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깊은 밤. 펠라부인이 베란다에서 홀로 술을 마시고 있다. 그녀는 삶에 적당히 지치고, 적당히 나른하고, 적당히 관능적이고, 적당히 슬프고, 적당히 감성적인 중년여인의 모습이다. <푸른 도나우 강의 물결>곡에 에 붙인 가사. 나 같은 여자는 한 남자만 사랑해. 돌아오길 기다리지. 하면서 술에 취해서 아주 매력적이긴 하지만 슬프고 애절한 목소리와 몸짓으로 노래한다. 펠라는 쿠바에서 사랑하지만, 이미 자신을 떠나버렸던 한 남자의 편지를 받고, 낯선 땅 미국으로 건너왔다. 펠라는 그때 임신 중이었다. 펠라가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까지 왔을 때, 그 남자는 도망가 버린 다음이었다. 그 이후 펠라는 그 남자의 아이를 홀로 낳아, 홀로 키웠다.계집아이다. 그 아이가 사리타. 펠라를 버린 남자는 행복하게 살지도 못하고 비참하게 죽었다. 이미 버려졌지만 , <나 같은 여자는 한 남자만 사랑해서 돌아오길 기다리는>펠라에게 <자기를 버렸기에 저주하면 할수록 마음 속에서 잊혀지지 않아>서 더<뜨겁게 사랑해 버리고 마는>그녀를 그의 죽음은 또 한 번 세상 속으로 내던져 버렸을 게다. 그가 살아 그녀를 버렸을 때도<떠날 땐 목숨을 함께 가져가는 것>같았는데, 그를 기다리는 그녀를 그가 죽어 그 가엾은 미혼모의 목숨을 또 한 번 가져가 버린 그. <프롤로그>에서 펠라 역을 맡은 이원희씨의 연기. 정말 굉장하였습니다.
* 임신미혼모 벨라에게서 태어난 사리타는 같은 쿠바 청년 쥴리오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쥴리오는 그녀를 버리고 떠났다. 사리타는 임신 중이다. 그녀는 쥴리오가 떠난 뒤에 그 아픔을 견디기 위해, 숱한 남자를 만났으며 그랬기에 아이의 아버지도 모른다. <나 같은 여자는 한 남자만 사랑한다>는 어머니 벨라와 대조적인 것 같다. 어린 딸의 임신 사실을 알고, 벨라는 절망한다. 너도 나처럼 미혼모의 몸으로 아이를 낳아 기어다니는 벌레처럼 빈민구호금에 의지해 평생을 살아갈 것이냐고 울부짖는다. 그래서 이웃 아저씨 베르난도와 결혼시키려고 한다. 오로지 아이 아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벨라 나이 또래의 베르난도는 외로움을 많이 타고, 참 따뜻한 사람이다. 겨울에 추워지면 추위를 함께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몸이 필요해서 결혼을 하고 싶어한다. 여자가 아닌 친구가 필요해서 결혼을 하고 싶어한다. 그는 한 세상 살아가는데 정이 그리워 결혼을 원한다고 말한다. 벨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확인한다.그런데 쥴리오가 사리타에게 돌아왔다. 아이를 벨라에게 맡기고 쥴리오와 함께 떠난 사리타.
* 편지
사리타와 쥴리오는 격정적으로 살고,격정으로 사랑한다.그들의 사랑은 늘 플라멩고처럼, 탱고처럼 뜨겁다. 실제로 그들은 무대에서 플라멩고인가 살사인가 쿠바탱고인가 잘 모르겠지만 그 강렬하고 뜨거운 춤을 춘다. 사리타 역을 맡은 서경화씨의 춤추는 모습에 나는 넋을 잃었다.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 발 동작 하나 하나, 어깨 선의 흐름 하나하나에 넋을 잃으면서나는 그녀의 춤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들은 그 강렬하게 뜨거운 춤보다 뜨겁고 격정적으로 사랑을 나눈다. 그런데..... 그만 또 쥴리오는 그녀를 버리고 떠나 버렸다. <넌 떠나고 난 남아있어. 혼자 남아있는 건 무덤 속이라고, 네가 없는 내 인생은 악취 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라고 오열하면서 사리타는 쥴리오에게 편지를 쓴다. <너는 날 존경하지 않아. 그러한 나도 날 존경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야. 자존심을 잃어버리는 것은 끔찍한 일이야. 너는 내 인생의 질병이며, 악성 종양이야.>사리타는 쥴리오에게 편지를 쓰고, 절망한다.
