술에 취한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툯 하고 내뱉게 한다. 흔한 직장인의 술자리 대화이지만 이 취중진담의 과정에서 김연지란 인물이 자신의 꿈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던 지금, 여기의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이처럼 이 작품에서의 공격대상은 제한은 없다. 공격 대상 앞에 눈치 또한 보지도 않는다. 이후 이 공격의 통쾌함을 느낀 독자 관객의 몫은 작품과 연대하여 공격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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