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범철 '분홍나비 프로젝트'

clint 2021. 3. 27. 13:30

 

 

무대는 교도소 내의 1실이다. 검사와 죄수가 마주앉아 취조 심문을 한다. 주변에 커다란 사각의 틀이 벽 또는 문처럼 배치되어 장면변화에 대치하고, 과거로 돌아가면 임시정부의 1실로도 사용된다. 여죄수는 일제치하에서 친일행적을 한 인물의 자손 4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고,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을 한다. 살인현장에서 발견된 분홍나비 브로치도 자신이 남겼고 단독 범행임을 강조한다. 범행을 벌인 동기가 자신이 상해임정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한 여인의 분신임을 강조하고, 독립운동가 여인의 사망 날자와 시각이 자신이 태어난 날자 시각과 일치함을 여검사에게 알린다. 장면이 바뀌면 한 씨 성을 가진 석학이 증인으로 등장해 여죄수와 마주 앉아 검사의 취조에 응한다. 여죄수의 주장과는 달리 한 씨 성의 석학은 여죄수와 초면임이 대질과정에서 밝혀진다. 여죄수는 석학의 부친이 상해임정에서의 반민족행각을 벌인 일을 상기시키고 목을 조르려고 덤벼든다. 한 씨 성의 석학은 여검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벗어나 퇴장을 한다. 상해임정에서 여죄수의 분신이라 일컫는 독립운동가 여인이 등장한다. 여인의 친구도 등장해 여인을 축하한다. 여인은 곧 동료인 임정의 독립운동가 남성과 결혼을 할 것임이 알려진다. 그러면서 두 여인은 보자기에 싼 권총을 꺼내 사용법을 가르쳐 준다. 인기척이 들리자 친구여인은 권총을 소지하고 옆방으로 들어간다. 그때 축하객으로 한씨 성을 가진 석학의 부친이 선물 꾸러미를 들고 등장한다그런데 한 씨 성을 가진 남성은 친일행각을 두둔하고 매국적 행각을 벌인 인물들까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독립운동가 남성과 여인은 천만 뜻밖의 인물을 만난 듯 놀라고 분노를 표하니, 한 씨 성을 가진 남성은 권총을 꺼내 독립운동가 남성에게 발사를 하고 인기척이 감지되는 옆방에도 발사를 한다. 그때 총성이 들이고 한씨 성을 가진 남성은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옆방에 있던 여인의 친구가 총을 겨누고 등장한다. 그러나 친구여인도 가슴에 총격을 받은 듯 피를 흘리고 절명한다. 장면이 바뀌면 또 한 여인이 체포되어 취조실에 앉아있다. 그 여인은 한 씨 성의 석학을 살해한 혐의다. 그리고 여죄수의 동료인 것으로 밝혀진다. 장면전환과 함께 검찰청장이 분기탱천한 모습으로 등장해 여죄수를 폭행하고 의자를 번쩍 들어 여죄수를 내리치려 한다. 여검사가 제지를 한다. 청장이 퇴장을 하고 여죄수가 끌려 나가면 여검사에게 조명이 집중괴고, 여검사가 친일 행각을 한 인물과 그 자손이 현재까지 요직을 담당하고 경제적 부를 누리며 호의호식을 하며 지내는 현실을 상기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 작품은 존재하되 존재하지 못했던 여성 독립운동가를 극의 중심에 세운다. 여기서 작품은 한 번 더 고민에 들어간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영웅담을 그리는 것은 대문자 역사의 기록행위를 반복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분홍나비 프로젝트는 과거를 후경화 하고 현재를 전경화하는 방식으로 앞의 우려를 극복한다. 공식 기록에서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이 작품에서는 지금, 여기의 탈북여성 최영희로 환생시켜 드러낸다. 최영희란 인물은 독립군을 무참히 살해했던 간도특설대의 후손들을 제거하는 행위를 통해 교과서에 존재하지 않는 역사적 기록을 다시 쓴다. 허나 이 작업이 녹록치 않다. 당시 간도특설대의 친일파들이 현재엔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최영희는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친일의 혜택은 그들의 후손들에 의해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에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되고 있다. 심지어 이 혜택은 남북을 가리지 않는다. 최영희는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것을 열변을 토하며 역설한다. 자칫 그녀의 모습이 메가폰 형 인물처럼 비춰질 수 있으나, 작품은 취조라는 장치를 걸어 최 영희의 주장을 매끄럽게 독자관객에게 전달한다. 검사의 질문에 반드시 그리고 구체적으로 반론을 제시하고 주장을 하는 상황을 이끌어낸다. 최영희는 현재의 친일파 후손들이 선조들의 친일의 대가로 누리는 지속적인 혜택을 분홍나비 결사단으로 차단하려 한다. <분홍나비 프로젝트>는 이 제거 작업을 미완으로 마무리한다. 온당한 작품의 결말이다. 극장 밖의 이 작업은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경고를 잊지 않는다. 분홍나비 결사단의 대원들이 다 잡히지 않았다는 설정이다. 작품은 독자 관객들에게 결사단의 일원이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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