* 빌딩에서
사리타는 높은 빌딩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다. 발발 떨면서 막 뛰어 내리려는데...... 그녀는 빌딩 난간에 엎드려서 고함을 지른다. -여보세요. 그 밑에 있는 분요. 좀 비켜 주시겠어요? 남자가 위를 올려다 보고 고함을 지른다. -왜 그러세요? -제가 지금 여기에서 뛰어내리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당신이 바로 밑에 있어서 뛰어 내릴 수가 없어요. 당신이 다칠 거예요.빨리 좀 비켜 주세요. 빌딩 밑의 남자가 그녀를 진정시키면서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리고 숨가쁘게 빌딩 옥상으로 뛰어 올라 온다. 그가 미국인 마크다. 마크는 사리타의 아픔을 따뜻하게 들어주면서 그녀를 위로한다. 사리타는 마크에게 <그에게서 버림받을 때마다 질투가 내 마음을 찢어놓기에>죽으려고 한다고 말한다. 마크는 울부짖는 사리타에게 손수건을 건넨다. 사리타는 실컷 울고난 후에 마크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사랑을 시작한다.
<빌딩에서>의 공간활용이 기가 막혔다.
* 파티
사리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 미국인 마크는 예의바르고, 정중하며, 직장 없이 떠도는 쥴리오와는 달리 중산층의 신사다. 그는 무엇보다도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사리타를 존중하며 아껴준다. 사리타와 마크는 어머니 벨라부인과 베르난도 아저씨를 초대하여 파티를 연다. 마크는<미국식 탱고>밖에 출줄 모르지만 그들 쿠바인들은 신나게 쿠바의 탱고를 춘다. 파티는 무르익어 가고, 사람들은 즐겁다. 사리타 인생에서 행복이 절정으로 익어가고 있다. 그때, 떠난 마크가 돌아온다. 그는 사리타를 자기 여자라고 우기다가 마크와 싸움이 붙는다.
* 편지
식탁에는 고급 테이블보가 씌워져 있고, 은촛대와 은접시. 모든 것이 고급이며, 아름답다. 마크와 사리타는 식사 중이다.
포크와 나이프를 놀리는 마크의 몸짓은 우아하고, 부드럽다. 마크는 미국 중산층의 전형적인 신사다. 그는 기독교인으로 하나님을 믿는다.모든 것이 평화롭고, 따뜻하며, 아름답다. 사리타는 그러한 격식에 나이프와 포크 사용에 서툴다. 마크는 그런 사리타를 길들이려고 한다. 그런 일상적인 생활모습에서 자유분방하고 격식과 형식을 차리지 않는 사리타를 친절히 가르치려고 하지만 사리타가 매번 실수를 하기 때문에 마크는 화를 낸다. 사리타도 폭발하고 만다. 삶의 질과 문화가 다른 두 사람의 갈등. 두 사람은 서로 인내하고 있었지만 그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보수적이며 예의 바른 신사 마크는 이국적인 아름다움과 격정이며 뜨거운 사리타를 동경하여 사랑에 빠졌지만 사랑과 삶에서 느끼는 감정은 분명 분리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식탁에서 두 사람의 갈등이 악화되었을 때, 쥴리오가 사리타에게 보낸 편지를 트집잡아 마크는 사리타를 떠난다. 사리타는 마크에게 애원한다. <너에게 순종하려고 애쓰고 있어. 제발 나를 떠나지 마.>그러나 그녀를 뿌리치고 마크가 떠난 자리에서 오열하는 사리타. 그녀는 처절하게 울부짖으면서 마크가 섬기는 신을 찾는다. -하나님,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그 사람에게 순종하길 바랐다면 그래서 그게 천국이라면 여긴 지옥이에요.평탄한 삶이 그리워요.
