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미건 테리 '오며 가며'

clint 2016. 2. 16. 19:43

 

 

 

COMINGS AND GOINGS By Megan Terry
미건 테리 작 81.7.1 - 12 삼일로 창고극장/ 극단<창고 극장>

 

이 작품은 변신극이다. 변신극이란어떤 기교인가? 오픈 시어터의 연출가 피터 펠드만은 "변신극이란 일종의 즉흥연기이다 한 장면에서 확립된 리얼리티가 극이 진행되면서 여러번 변화되어 가게끔 하는 방법이다. 변하는 것은 인물, 상황, 시가느 목표 등이다.극의 시초에 있어서 리얼리티가 확립되었더라도 그것은 몇 분후에 파괴되어 별개의 것으로 대치된다. 그리고 그것도 또 파괴되어 대치된다. 이러한 변화는
재빨리 거의 변이 없이 일어나 관객이 고정적인 리얼리티에 대해 품은 확신에 이의를 걸게된다"고 설명한다.
배우의 육체는 자기가 인식하고있는자기에서 해방되어 자기 육체의 아직 인식되고 있지 않는 부분에 가능성을 추구하고있다. 현대극의 가장 심각하고 절실한 현상의 하나는 언어와 육체의 분열이다. 언어에 대한 불신에서 과연 육체만은 리얼리티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규명해 보려는데 변신극의 발상과 실험극의 의도가 있다. 상실된 자기의 초상과 상황과 박탈된 신원을 확신해 보려는 몸부림이 변신극 속에 있다.

 

 


