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에 멕시코 애니깽 농장노동자로 이민을 갔던 조선인들이 겪은 비참한 현실을 통해 민족 수난시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김상열은 직접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있는 도시 메리다를 방문해 농장을 답사하고, 멕시코 이민 2세대들을 만나 노동자들의 탈출, 귀환기를 들었다. 여기에 당대 신문기사를 추가해 애니깽 노동자의 삶을 형상화했다. 조선인들이 인천항을 떠났다가 귀환할 때까지 30년간을 배경으로 시공간의 변화, 조선의 궁중과 멕시코 애나깽 농장 등 지리적 거리 등을 무대화하기 위해 장면을 분할하고 서사적 목소리를 활용했다. 특히 서사적 목소리는 사건의 경괴를 알려 주고 그 실체를 객관화해 관객에게 사실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애니갱>에서는 노동자들의 이민-수난-귀환이라는 플롯과 고종의 무기력한 일상-죽음의 플롯이 병치된다. 노동자들이 겪는 비참한 현실을 고종의 무력하고도 권태로운 일상과 대조해 보여줌으로써 그 비극성을 더욱 강조했다. 애니깽 노동자들이 조선에 돌아온 뒤 윤치호를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병치되던 두 사건은 하나로 합쳐진다. 힘겹게 조국을 찾아온 애니깽 노동자들이 멕시코 국적을 가진 밀입국자로 몰려 수감되자 임금에게 자신들의 현실을 알려서 구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던 이들의 목적과 의지가 패망한 조국, 임금 부재라는 현실 앞에서 허무하게 스러지는 결말은 비극적 효과를 강화한다.
극단 신시 창단공연으로 1988년 10월 20일부터 11월20일까지 대학로극장에서 초연했으며 1998년 6월에는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다.
연극“애니깽”은 작가인 故김상열선생께서 1988년 MBC TV 올림픽 특집극 “동방의 북소리” 집필을 위한 취재 중 멕시코에 도착, 마야대학에서 멕시코 문학은 강의 하는 에드와르도 호세 교수를 만나면서 구체화 되었다. 호세교수의 조선인 노예생활과 현지 3세와 4세 교민 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충격적 증언을 듣고 1905년 팔려간 조선인 노예 1034명의 혼들을 만난다. 그 충격적인 이야기는 작가를 잠 못 들게 했고, 귀국 하자마자 집필, 극단 “신시” 창단공연으로 그분들께 제사를 올리게 되었다.
줄거리
1905년 4월 4일, 1033의 조선인들은 영국과 일본의 노예 상에 속아 멕시코행 배를 탄다.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그들이 낙원을 꿈꾸며 도착한곳은 섭씨50도를 넘는 지옥 같은 애니깽농장! 그들이 하는 일은 밧줄과 카페트의 원료인 애니깽 가시를 따는 일이였다. 조선인들은 뜨거운 땡볕아래서 애니깽 가시와 독사에 물려가며 죽어가기 시작했다. 이 처참한 사실을 조선의 임금님께 알리기 위해 4명의 조선인노예 엄한우, 엄민우 형제와 차강쇠, 박철구는 죽음의 애니깽농장을 탈출한다. 강쇠와 철구는 도중에 희생되고 두 형제는 탈출한지 30년 만에 인천항에 도착하나 밀입국자로 체포되어 수감된다. 그들의 국적이 멕시코로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법정에선 그들은 치욕의 애니깽 가시를 꺼내들고 나라도, 임금도, 조선백성도 없는 일본 땅에서 외친다. “임금님을 만나게 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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