아...... 마크가 저를 떠나지 않게 해주세요. 꿇어 엎드려서 자기 남자의 신에게 애소하는 사리타. 손바닥을 들여다 보면서 그녀는 타인의 목소리- 어린아이-로 속삭인다. -불쌍한 사리타. 너는 나쁘지 않아. 너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
* 창가에서
마크가 떠나고 지친 모습으로 엄마의 집을 찾은 사리타. 베르난도 아저씨가 창가에 앉아서 망연하게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내 고향은 섬마을이었어.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마을이었지. 내가 기억하는 가장 나쁜 일이란 개 한마리가 죽었던 일이었어. 내 마음은 늘 고향에 가 있었어.그런데 이제 고향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어.
* 널 사랑하지 않아
사리타를 떠났던 쥴리오가 다시 사리타를 찾는다. 쥴리오는 사리타에게서 사랑을 원하지만 사리타는 싸늘하게 돌아선다.
<널 사랑하지 않아>라고 말하면서. 쥴리오는 열정적으로 사랑을 갈구한다. 얼어붙은 손으로 그림자 잡고....... 핏기 없는
미소지으며 얼음같은 네 눈동자...... 그의 갈망에 사리타는 싸늘하게 묻는다. -원하는 게 뭐야? -키쓰. 쥴리오의 뜨거운 구애에 사리타의 마음은 얼음처럼 녹아 그와 격정적인 섹스를 한다.그에게서 벗어나려고 숱하게 몸부림했지만 다시 그를 받아들이고 만 것이다.
* 열쇠
마크가 돌아왔다. 마크 역시 사리타를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커다란 흰 꽃다발을 사서 돌아온 마크. 문밖에서 나는 기척을 듣고, 사리타라고 짐작하면서 들어서는 그녀 앞에 꿇어앉아 꽃다발을 바치면서 자기를 용서해달라고, 사랑한다고 말하는데......그 집의 열쇠를 갖고 있는 쥴리오가 들어서서 꽃다발을 받으면서 마크를 조롱한다. 마크는 그 사이에 쥴리오를 끌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집에 드나들도록 열쇠까지 준 사리타의 행위에 경악하면서 분노한다. 마크를 실컷 조롱한 후에 쥴리오는 떠나고, 마크는 그 자리에 꿇어앉아 자신의 신을 찾으면서 기도한다. 그가 녹이려는 분노와 배신감. 그때 사리타가 돌아온다. 마크가 돌아온 걸 알고, 기쁨에 넘치는 사리타. 그가 사온 꽃다발을 안고, 마크 곁에 꿇어앉아 감사 기도를 드리는데 마크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의 목소리. <더러운 야만인. 창녀.>그는 떠났다. 영원히....... 아, 그녀의 절망.
* 죽음
쥴리오가 그녀에게 돈을 달라고 한다. -나는 일하기 싫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요일 하루가 휴식이지만 내게는 모든 날들이 휴식이야. 내게 돈을 줘. 만약 돈을 주지 않으면, 마크에게 말해 버릴 거야. 넌 내게서 섹스를 갈망하지? 자, 이리로 와.화끈하게 해줄게. 그리고 돈을 줘. 쥴리오에 의해 마크가 떠난 뒤에 절망밖에 남아있지 않았던 사리타는 분노한다.
지갑을 들고 쥴리오에게 가서 그와 뜨겁고 격정적인 교합을 한다. 둘의 절정이 극에 달했을 때, 그녀는 식칼을 꺼내어 쥴리오를 찌른다. 죽어. 죽어. 쥴리오의 처절한 비명. 그녀는 연거퍼 쥴리오를 계속 찌른다. 증오에 가득찬<죽어, 죽어>란 외침과 손놀림. 이내 늘어지는 쥴리오. 그때 사리타는 울부짖는다. -가지마. 쥴리오. 돌아와. 제발 나를 떠나지 마. -정말 떠났어. 그가 이제 정말 나를 떠나 버렸어. 나의 사랑, 나의 심장. 그가 떠났어. 그녀의 절규.