미건 테리의 연극관과 작업의 실제

지난 11월 4일(95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페미니즘과 연극에 관한 제 1회 국제 회의'에 미국 페미니스트 연극의 어머니라 불리우는 『미건 테리(Megan Terry)』가 참석했다. 30여년 가까이 자신의 극(劇)을 통해 미국 여성들의 삶을 조명해 온 그녀는 이제는 미국 여성들에게 뿐만 아니라 전세계 여성들에게 귀감이 되는 여성 연극 운동가이며 극작가이다. 그녀가 자신의 강연 제목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여성들은 동서(東西)를 막론하고 가부장제가 두려워하는 존재들'이고 그들은 '연극 예술을 통해 개인적/공적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변화시켜, 한계를 초월하고자'하는데 모두 뜻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미건 테리는 한국에서 열린 이번 '국제 여성 연극 학회'에서 아시아 연극 작품들을 보고, 아시아의 학자들 및 예술가들과 만났으며, 여기서 알게 된 많은 의견과 최근의 동향을 자신이 속한 극단 『오마하 매직 씨어터』로 가져가 나눌 수 있는 좋은 경험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녀가 동양의 페미니즘 여성 연극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그녀의 연극관과 오랜 작업의 경험들로부터 페미니즘 연극의 여러가지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미건 테리가 이번 강연에서 밝힌 '연극 작업에 착수하고, 그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스스로 하는' 몇 가지 방법과 '동료들과 함께 작업하는 방법을 계속 깨우치도록 자기 스스로를 훈련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미건 테리는 1960년대 초반부터 다른 미국 여성 극작가들을 양성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극(劇) 영역을 넓혀가는 등 페미니스트 연극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 왔으며, 1970년 이래 『오마하 매직 극단』의 상주 극작가로서 현재까지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다.
테리의 연극은 스테레오 타입이 되어버린 성역할(性役割)을 비판하고 여성의 힘을 긍정적으로 보여주며,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힘을 더 잘 사용할 수 있게 도전하도록 권한다. 이러한 메시지를 담은 그녀의 극작(劇作)은 그녀 내부에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를 글로 쓰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녀는 늘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내적인 논쟁에 부딪히는 바로 그 '내적 불만족이 갖는 힘'을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많은 페미니스트 극작가와 연기인들이 극을 구성하는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소재를 의식적으로 자신들의 삶에서 취하고, 이러한 자서전적 성향을 숨기려하기 보다는 드러냄으로써 연극을 '평생동안 억압했던 그들의 다른 부분들을 해방시키는 행위'로 만든 것과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테리는 극작이 교육 정도와 상관없이 작품을 쓰겠다는 강한 욕구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도서관 이용법이나 글읽기를 배워 계속 자신을교육해 나가기만 한다면 결국 여성이 자기 목소리로 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테리는 극작을 위한 최소한의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임시직으로 회사에 취직해 영문법과 타이핑을 배웠으며 브로드웨이의 기존 극단에서 그녀를 받아주지 않자 스스로 '마약에 중독된 왕년의 미스 카퍼 퀸(Ex-Miss Copper Queen on a Set of Pills)'을 연출하였다. 이 때 뜻이 맞는 연극인들을 만나게 되었으며, 그때부터 그녀는 상업주의와 무관한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오픈 씨어터의 창단 멤버가 되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테리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감정과 내면의 투쟁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고자 노력했으며 외부의 힘들이 갖는 파괴적 가능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인식함으로써 더 발전했다. 먼저 도덕적 힘으로서의 연극의 존재를 믿었던 테리는 연극을 하나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카페, 창고, 차고, 거실, 바, 화랑, 거리에서 반전 운동을 지지하거나 핵전쟁 반대와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를 도덕적으로 지지하는 연극을 공연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다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그러한 공연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베트록'을 예로 들면, 베트남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위협과 박해가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위험스러운 상황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한 위험과 공포로부터 그녀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준 것은 전쟁으로 인해 죽어갈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다른 사람들이 연극을 계속할 에너지가 되어 주어야겠다는 깊은 소명 의식이었다. 이렇게 용기있는 그녀의 태도는 어려움에 과감히 도전하는 여성 이미지의 표본으로서 페미니스트 연극 운동가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여성으로서 작업을 해 나가기 위해 테리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신성한 남성 영역인 공적 영역에서 테리가 여성들의 생각, 감정 그리고 이미지를 위한 공간을 확보할 것을 주장하자 이에 반발한 상업 비평가들이 그녀를 사장시키려고 혈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적 위협은 '변신 기법'이라 불리는 테리의 특징적 희곡 창조 기법이 많은 여성들과 일부 남성들의 호응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극복되었다. 이 '변신 기법'은 희곡 형식을 사용하여 연극적 게임과 독특한 코미디를 창조하는 일종의 연극 게임이다. 이 연극 게임에서는 관객이 모든 가능한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고 가정한 가운데 관객에게 약간의 실마리만 주어, 관객이 그에게 주어진 실마리들을 연결시켜 희곡 구성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변신극(The transformational play)은 일직선에서 벗어나 같은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관객들은 이 극을 관람하는 동안 극의 조각들을 합성하도록 요구받는데 이러한 무대 위의 행동과 관객 사이의 정신적, 정서적 상호작용을 통해 그들만의 극이 완성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객은 지적인 재미와 더불어 공연 자체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변신은 여성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고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라는 페미니스트의 슬로건을 풍부하고 명쾌하게 만들어 주었는데, 이것은 변신을 포용하는 극은 변화의 가능성을 불어 넣으며 이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변신극은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 우리가 무엇이 되는가에 따라 극이 결정되며, 남자나 여자나 그 누구도 다른 사람으로 변화하는데 제한을 받지 않는다. 테리가 사용하는 '변신 기법'은 그녀의 연극관, 즉 배우들이 몸, 목소리, 상상력이라는 자산에 의존하여 관객 앞에서 세계를 창조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과 일치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페미니스트 연극 정신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한편, 미건 테리가 30여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작업하고,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연극을 수단으로 생각하기에 앞서 예술로서의 연극을 최고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동시에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역 사회의 관심사를 표현하기 위해 극작과 연극적 기술을 바쳐 연극 예술 자체에 대한 깊은 인식을 나타내는 데 있다. 그러나 그녀는 순수 연극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무대 위의 어떤 행위도 모두 의미가 있는 것이므로 순회 공연을 하거나 극작품을 출판하여 작가의 견
해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중 무대를 위해 예술을 창작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여성들이 여성의 새로운 이미지 창조를 위해 컴퓨터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컴퓨터는 출판업자나 연극 연출가들처럼 여성을 수동적으로 만들지 않고, 여성이 원하는 바대로 자유롭게 외부 세계와 교신하는 통로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1970년도부터 조 앤 슈미드만과 함께 『오마하 매직 씨어터』를 20년 이상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테리는 극단 내의 제작자와 연출가의 횡포, 극장주의 횡포, 고정 관념에 의한 독선 등의 폐단을 없애고 극단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데에도 힘썼다. 이를 위해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토론을 통해 주제를 정하고 작품을 써서 그룹에 가져오면, 그 작품을 테스트해 본 후 무대 미술 및 음악 담당자들이 최종적으로 그들의 의견을 덧붙이는 방식을 시도했다. 그리고 각각의 연극 예술과 연극적 요소들이 완성된 공연 작품에서 동등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작품들을 미국 및 세계를 순회하며 공연하고 창작함으로써, 연극을 모든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민주적인 예술로 만들었다. 그리고 현재 테리는 창작을 위한 주제를 여성 문제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현장성있는 지역 사회의 문제를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원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창작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창조 작업을 한다. 이렇게 지역 사회를 돕는데 극작과 공연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그녀는 여성을 포함한 지역 사회 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이 무대 위에서 극화되는 것을 보면서 지역 사회와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적극적 역할을 하도록 돕는다. 보다 넓은 의미의 페미니스트 연극 운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건 테리는 30년 가까이 자신의 극을 통해 미국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면서 여성에게서 볼 수 있는 엄청난 힘, 특히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에 우리의 주의를 집중시켜 왔다. 그녀는 독특한 미국적 방식으로 불평등과 불의에 대해 항의해 왔다. 계급과 정치적 억압의 관점에서 사회를 분석하는 대신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페미니스트 연극 관행을 활용하고, 협동 작업의 가치와 여성의 일의 가치를 꾸준히 강조하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앙상블을 관객 앞에 내놓음으로써 테리의 연극은 일상 생활의 최소한 단위 정도는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위와 같이 살펴본 미건 테리의 연극 활동과 연극관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가부장적 사회 제도의 결과로 만들어진 여성 차별적 사회 구조가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항하는 페미니즘 연극 역시 짧은 시일 내에 완벽한 틀을 갖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테리가 보여준 용기와 끈기가 많은 페미니스트 연극인들, 학자들과 비평가들을 탄생시켰듯이, 우리들 하나 하나가 갖는 페미니즘을 향한 작은 용기와 지치지 않는 끈기는 우리 방식의 페미니즘 연극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것이고, 많은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커다란 힘이 될 것이라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또한 어느 극작가 한사람의 특출한 재능보다는 다수의 경험과 의견을 존중하는 극작 풍토를 조성하는 일 또한 절실하다. 페미니즘 연극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여성만의 연극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모두에게 관심을 갖는 모두를 위한 연극이므로 창작 행위에서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민주적인 통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