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희곡 『프로메테우스』는 1773년 여름에 쓰여 져서 1830년에 비로소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올림푸스의 주신 제우스의 명을 거역하고 하늘로부터 불을 훔쳐내어 인간에게 전해 주었으며, 그로 인해 코카서스 산정에서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고통을 당한다는 신화상의 인물이다. 괴테는 헤더리히(Hederich)의 신화사전을 통해 프로메테우스의 인간창조 설화를 접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다신론적인 그리스 신화에서 소재를 취하여 인간의 형이상학적 자유를 위한 반항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제1막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처음에는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일을 하지만 창조의 능력은 오직 자신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권한임을 자각하고 신들과의 결별을 선언한다. 그러나 그의 창조물은 아직 생명이 깃들지 않은 미완성의 조형물에 불과하다.
이에 미네르바가 그를 생명의 원천으로 인도한다. 창조물에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창조를 완성시킨다는 모티프는 질풍노도 시대 괴테의 시학 이념과 일치하는 것으로 자연에서의 생성 법칙을 예술에도 그대로 적용시킨 결과이다. 여기서 프로메테우스의 자유를 위한 반항은 자신의 창조물이 생명을 얻기까지 창조자가 겪어야 하는 진통을 의미한다.
제2막의 장면들은 제1막에서 보이던 반항과 창조의 긴장감을 넘어서 있다. 여기서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의 스승으로서 원시적 거주 방법과 자연법에 근거한 사회질서의 개념, 그리고 치료법을 - 프로메테우스는 의술의 창시자로도 알려져 있다 - 가르치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오두막 짓는 방식은 괴테가 『독일 건축술에 대하여』에서 밝힌 바 있는 텐트식의 원시 오두막 이론에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어 판도라 장면에서 프로메테우스는 판도라의 에로스 적 체험을 ‘죽음’에 비유한다. 여기서 프로메테우스는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 해석자’로서의 형상을 띠고 있다 사랑의 신비는 죽음의 신비로 체험되고 또한 죽음은 단지 잠에 비유됨으로써 죽음이란 또다시 시작될 영원한 삶의 휴식으로 이해된다. 판도라 장면에 나타나는 디오니소스 적 도취의 감정은 프로메테우스의 제우스에 대한 반항적 태도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괴테는 1774년에 쓴 같은 제목의 송기를 1789년 ‘시집Gemischte Gedichte.’이래로 항상 ‘가니메트’ 시와 나란히 게재하였다. '프로메테우스‘가 반항과 창조의 능동적 의지를 표상한다면, '가니메트’는 동경과 헌신, 절대적 존재에 대한 귀의의 감정을 표상하고 있어, 서로 보완관계에 있는 양극적 모티프와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프로메테우스 적 반항과 가니메드 적 헌신이라는 괴테 문학 특유의 상징이 생겨난다. 그러나 송가와는 달리 미완성 희곡에는 프로메테우스외 직선적이고 혁명적인 반항정신뿐만 아니라 미네르바 장면과 판도라 장면을 통해 가니메드 적 요소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괴테의 『프로메테우스』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질풍노도적인 자기확대 의지와 정열, 그리고 천재의 자아의식을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표현한 창조적 예술가의 상징이다 그러나 판도라 장면에서 보이듯 죽음의 긍정을 통한 삶의 긍정이라는 역설적 관계는 또한 분명 삶의 문제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 다른 희곡의 주인공들의 운명이 그러하듯이 - 파우스트가 유한의 세계에서 탈출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로서 자살을 꾀하듯이 - 프로메테우스의 죽음에 대한 도취와 삶에 대한 무한한 욕구는 결국 하나의 비극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 1832)는 청년기 때 가장 다양한 작품들을 썼다. 젊은 괴테의 극작에 대한 충동은 그가 스스로 “희곡을 쓰지 않으면 나는 죽을 것이다 ”라고 고백한 말에서 증명된다. 제어할 수 없는 창작욕, 게다가 순수하고 진정한 예술에 대한 열정, 모든 것을 희곡화하려는 그의 열망을 위해 희곡은 가장 적당한 예술형식이었을 것이다 .청년 괴테가 쓴 작품들의 다양성은 중심인물들의 문제성, 모호한 구조적 긴장을 통해서 뿐 아니라 어조를 통해서도 그 성격이 규정된다. ‘프로메테우스’, '사티로스 또는 우상화된 숲속의 색마‘, '신들과 영웅들과 뷔일란트’, '클라우디네 폰 빌라벨라‘, '오누이 등 괴테의 청년기 희곡은 작가가 라이프치히, 프랑크푸르트, 그리고 바이마르에 체류할 때 쓴 것이다. 괴테의 미완성 희곡 중 『프로메테우스』는 가장 방대한 것이고, 그의 수많은 풍자극 중 『사티로스』와 『신들과 영웅들과 뷔일란트』는 가장 중요한 풍자극이며, '클라우디네 폰 빌라벨라’는 가장 중요한 대표적 가극이다 『오누이』는 괴테의 여동생 코르넬리아와 살롯데 폰 슈타인 부인과의 관계를 감지케 하는 자전적 요소가 내포돼 있다고 평가되는 작품이다.
이 다섯 편의 작품은 젊은 괴테의 독창성과 창조적 재능을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훗날 괴테의 작품에서 다시 발견되는 요소들이 여기에 이미 내포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들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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