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의 개들 우르스 비드머 작 Top Dogs by Urs Widmer

이 대본은 놀이극(spiel theater)을 위한 공연 대본이다. 한때는 각자의 정상에 섰다가 퇴직, 혹은 밀려난 인간들의 '개'같은 현실을 놀이(spiel)의 형태로 드러낸다. 연극의 원형엔 유희성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 공연에선 극장 공간에서 공연을 목적으로 설계된 것에 제한한다. 원작 내용은 퇴직한 회사 고위 간부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원작의 문화적 상황이 국내 관객들에게 현실적인 문제로 접근하기에 이질감이 있고, 실제 독일에서의 공연은 폭포수 같이 쏟아지는 언어 위주로 구성되었다. 재구성 대본에서는 자칫 설교 혹은 설명으로 빠지기 쉬운 언어를 제거하며 철저히 연극적 재미를 통한 냉정한 현실 인식을 공연 목표로 삼아 본다.

연극의 공간은 극장 전체를 사용한다. 로비에서도 계단에서도 무대 위에서도, 혹은 무대와 객석이 뒤바뀌며 관객들은 연기를 보게 된다. 관객들은 안내자의 지시에 따라 이동하기도 한다. 이는 200-300명 정도의 관객을 상정하여 구성된 것으로, 더 이상의 관객은 입장시키지 않는다. 관객들은 4가지 색깔의 얇은 헝겊을 이동시 혼돈을 막고, 연극 참여의 재미를 북돋운다. 구체적인 이동 계획은 부산 문화회관 중강당 시설을 기준으로 구성될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배우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다.

극장공간 전체가<한국고용협력기구 KOREA EMPLOYMENT COOPERATION ORGANIZATION>로 설정된다. 즉 'KECO 케코'라 불리는 이 공간은 퇴직자들을 정신 교육하여, 다시 직업 전선에 투입되도록 준비하는 안락한 수용소 같은 곳이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각 부문에서 나름대로 세상 속에서 만족을 누리던 정상적인 사회인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적 기능이 거세되었다. 그 사람들의 비밀과 슬픔이 놀이를 통해 조금씩 밝혀진다. 극장에 사람이 줄어드는 이유는 어쩌면 객관적 현실이 연극보다 더 극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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