* 병원
베라와 베르난도 아저씨가 사리타가 입원해 있는 정신병원을 찾아온다. 명랑해진 사리타. -의사 선생님이 저에게 많이 좋아졌다고 하였어요. 왜냐구요? 제 기억력이 참 좋기 때문이래요. 그런데 엄마. 보고싶었어요. 왜 이제야 오세요? -사리타, 네 엄마는 어제 오후에도 다녀갔어.사리타의 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급변한다. -그 아이가 말해요. 우리 엄마는요. 튜립을 기르고 있어요. 그 아이는 여기 오면 안돼요. 왜나구요? 엄마가 울면, 그 아이도 따라 울거든요. 사리타가 그 아이를 울게 해요. 지금까지 그 아이를 괴롭힌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사리타는 그 아이를 울게 해요. 더러운 야만인, 창녀. 죽어. 죽어.사리타는 자신을 증오하고, 때리면서 부들부들 떤다. 극도의 두려움과 공포가 그녀의 절망적인 몸을 해일처럼 휩쓸고 지나간다. 그때 마크가 들어와서 그녀를 안고 위로한다. 사리나의 격렬한 공포가 편안하게 진정된다. -이제 날 떠나지 않는 거지? -그래, 내가 네 곁에 있어줄게. 걱정하지 마. 그녀는 마크의 품에 안겨서 세상 걱정을 잊은 아이처럼 속삭인다. -아..... 이제 날 떠나지 않는 거지? 이제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쥴리오. 사리타를 안은 마크의 팔에, 내 눈엔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경련이 일었을 게다. -아...... 이제 날 떠나지 않을 거지? 이제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쥴리오.
귀여운 여인의 올렌카는 매순간 사랑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녀의 삶은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제3자가 보기에 올렌카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그녀 자신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귀여운 여인은 사랑을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 여자의 일생인 것처럼 왜곡하긴 하지만 그것이 올렌카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 때문에 이해가 간다.
또 다른 여인에 해당하는 <아름다운 여인 싸리타>는 귀여운 여인의 올렌카와는 전적으로 다르다. 싸리타는 미혼모가 된 펠라 밑에서 자라다가 본인도 자신의 엄마처럼 미혼모가 된다. 펠라는 딸이 미혼모가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한 집에 살던 나이 많은 페르난도와 결혼을 시키려 한다. 그러나 펠라의 계획과는 반대로 싸리타는 육체적인 또는 본능에 충실한 남자 줄리오와 떠난다. 싸리타는 떠나면서 성숙한 여성으로 성장하지만 줄리오에 의해 버림받아도 본능에 충실한, 사랑에 미친 여성으로 등장한다. 그러다가 그녀가 과감히 줄리오를 버리고 빌딩 옥상에 올라가 떨어져 죽을 결심을 하려는데 미국인 마크를 만나게 된다. 그러자 싸리타는 눈물을 흘리며 통곡한다. 마크가 손수건을 건네고 싸리타는 보란 듯이 코를 심하게 푼다. 코를 심하게 푸는 동작은 개그프로그램에서 흔히 사용되는 웃음을 유발시키는 코드다. 그런데 싸리타는 그런 뻔한 행동을 한다. 그녀가 코를 심하게 풀면 관객이 웃는다. 그러면서 동시에 관객의 기대감은 조금씩 사라진다. 싸리타는 원시적이고 비합리적인 문화와 종교를 간직하고 있는 쿠바의 소수 이민족 출신이다. 그래서 오히려 싸리타는 미국남자 마크를 만나면서 미국우월주의에 희생되기 때문에 그녀의 일생보다는 미국에 의해서 소수민족 여성이 받는 차별을 이야기해야 되지 않았을까.